부산에 사는 부부가 외국에 남겨진 아내의 조카를 데려와 키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는 아직 그 나라에서 외할머니와 지냅니다. 부부가 가장 먼저 부딪힌 물음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입양을 허가해 달라는 청구를 한국 법원에 내도 되는지, 아니면 아이가 사는 나라 법원으로 가야 하는지입니다. 국제사법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입양 사건만을 위한 조문 하나에 담아 두었습니다.
왜 관할부터 따져야 하나
외국과 얽힌 가족 사건에서는 질문이 두 번 나옵니다. 어느 나라 법원이 맡는가, 그리고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하는가.
순서는 늘 앞의 것이 먼저입니다. 국내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없으면 아무리 서류를 잘 갖춰도 본안 판단까지 가지 못합니다. 국제사법 제2조는 당사자나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을 때 관할을 인정한다는 큰 원칙을 세웠지만, 입양처럼 따로 규정을 둔 분야에서는 그 규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입양 허가는 소송이 아니라 비송사건입니다.
제15조 제2항은 친족관계에 관한 비송사건의 관할을 제56조부터 제61조까지에서 정한 바에 따르게 했고, 입양은 그 가운데 제58조가 맡습니다.
일상거소
주민등록이나 국적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는 연결점입니다. 법률에 따로 정의가 없어 거주 기간, 가족과 직장, 아이의 학교 같은 사정을 모아 판단합니다. 잠깐 머무는 곳은 여기에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입양을 성립시키는 사건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
제58조 제1항의 기준은 한 줄입니다. 양자가 되려는 사람 또는 양친이 되려는 사람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으면 국내 법원에 관할이 있습니다. 둘 중 한쪽이면 충분합니다. 위의 부부처럼 아이는 외국에 있어도 양부모가 될 사람이 부산에 생활 근거를 두고 있다면 국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국적은 기준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이 의외로 많은 분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외국인 부부라도 국내에 살면 관할이 생기고, 반대로 한국 국적을 가진 부부라도 외국에 살며 그 나라 아이를 입양한다면 이 조항만으로는 국내 법원이 맡지 않습니다.
| 상황 | 입양 성립 사건의 국내 관할 |
|---|---|
| 양부모가 될 부부가 부산에 살고 아이는 외국에 있음 | 있음 (양친 쪽 일상거소가 국내) |
| 외국인 부부가 국내에 살며 국내 아이를 입양 | 있음 (양쪽 모두 국내) |
| 아이만 국내 시설에 있고 양부모는 외국에 삶 | 있음 (양자 쪽 일상거소가 국내) |
| 외국에 사는 한국인 부부가 그 나라 아이를 입양 | 제58조 제1항으로는 생기지 않음 (국적은 기준에 없음) |
입양 뒤 취소나 파양은 기준이 달라지나
달라집니다. 제58조 제2항은 양친자관계의 존부확인, 입양의 취소, 파양에 관한 사건에 제57조를 준용합니다.
제57조는 친생자관계 사건의 관할 규정입니다. 자녀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거나, 자녀와 피고가 되는 부모 중 한쪽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국내 법원에 관할이 있습니다. 성립 단계에서는 빠져 있던 국적이 해소 단계에서는 기준으로 들어온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입양 당시에는 국내 관할이 없던 사안이라도, 몇 해 뒤 파양을 다툴 때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한국에 들어와 자랐거나 국적을 취득했다면 그때의 사정을 새로 따져 보셔야 합니다.
| 구분 | 입양을 성립시키는 사건 | 입양 뒤의 다툼 |
|---|---|---|
| 대상 | 입양 허가 등 입양의 성립 | 양친자관계 존부 확인, 입양 취소, 파양 |
| 기준 조문 | 국제사법 제58조 제1항 | 제58조 제2항이 제57조를 준용 |
| 국내 관할이 생기는 경우 | 양자 또는 양친이 될 사람의 일상거소가 국내 | 자녀의 일상거소가 국내이거나, 자녀와 피고가 되는 부모 중 한쪽이 대한민국 국민 |
당사자끼리 법원을 골라 정할 수 있나
정할 수 없습니다. 제13조는 제58조에 따라 관할이 정해지는 사건에 합의관할과 변론관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양쪽이 특정 나라 법원에서 하자고 약속해도, 피고가 이의 없이 응소해도 관할이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신분이 걸린 사건을 당사자의 편의로 옮겨 다니게 두지 않겠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관할이 있는 경우라도 외국 법원이 분쟁을 해결하기에 명백히 더 적절한 예외적 사정이 있으면, 피고의 신청에 따라 국내 소송을 중지하거나 각하할 수 있는 제12조의 장치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정 역시 제62조에 따라 국내 관할이 있는 사건이면 국내 법원이 함께 맡습니다.
국내 관할이 있다면 어느 가정법원으로 가나
여기서부터는 가사소송법의 몫입니다. 미성년 아이라면 민법 제867조의 허가가 필요하고, 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4호는 그 사건을 양자가 될 사람의 주소지 가정법원에 맡겨 두었습니다.
아이의 주소가 아직 국내에 없다면 같은 법 제35조 제2항이 끌어다 쓰는 제13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합니다. 서울가정법원을 가리킵니다. 입양 뒤 무효나 파양을 다투는 소송이라면 기준이 다시 바뀌어 양부모 중 한 명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 양부모가 될 사람의 국내 생활 근거를 보여 줄 자료(거주 기간, 직장, 납세 기록)를 모읍니다.
- 아이의 현재 거주국, 국적, 보호자 관계를 서류로 정리합니다.
- 아이 본국법이 요구하는 동의나 승낙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관할 가정법원을 정해 입양 허가를 청구합니다.
관할이 생기면 판단은 어느 나라 법으로 하나
관할과 준거법은 별개입니다. 국내 법원이 맡더라도 입양과 파양의 요건은 제70조에 따라 입양 당시 양부모의 본국법을 따르고, 아이의 본국법이 아이나 제3자의 승낙·동의를 요구하면 제71조에 따라 그 요건도 갖추어야 합니다.
외국법 부분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되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으니, 번역된 법령 자료를 미리 챙겨 두면 심리가 그만큼 빨라집니다.
정리
입양을 성립시키는 사건은 양자나 양친이 될 사람 중 한쪽의 일상거소가 국내에 있으면 국내 법원이 맡습니다. 입양 뒤의 취소와 파양은 제57조가 준용되어 자녀의 일상거소나 국적이 기준이 됩니다.
당사자 합의로 법원을 바꿀 수 없다는 점까지 함께 기억해 두십시오. 아이가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지, 양부모가 실제로 어디에 생활 근거를 두고 있는지가 출발점이므로, 그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청구 법원과 준비 서류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2조, 제12조, 제13조, 제15조, 제57조, 제58조, 제62조, 제70조, 제71조 · 민법 제867조 · 가사소송법 제13조, 제30조, 제35조, 제44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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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저희 부부는 한국 국적인데 지금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 법원에 입양 허가를 낼 수 있나요?
입양을 성립시키는 단계에서 보는 것은 국적이 아니라 생활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부부와 아이 모두 외국에 산다면 국적만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아이 친척들과 한국 법원에서 하기로 합의서를 써 두면 되지 않나요?
입양 관계 사건에는 합의관할과 변론관할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합의서가 있어도 제58조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내 관할이 생기지 않습니다.
입양 뒤 아이가 한국 국적을 얻었다면 파양 사건은 어디서 하나요?
파양에는 친생자관계 관할 규정이 준용되어 자녀와 피고가 되는 부모 중 한쪽이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자녀가 국내에 일상거소를 두고 있으면 국내 법원이 맡을 수 있습니다.
관할이 한국이면 한국 민법만 적용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입양의 요건은 입양 당시 양부모의 본국법에 따르고, 아이 본국법이 요구하는 동의 요건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관할과 준거법은 따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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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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