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의 재산에 관한 일은 보통 친권자가 대신 처리합니다. 그런데 그 일이 친권자 본인에게도 이해가 걸린 일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한 사람이 양쪽 자리에 앉아 서명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이런 장면에 특별대리인이라는 제3의 자리를 끼워 넣었습니다. 어떤 경우에 필요하고 누가 어디에 청구하며 빠뜨리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친권자가 대신 하는 일의 한계
대리권의 근거부터 봅니다.
제920조를 보면 친권자는 법정대리인으로서 자녀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대신 처리합니다. 다만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자녀가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을 내용으로 하는 채무라면 그 자녀 본인이 동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함께 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제920조의2가 따라옵니다. 한쪽 부모가 공동명의를 써서 대리하거나 동의를 해 주었다면, 다른 쪽 뜻과 어긋나더라도 그 행위는 유효합니다. 거래 상대가 그 사정을 알고 있었던 때에만 예외가 됩니다.
주의의 수준도 정해져 있습니다. 제922조는 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을 행사할 때 자기의 재산에 관한 행위와 동일한 주의를 하도록 요구합니다. 남의 재산을 맡은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낮은 기준이지만, 이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친권자 자신의 이익이 걸렸을 때입니다.
특별대리인
특정한 행위 하나에 관하여 미성년 자녀를 대리하도록 법원이 따로 세우는 사람입니다. 친권을 대신 맡는 자리가 아니라 그 행위가 끝나면 역할도 끝나는 한시적인 자리입니다. 후견인과 달리 신상에 관한 권한은 없습니다.
어떤 자리에서 이해가 맞서나
제921조 제1항을 봅니다. 자녀와 친권자의 이익이 서로를 깎는 행위라면, 친권자 쪽에서 먼저 법원에 특별대리인을 세워 달라고 청구해야 합니다. 청구할 수 있다가 아니라 청구하여야 한다는 문장입니다.
실제로 문제 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 장면 | 맞서는 지점 |
|---|---|
| 배우자 사망 후 상속재산 분할협의 | 생존 배우자와 자녀가 같은 상속인 자리에 선다 |
| 자녀 명의 부동산을 부모 빚의 담보로 제공 | 부모가 이익을 얻고 자녀가 위험을 진다 |
|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사들이는 매매 | 파는 쪽과 사는 쪽이 한 사람이 된다 |
| 자녀가 부모의 채무를 보증 | 부담이 자녀에게만 남는다 |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은 첫 줄입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 남은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되면, 누가 얼마를 가져갈지를 정하는 협의에서 두 사람의 몫은 서로를 깎아 먹는 관계에 놓입니다. 이때 부모가 자녀를 대리해 협의서에 서명하면 형식은 갖추어졌으나 내용은 한쪽이 혼자 정한 것이 됩니다.
반대로 자녀에게 이익만 생기는 행위라면 이 조문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그냥 주는 증여가 그렇습니다.
아이가 둘 이상일 때는
제2항이 따로 있습니다.
친권에 따르는 자녀가 여럿이고 그들끼리 이익이 맞부딪치는 행위라면, 그중 한 사람을 위한 특별대리인을 세워 달라고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부모 자신에게는 걸린 것이 없더라도, 형제 가운데 한쪽이 더 받으면 다른 쪽이 덜 받는 구조라면 같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조문은 한쪽이라고 적었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여러 명을 세웁니다. 세 자녀가 모두 상속인인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친권자가 한 명을 대리하면 나머지 두 명에게 각각 다른 사람이 붙어야 합니다.
누가 어디에 청구하나
청구하는 사람은 친권자입니다. 조문이 그렇게 정해 두었습니다.
사건의 성격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의 라류 목록 안에 이 선임 사건이 들어 있습니다. 관할은 제44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친권에 관한 사건으로서 미성년자인 자녀의 주소지 가정법원입니다.
- 제36조에 따라 심판청구서를 작성합니다. 당사자의 등록기준지와 주소, 청구 취지와 원인, 청구 연월일, 법원의 표시를 적습니다.
- 어떤 행위를 위한 선임인지를 특정합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라면 그 협의의 대상과 범위를 적습니다.
- 특별대리인이 될 사람의 인적 사항과 승낙 의사를 함께 냅니다.
-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상속의 경우 피상속인의 제적 자료를 붙입니다.
심리는 가볍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제45조에 따라 라류 심판은 관계인을 따로 부르지 않고도 할 수 있고, 제39조 제3항은 그 심판서에서 이유를 생략해도 된다고 합니다.
확인할 것
· 문제 되는 행위가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인지
· 친권에 따르는 자녀가 몇 명인지
· 세울 사람이 그 행위에 이해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 심판을 고지받은 날과 행위를 해야 하는 날의 간격
· 협의서나 계약서에 특별대리인 자격을 어떻게 적을지
선임 없이 한 행위는
조문은 청구하여야 한다고만 적었습니다. 어겼을 때의 효력은 여기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실무에서는 대리권 없이 한 행위로 보아 효력이 다투어집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서를 등기소에 제출하는 단계에서 특별대리인 선임 심판서를 함께 요구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류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등기가 나가지 않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자녀가 성년이 되어 자기 명의 재산을 살피다가 그 시절의 협의를 알게 되는 식인데, 그때는 이미 제3자에게 넘어간 부분까지 얽혀 정리가 어렵습니다.
후견인에게도 같은 규칙이 붙는다
제949조의3이 후견인에 대하여 제921조를 준용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단서가 있습니다. 후견감독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감독하는 사람이 이미 있으면 별도의 특별대리인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구조입니다.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제950조 제1항이 작동합니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나 상속의 승인, 한정승인, 포기,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협의를 할 때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동의 없이 한 행위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
주의
특별대리인으로 세울 사람을 고를 때 조부모나 삼촌처럼 가까운 친족을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도 같은 상속의 이해관계인이라면 자리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 행위에 걸린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을 고르시고, 적당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으면 변호사를 후보로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리
부모와 자녀의 이익이 부딪치는 행위, 그리고 형제들끼리 이익이 부딪치는 행위에는 특별대리인이 필요합니다. 청구는 친권자가 하고,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으로 자녀 주소지 가정법원이 맡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가장 흔한 자리입니다.
후견인에게도 같은 규칙이 준용되지만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제외됩니다. 어떤 행위가 이해상반에 해당하는지는 재산의 구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협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20조, 제920조의2, 제921조, 제922조, 제949조의3, 제950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36조, 제39조, 제44조, 제4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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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배우자가 사망해 저와 아이가 함께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친권자와 자녀의 이해가 맞서는 대표적인 행위입니다. 협의서를 작성하기 전에 자녀 주소지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 심판을 청구하셔야 합니다.
아이가 둘인데 특별대리인도 둘이어야 하나요?
형제끼리 이익이 부딪치는 행위라면 각자를 대리할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친권자가 한 아이를 맡는다면 나머지 아이마다 다른 사람을 세우는 방식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필요한가요?
자녀에게 이익만 생기고 부담이 따르지 않는 행위라면 이해가 맞선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근저당이 붙은 부동산처럼 부담이 함께 넘어가는 경우에는 달리 볼 여지가 있으므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선임 심판은 얼마나 걸리나요?
라류 사건은 관계인을 따로 부르지 않고도 심판할 수 있어 비교적 빠르게 끝나는 편입니다. 다만 법원과 사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협의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여유를 두고 청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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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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