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해외 현장으로 출장을 떠난 것은 몇 해 전 봄이었습니다. 처음 몇 주는 메신저로 안부가 오갔는데 어느 날부터 읽음 표시가 사라졌고, 회사도 현지 숙소에서 짐만 찾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남은 가족은 대출 상환, 자동차 명의, 아이 학교 서류까지 남편 이름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사라진 곳이 외국이라도 국내 법원에 실종선고를 구할 수 있는지,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하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외국에서 사라졌는데 한국 법원이 맡아 주나
맡습니다. 남편이 한국 국적이라면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국제사법 제24조 제1항은 실종선고 사건에서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생기는 네 갈래를 적어 두었습니다. 부재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가 첫째이고, 마지막 일상거소가 국내였던 경우가 둘째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연락이 끊겼는지는 이 판단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셋째 갈래는 성격이 다릅니다. 재산이 국내에 있거나 한국법을 따라야 하는 법률관계가 있을 때 관할을 주되, 그 부분으로 한정합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국내 아파트를 정리하려는 목적이라면 이 통로로도 충분하지만, 혼인 관계 전체를 정리하는 근거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 관할이 생기는 경우 | 예시 | 미치는 범위 |
|---|---|---|
| 부재자가 대한민국 국민 | 한국 국적 남편이 해외 출장 중 연락 두절 | 사건 전체 |
| 마지막 일상거소가 국내 | 국내에 살던 외국 국적 배우자가 출국 후 행방불명 | 사건 전체 |
| 재산이 국내에 있거나 한국법이 적용될 법률관계가 있음 | 외국인 명의 부산 아파트, 국내 은행 예금 | 그 재산과 법률관계 부분으로 한정 |
| 그 밖에 정당한 사유 | 위 세 경우에 들지 않지만 국내 법원이 맡을 이유가 뚜렷한 사안 | 사안별 판단 |
남편이 외국 국적이면 어느 나라 법을 따르나
원칙은 실종자의 본국법입니다.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이 그렇게 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이 곧바로 예외를 붙였습니다. 외국인에 대해 우리 법원이 실종선고나 그 취소를 재판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에 따른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국내 법원에 청구가 들어오는 이상, 남편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판단 기준은 우리 민법으로 모입니다.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상대 나라 법의 내용을 번역해 증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우리 민법 기준으로 셈하게 됩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청구할 수 있나
민법 제27조는 두 가지 기간을 둡니다.
- 보통실종: 마지막 소식 뒤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5년 이어진 경우
- 특별실종: 전쟁, 배의 침몰, 비행기 추락처럼 목숨을 잃을 만한 위난을 겪은 뒤 1년이 지나도록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
출장 중 단순히 연락이 끊긴 사안은 보통 앞의 5년에 해당합니다. 현지에서 대형 사고나 재난이 있었고 남편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면 1년 기준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네 해 가까이 달라집니다.
선고가 나면 제28조에 따라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봅니다. 선고일이 아니라 기간 만료 시점이 기준이어서 상속이 열리는 날짜도 그때로 거슬러 정해집니다.
기다리는 동안 남편 명의 재산은 누가 관리하나
5년을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국제사법 제24조 제2항은 부재자 재산관리 사건에 대해 마지막 일상거소나 재산이 국내에 있으면 우리 법원이 맡는다고 정합니다. 민법 제22조에 따라 남편이 따로 관리인을 정해 두지 않았다면 이해관계인이 청구해 법원이 필요한 처분을 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이 사건을 부재자의 마지막 주소지나 재산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맡도록 했습니다.
선임된 관리인은 목록을 만들고, 통상의 관리 범위를 넘는 처분에는 법원 허가를 받습니다.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 남편 명의 예금을 쓰거나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절차가 먼저입니다. 남편이 떠나기 전에 관리인을 정해 두었다면 그 사람이 계속 맡되, 생사가 불분명해진 뒤에는 법원이 그 관리인에게도 목록 작성이나 보존 처분을 명할 수 있습니다.
청구는 어떤 순서로 준비하나
실종선고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이라 사건 본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이 맡으며, 부산에 주소를 두고 출국했다면 부산가정법원에 청구하게 됩니다.
- 출국 사실과 이후 입국 기록이 없다는 점을 출입국사실증명으로 확인합니다.
- 회사에 출장 명령서, 현지 체류 기록, 마지막 근무 확인 자료를 요청합니다.
- 현지 공관이나 경찰에 소재 확인을 요청했던 기록을 모읍니다.
- 마지막 연락 화면과 날짜를 캡처해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 기간이 찬 날을 계산해 청구서에 기산점과 함께 적습니다.
기산점이 흔들리면 기간 전체가 흔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생존이 확인된 날이 언제인지를 자료로 못 박아 두는 일이 이 절차의 절반입니다.
선고 뒤에 남편이 돌아오면 어떻게 되나
민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생존 사실이 증명되면 본인이나 이해관계인, 검사의 청구로 법원은 선고를 취소해야 합니다. 다만 선고가 살아 있던 동안 사정을 모르고 맺어진 관계까지 거꾸로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선고 덕분에 재산을 넘겨받은 쪽은 그것을 반환해야 합니다. 사정을 몰랐다면 남아 있는 이익만큼만 돌려주면 됩니다. 알고 있었다면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이고 손해까지 물어야 합니다.
주의
실종선고는 혼인을 끝내는 효과까지 함께 가져오지만, 목적이 혼인 관계의 정리뿐이라면 생사불명을 이유로 한 재판상 이혼처럼 더 짧은 기간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상속을 열지, 혼인만 정리할지에 따라 고를 절차가 달라집니다.
정리
외국에서 연락이 끊겼더라도 남편이 한국 국민이거나 마지막 생활 근거지가 국내였다면 국내 법원에 실종선고를 구할 수 있고, 외국 국적이어도 우리 법원이 재판하는 한 우리 민법으로 판단합니다.
보통은 5년, 위난이면 1년입니다. 그 사이의 재산은 부재자 재산관리로 지키고, 기산점을 증명할 자료부터 모으십시오. 상속과 혼인 정리 가운데 무엇이 급한지에 따라 길이 갈리니, 자료가 모이는 대로 변호사와 함께 절차를 고르십시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24조, 제27조 · 민법 제22조, 제24조, 제25조, 제27조, 제28조, 제29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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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남편이 출장 간 나라에서 실종 신고를 했는데 한국에서도 따로 해야 하나요?
외국 기관의 신고나 기록은 국내 실종선고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록은 생사불명 상태와 기산점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므로 번역본과 함께 챙겨 두십시오.
항공기 사고가 아니라 현지 지진 피해 지역에 있었습니다. 1년 기준이 적용되나요?
민법이 적은 위난은 전쟁과 해난, 항공 사고에 그치지 않고 목숨을 앗아 갈 만한 다른 재난까지 아우릅니다. 남편이 재난 당시 그 지역에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면 1년 기준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외국 국적 남편인데 한국 법원이 실종선고를 해 줄 수 있나요?
마지막 일상거소가 국내였다면 관할이 생깁니다. 이 경우 국제사법은 외국인에 대한 실종선고라도 우리 법원이 재판하면 대한민국 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선고 전까지 남편 명의 예금으로 대출 이자를 내도 되나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처분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에 부재자 재산관리에 관한 처분을 청구해 관리인을 세우고, 관리 범위를 넘는 처분이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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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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