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날짜를 잡아 두고 청첩장 시안까지 받아 본 참인데, 약혼자가 회사 사람과 따로 만나 온 정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오해라고만 합니다. 제 쪽에서 먼저 그만두자고 해도 문제가 없는지, 그렇게 하면 제가 오히려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본인 사안은 지금 들으신 이야기가 조문에 적힌 해제 사유에 닿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닿습니다. 민법은 약혼한 사람이 딴 사람과 관계를 맺은 경우를 사유의 하나로 적어 두었고, 상대의 동의 없이 혼자 뜻을 밝히는 것만으로 약혼을 끝낼 수 있습니다.
■ 어느 칸에 해당하는지부터 갈라 보십시오
제804조에는 여덟 개의 칸이 있고, 지금 사안과 맞닿는 것은 그중 두 칸입니다. 하나는 약혼한 뒤 다른 사람과 약혼하거나 혼인해 버린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약혼한 뒤 다른 사람과 몸을 섞은 경우입니다. 앞의 칸은 등기와 서류로 드러나 다툴 여지가 적지만, 뒤의 칸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황만 있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 칸에 바로 얹기 어렵습니다. 그런 때에 쓰이는 것이 맨 마지막 칸, 그 밖의 중대한 사유입니다. 혼인을 이어 갈 신뢰가 깨졌다는 점을 사정 전체로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는가
이 유형에서 준비가 갈라놓는 것은 결국 과실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입니다. 모아 두실 것을 나누면 ① 약혼이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 곧 상견례 사진과 예식장 계약서 ② 상대의 행위를 짐작하게 하는 대화와 사진 ③ 준비 과정에서 실제로 나간 돈의 영수증 ④ 이쪽에서 언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가 드러나는 기록입니다. 남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거나 위치를 추적해 얻은 자료는 오히려 이쪽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 방법은 피하십시오.
■ 끝내는 방법과 그 시점
제805조 본문은 해제를 상대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도록 정합니다. 재판을 받을 일도, 관청에 낼 서류도 없습니다. 다만 뜻이 상대에게 닿아야 효력이 생기므로 도달한 날짜가 남는 방식이 안전하고, 내용증명우편이 그래서 쓰입니다. 같은 조문에는 단서도 붙어 있습니다. 상대에게 뜻을 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해제할 사유가 있음을 알게 된 시점에 이미 끝난 것으로 다룹니다.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상대 때문에 약혼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 헤어진 뒤 남는 금전 문제
제803조는 약혼을 억지로 이행하게 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돈 문제이고, 여기서 열쇠가 되는 낱말이 제806조의 과실입니다. 헤어졌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배상이 정해지지는 않고, 어느 쪽에 흠이 있었는지를 따져 책임을 붙이는 구조입니다. 이 사안처럼 상대의 행위가 원인이라면 이쪽이 청구하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범위는 실제로 나간 돈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피해까지 함께 놓입니다. 주고받은 예물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관하여는 약혼에 관한 조문에 직접 정해진 규정이 없어 별도로 다투게 됩니다.
■ 사건이 가는 곳과 첫 단계
이 다툼은 민사 법정이 아니라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이 파혼을 원인으로 한 배상과 원상회복 청구를 다류에 넣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조문의 괄호는 사이에 끼어든 사람을 상대로 하는 청구까지 같은 칸에 담았습니다. 같은 법 제50조에 따라 조정이 앞에 놓이므로 조정 신청으로 시작하거나 소를 낸 뒤 조정으로 회부됩니다. 지금 하실 일은 도달이 확인되는 방법으로 해제의 뜻을 전하시고, 위에서 정리한 네 가지 자료를 시간 순서로 묶어 두는 것입니다. 청구 범위를 정하기 전에 항목별로 변호사와 함께 추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3조, 제804조, 제805조, 제806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5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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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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