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말은 어눌해졌어도 면회 때마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이제라도 자기 아이로 올리겠다는 뜻을 되풀이합니다. 그 사이 가정법원은 그에게 성년후견을 열었고, 후견인 자리에는 본처가 낳은 장남이 앉았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알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아버지가 혼자 서류를 내면 끝나는지, 아니면 장남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지. 민법은 이 장면을 위해 한 문장짜리 조문을 따로 두었습니다.
인지는 누가 해야 하는 일인가
혼인 밖에서 태어난 아이를 자기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인지입니다. 민법 제855조 제1항은 그 주체를 생부나 생모로 적었습니다.
효력이 생기는 시점은 신고입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방식대로 인지신고가 수리되어야 법률상 부자 관계가 생기고, 그때까지는 아무리 사실관계가 분명해도 서류상 남남입니다.
일단 신고가 되면 효과는 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860조가 인지의 효력을 출생한 때로 소급시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가 제삼자가 이미 취득한 권리는 해하지 못한다고 못 박아 두었으니, 소급에도 선이 있습니다.
조문의 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입니다.
후견이 열린 아버지에게는 어떤 조건이 붙나
제856조는 아버지가 피성년후견인인 경우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인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
하나는 후견 개시만으로 인지의 길이 닫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결정이 후견인의 동의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하되, 그 결정이 흔들린 판단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곁에서 확인하는 사람을 세운 구조입니다.
동의할 사람은 심판문에 적힌 성년후견인입니다. 다른 형제나 친척이 모여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조문이 이름을 올린 것은 피성년후견인뿐이라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한정후견을 받는 아버지라면 이 조문이 아니라 한정후견 심판에서 동의를 받도록 정해 둔 행위의 범위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 아버지의 상태 | 인지는 어떻게 하나 | 먼저 볼 서류 |
|---|---|---|
| 후견이 열리지 않은 경우 | 아버지 본인이 신고하면 됨 | 아버지 신분증, 아이 출생 관련 서류 |
|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 |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아버지가 신고 | 후견등기사항증명서, 후견인 동의서 |
| 한정후견을 받는 경우 | 제856조에 이름이 없음, 심판에서 정한 동의 범위를 확인 | 한정후견 심판문 |
| 이미 사망한 경우 | 유언으로 한 인지가 있으면 유언집행자가 신고, 없으면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 | 유언서, 사망 사실을 안 날을 보여 줄 자료 |
동의서만 받으면 신고가 끝나나
동의는 아버지의 뜻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후견인이 고개를 끄덕여도 신고서에 담기는 것은 여전히 아버지 자신의 의사표시이므로, 아버지가 그 뜻을 밝힐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동의한 사람이 정말 후견인인지는 서류로 드러나야 하니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미리 떼어 두는 편이 낫고, 후견인이 여러 명이라면 그중 누가 신분에 관한 일을 맡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가 어긋나면 수리가 늦어집니다.
- 후견등기사항증명서로 현재 성년후견인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 아버지의 인지 의사를 후견인에게 전하고 서면 동의를 받습니다.
- 아버지 본인 명의로 인지신고서를 작성해 동의서와 함께 제출합니다.
- 수리 뒤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부의 이름이 올라갔는지 확인합니다.
후견인이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제856조에는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를 정한 문장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한정후견인이 버틸 때 법원이 대신 허가할 수 있게 한 제13조 제3항 같은 장치가 이 조문에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길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제863조는 아이와 그 직계비속, 또는 법정대리인이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낼 수 있게 했습니다. 미성년인 아이라면 어머니가 법정대리인으로 나서는 구조이고, 아버지 쪽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소송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전속으로 맡습니다(가사소송법 제26조 제2항). 나류 가사소송사건이어서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 원칙이고, 혈연 여부가 다른 증거로 가려지지 않으면 법원이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명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
후견인 자신이 인지로 상속 몫이 줄어드는 자리에 있다면 동의를 거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록으로 남겨 두십시오. 후견인 변경은 피후견인, 친족,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만 청구할 수 있어 아이 어머니가 직접 낼 수는 없지만, 소송에서나 다른 친족이 변경을 구할 때 그 기록이 쓰입니다.
인지가 되면 아이 쪽에서는 무엇이 바뀌나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가족관계증명서입니다. 출생 때로 소급하니 그 순간부터 아버지와 아이는 서로 부양과 상속의 당사자가 됩니다.
친권은 따로 정해야 합니다. 제909조 제4항은 혼인 외의 자가 인지된 경우 부모가 협의해 친권자를 정하도록 하고,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청구에 따라 지정하게 했습니다. 인지청구 소송으로 간 경우에는 같은 조 제5항에 따라 법원이 판결하면서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합니다.
양육비와 면접교섭도 열립니다. 제864조의2가 이혼 때의 양육책임 규정과 면접교섭권 규정을 인지된 아이에게 그대로 끌어다 쓰기 때문입니다. 양육비 부담은 아버지 재산을 관리하는 후견인과 정하게 됩니다.
인지 뒤에 다른 가족이 다툴 여지는 없나
있습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입니다.
먼저 인지를 한 사람 쪽의 다툼입니다. 속았거나 겁박을 당했거나 크게 착각한 상태에서 한 인지라면, 제861조가 정한 6개월의 기한 안에서 아버지 쪽이 취소를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두면 이런 주장이 끼어들 틈이 그만큼 좁아집니다.
다음은 바깥의 다툼입니다. 제862조는 자식이나 그 밖의 이해관계인이 인지신고가 있었음을 안 날부터 1년 안에 이의의 소를 낼 수 있게 했습니다. 상속을 의식한 다른 자녀가 이 길을 고르는 경우가 있으니, 그 1년 동안은 혈연을 뒷받침할 자료를 버리지 말고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 후견등기사항증명서상 성년후견인과 그 권한 범위
· 아버지가 인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상태인지 보여 줄 진료 기록
· 후견인의 서면 동의 또는 거절 사유
· 아이의 출생 기록과 혈연을 뒷받침할 자료
정리
아버지가 피성년후견인이어도 인지는 아버지 자신이 합니다. 다만 성년후견인의 동의가 붙어야 하고, 효력은 신고가 수리될 때 생겨 출생 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후견인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 쪽에서 인지청구의 소로 방향을 틀면 동의 없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고, 그 판결에서 친권자도 함께 정해집니다. 지금 어느 길이 빠른지는 후견인의 태도와 아버지의 상태에 따라 갈리므로, 서류를 모아 변호사와 함께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55조, 제856조, 제859조, 제860조, 제861조, 제862조, 제863조, 제864조의2, 제909조, 제940조 · 가사소송법 제26조, 제29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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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버지가 직접 말을 하지 못하는데 후견인이 대신 인지신고를 할 수 있나요?
제856조는 후견인이 동의하고 아버지가 인지하는 구조로 적혀 있습니다. 아버지가 뜻을 밝힐 수 없는 상태라면 아이 쪽에서 인지청구의 소를 내는 길을 검토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후견인이 동의서를 써 주지 않으면 소송밖에 없나요?
조문에는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 규정이 따로 없어, 아이나 그 법정대리인이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내는 방법이 중심이 됩니다.
인지가 되면 아버지 재산에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나요?
인지된 아이에게도 이혼 때와 같은 양육책임 규정이 준용됩니다. 아버지의 재산은 후견인이 관리하고 있으므로 양육비 부담은 후견인을 상대로 협의하거나 심판을 청구해 정하게 됩니다.
다른 자녀들이 나중에 인지를 문제 삼을 수 있나요?
이해관계인은 인지신고가 있었음을 안 날부터 1년 안에 이의의 소를 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혈연 자료와 후견인 동의서를 보관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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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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