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후견을 다룬 조문은 여럿이지만, 문을 여는 열쇠와 문 앞에서 사람을 걸러 내는 체는 각각 하나씩입니다. 민법 제928조가 열쇠이고 제937조가 체입니다. 두 조문은 성격이 정반대여서, 앞의 것은 상황을 보고 뒤의 것은 사람을 봅니다. 둘 사이에 지정과 선임이라는 절차가 끼어 있고 그 틈에서 실무의 문제가 생깁니다. 두 조문이 각각 무엇을 걸러 내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문을 여는 조문은 무엇을 요건으로 삼나
제928조는 두 갈래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친권자가 아예 없는 경우가 하나이고, 친권자가 있더라도 그 권한을 전부 또는 일부 쓸 수 없게 된 경우가 다른 하나입니다.
앞쪽은 알아보기 쉽습니다. 부모가 모두 사망했거나,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지정 청구가 없었던 경우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뒤쪽이 실무에서 더 자주 등장합니다. 제924조에 따른 친권상실이나 일시 정지, 제924조의2에 따른 일부 제한, 제925조에 따른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 제927조 제1항에 따른 사퇴가 그 목록입니다. 부모가 멀쩡히 살아 있어도 권한이 비어 있으면 문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목록은 닫혀 있습니다. 부모가 외국에 오래 머물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조문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부만 비었을 때는 어떻게 되나
후견이 친권을 통째로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제946조는 부모의 권한이 일부만 비게 된 사안에서 미성년후견인의 임무를 제한된 친권의 범위로 묶어 둡니다. 재산관리권만 사퇴한 부모라면 신상에 관한 결정은 여전히 부모에게 남고, 후견인은 재산 쪽만 맡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심판문의 주문을 먼저 읽습니다. 어디까지가 후견인의 몫인지가 거기에 적혀 있고, 학교와 은행은 그 문구를 근거로 서류를 받습니다. 주문에 적히지 않은 일을 처리하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답을 듣게 됩니다.
두어야 한다는 문장
제928조의 술어는 둘 수 있다가 아니라 두어야 한다입니다. 다만 이 의무가 누군가에게 자동으로 집행되지는 않아서, 실제로는 친족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검사가 청구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움직여야 사람이 정해집니다. 요건이 갖추어진 것과 후견인이 존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문이 열려도 사람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여기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제931조는 부모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미리 정해 둘 수 있게 합니다. 지정이 있으면 그 사람이 곧바로 자리에 섭니다. 다만 재산관리권과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갖지 못한 부모에게는 이 지정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지정이 없으면 제932조로 넘어갑니다.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거나, 아이 본인과 친족, 이해관계 있는 사람,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하면 그에 따라 선임합니다. 친권상실이나 대리권 상실 선고가 있어 후견인이 필요해진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도록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공백이 생깁니다. 아이 이름으로 처리할 일이 밀려 있다면 이 기간을 어떻게 메울지부터 상의하셔야 합니다.
결격 규정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제937조는 자격을 심사하는 조문이 아닙니다. 아홉 개의 호를 늘어놓고 해당하면 되지 못한다고 잘라 두었을 뿐입니다.
늘어선 항목을 성격으로 묶으면 세 덩어리가 됩니다.
- 스스로를 대리할 수 없는 처지 - 미성년자, 그리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남의 재산을 맡기기 전에 자기 일부터 대리인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 재산을 맡기기 어려운 사정 -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자격정지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아 형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람입니다.
- 신뢰가 이미 깨진 관계 - 법원이 해임한 법정대리인과 각종 후견인 및 그 감독인,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아이를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지금 하고 있는 사람과 그 배우자 및 직계혈족입니다.
마지막 덩어리에는 예외가 달려 있습니다. 피후견인의 직계비속은 제외한다는 단서입니다. 아이와 다툰 적이 있는 사람의 아들이나 딸이라는 사정만으로 후보에서 빠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덩어리가 유독 넓은 까닭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을 놓고 아이와 소송 중인 친척이 그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된다면, 소송의 양쪽에 같은 사람이 서는 셈이 됩니다. 조문은 이런 그림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배우자와 직계혈족까지 함께 묶었습니다.
그래서 후견인 후보를 고를 때는 가족 사이의 분쟁 내역을 먼저 훑어야 합니다. 상속 분할 협의에서 다툰 적이 있는지, 보험금 청구를 두고 갈등이 있었는지가 곧바로 결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격이 아니면 선임되는가
아닙니다.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과 적합하다는 것은 다릅니다.
제937조를 통과한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세울지는 법원이 따로 판단합니다. 아이와 실제로 지내 온 관계, 주거와 생계의 안정, 다른 가족들의 의견이 여기서 검토됩니다. 미성년후견인은 제930조 제1항에 따라 한 명만 둘 수 있어, 여러 친족이 나설 때에는 한 사람을 고르는 일 자체가 쟁점이 됩니다.
법인은 후보가 되지 못합니다. 같은 조가 법인을 허용한 대상은 성년후견인 쪽입니다.
자리에 앉은 뒤에 결격 사유가 생기면
후견은 한 번 정해지면 오래 이어집니다. 그 사이에 파산선고를 받거나 형을 선고받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제940조가 작동해 후견인을 변경하는 길이 열립니다. 법원은 아이의 복리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보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직권으로도 움직입니다. 피후견인이나 친족,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해도 됩니다. 본인이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면 제939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들어 사임 허가를 구할 수도 있고, 이때는 뒤를 이을 사람의 선임을 같은 자리에서 청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리
제928조는 상황을 봅니다. 친권자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상실과 정지와 제한과 사퇴로 권한이 비어 있을 때 후견이 열립니다. 일부만 비었다면 후견인의 임무도 그만큼만 생깁니다.
제937조는 사람을 봅니다. 자기 일을 대리할 수 없는 처지, 재산을 맡기기 어려운 사정, 아이와 이해가 충돌하는 관계라는 세 축으로 후보를 걸러 냅니다. 걸러지지 않았다고 자리가 오는 것은 아니며, 지정이 없으면 법원이 선임하고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두 조문 사이에 놓인 공백이 아이에게는 가장 불편한 시간입니다.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면 서류를 모아 곧바로 청구를 준비하시고, 후보자에게 걸릴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변호사와 함께 미리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24조, 제925조, 제927조, 제928조, 제930조, 제931조, 제932조, 제937조, 제939조, 제940조, 제946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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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모가 해외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연락 두절 자체는 제928조가 적어 둔 사유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부모가 권한을 쓸 수 없는 상태임을 심판으로 정리하는 일이 먼저이고, 그것이 있어야 후견을 열 수 있습니다.
과거에 파산했다가 면책을 받았습니다. 후견인이 될 수 있나요?
결격으로 적힌 것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절차가 끝나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면 이 호에는 걸리지 않으나, 법원이 재산 관리 능력을 따로 살필 수는 있습니다.
형제 둘이 함께 후견인을 맡고 싶습니다.
미성년후견인은 한 명만 둘 수 있어 공동으로 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한 사람이 후견감독인으로 들어가 감시 역할을 맡는 방법을 검토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 재산을 두고 제가 소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던 사람은 결격 목록에 들어갑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만이 아니라 이미 끝난 사건도 포함되므로, 다른 후보를 세우는 쪽이 절차상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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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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