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에 서류를 내러 가면 접수 창구에서 사건의 갈래부터 묻습니다. 가류인지 나류인지, 아니면 라류나 마류인지에 따라 사건번호의 부호가 달라지고 밟아야 할 절차도 달라집니다. 당사자로서는 이름표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한 글자가 조정을 거쳐야 하는지, 합의로 끝낼 수 있는지, 판결의 효력이 누구에게까지 미치는지를 결정합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가 그어 놓은 칸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먼저 소송과 비송으로 갈린다
제2조 제1항은 가사사건을 두 덩어리로 묶어 놓았습니다. 제1호가 가사소송사건이고 제2호가 가사비송사건입니다.
소송은 권리와 의무의 존부를 다투어 판가름하는 절차입니다. 원고와 피고가 마주 서고, 판결로 끝납니다. 비송은 성격이 다릅니다. 법원이 후견적인 자리에서 무엇이 적당한지를 정해 주는 절차이고 심판으로 끝납니다.
가사소송사건 아래에 가류와 나류와 다류가 있고, 가사비송사건 아래에 라류와 마류가 있습니다. 앞의 세 글자만 떼어 놓고 보아도 그 안에 다시 층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1항은 이 5개 갈래를 모두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묶었습니다. 지방법원에 잘못 내면 이송 절차를 거치니 처음부터 갈래를 확인해 두십시오.
가류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
여섯 가지뿐입니다. 혼인과 이혼과 인지의 무효, 입양과 파양의 무효, 그리고 친생자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건입니다.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전부 무효 아니면 존부 확인입니다. 없던 일을 없다고 확인하거나,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들은 당사자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혼인이 무효인지 아닌지는 두 사람이 합의한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판결의 효력도 제3자에게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이 이 칸에 들어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부모와 자녀인지 아닌지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사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다고 해서 서류가 저절로 정리되지 않고,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의 사건으로 판결을 받아야 가족관계등록부가 바뀝니다.
나류는 왜 열다섯 개나 되나
이 칸에 담긴 항목은 열다섯입니다. 재판상 이혼과 재판상 파양이 대표적입니다. 혼인의 취소와 이혼의 취소, 입양의 취소와 파양의 취소, 친양자 입양을 취소하는 재판과 친양자의 파양이 나란히 놓였습니다. 친생부인과 인지청구, 인지의 취소, 인지에 대한 이의도 여기이고, 아버지를 정하는 재판과 사실상의 혼인관계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사건, 상속권을 잃게 하는 선고도 이 칸입니다.
가류와 견주어 보면 성격이 뚜렷해집니다. 이쪽은 지금 있는 관계를 끊거나 새로 맺는 재판입니다. 재판상 이혼이 대표적입니다. 판결이 나야 비로소 혼인이 끝납니다.
취소라는 낱말이 여러 번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취소는 이미 성립한 것을 재판으로 되돌리는 일이라 법원의 선언이 있어야 효과가 생깁니다.
민법이 고쳐져 새로운 유형의 재판이 생기면 제2조의 목록에도 자리가 함께 만들어집니다. 상속권을 잃게 하는 선고가 뒤늦게 끼어든 것이 그 예입니다.
무효와 취소가 갈라지는 자리
같은 혼인을 두고도 무효를 구하면 가류, 취소를 구하면 나류가 됩니다. 사건의 갈래가 달라지면 조정을 먼저 거쳐야 하는지, 소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함께 달라집니다. 청구 취지를 잡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대목입니다.
다류는 돈이 걸린 칸이다
네 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 약혼을 깨뜨리거나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데 따른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의 청구
- 혼인이나 이혼이 무효가 되거나 취소된 일, 이혼 그 자체를 원인으로 삼는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의 청구
- 입양이나 파양이 무효가 되거나 취소된 일, 파양을 원인으로 삼는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의 청구
- 민법 제839조의3에 따라 재산분할청구권을 지키려고 내는 사해행위 취소와 원상회복의 청구
앞의 세 항목에는 괄호가 붙어 있습니다. 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한다는 문구입니다. 배우자만이 아니라 부정행위에 가담한 상대나 혼인을 깨뜨리는 데 개입한 시댁 식구를 상대로 하는 청구도 이 칸에 들어옵니다.
성질로 보면 민사의 손해배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가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가정법원이 함께 다루도록 묶어 둔 것입니다.
넷째 항목은 조금 다른 결입니다. 민법 제839조의3은 재산분할청구권을 지키기 위한 사해행위 취소를 따로 두었고, 그 청구를 가정법원으로 끌어와 다류에 넣었습니다. 상대가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보일 때 쓰는 통로입니다.
라류와 마류는 어떻게 다른가
비송 쪽도 둘로 나뉩니다. 갈림의 기준은 다툴 상대가 있는지입니다.
라류는 상대방이 없습니다. 성년후견 개시, 실종선고, 자녀의 성과 본 변경허가, 상속의 한정승인 신고 수리, 유언의 검인처럼 법원의 허가나 처분을 구하는 사건들입니다.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에는 1)부터 48)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고, 삭제된 칸을 빼고도 40개가 넘는 항목이 살아 있습니다.
마류는 상대방이 있습니다. 나목에 1)부터 10)까지 열 항목이 적혀 있고, 양육에 관한 처분과 면접교섭, 재산분할, 친권자의 지정과 변경, 부양에 관한 처분, 기여분의 결정,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처분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서로 이해가 맞서는 사건이라 소송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행됩니다.
갈래가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나
실무에서 체감되는 차이를 모으면 이렇습니다.
| 갈래 | 성격 | 조정을 먼저 거치나 |
|---|---|---|
| 가류 | 신분관계의 무효와 존부 확인 | 아니오 |
| 나류 | 신분관계를 끊거나 맺는 형성의 재판 | 예 |
| 다류 | 가정사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 예 |
| 라류 | 상대방 없는 허가와 처분 | 아니오 |
| 마류 | 상대방이 있는 처분 | 예 |
표의 오른쪽 칸이 제50조가 정한 문턱입니다. 나류와 다류, 그리고 마류에만 그 관문이 놓여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병합입니다. 이혼과 위자료와 재산분할과 친권자 지정은 저마다 나류, 다류, 마류에 흩어져 있지만 한 사건으로 묶어 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갈래가 다르다고 따로 낼 일은 아닙니다.
청구 취지를 잡을 때의 순서
확인할 것
· 구하려는 결론이 확인인지, 형성인지, 금전인지
·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사건인지
· 조정을 먼저 신청해야 하는 갈래인지
· 함께 묶어 낼 청구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갈래인지
· 제소기간이 정해진 청구가 섞여 있는지
마지막 항목을 흘려 넘기면 곤란해집니다. 나류에 속한 청구 가운데는 사유를 안 날부터 계산하는 기간이 붙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 갈래를 잘못 잡아 시간을 흘려보내면 내용을 다투어 볼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정리
제2조는 가사사건을 소송과 비송으로 나눈 뒤 다시 다섯 갈래로 쪼개 두었습니다. 가류는 확인, 나류는 형성, 다류는 금전, 라류는 상대 없는 허가, 마류는 상대 있는 처분입니다.
이 이름표는 사건번호를 붙이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조정을 거쳐야 하는지, 합의로 끝낼 수 있는지, 판결의 힘이 어디까지 뻗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청구서를 쓰기 전에 갈래부터 맞춰야 절차가 헛돌지 않으니, 사안이 여러 청구에 걸쳐 있다면 변호사와 함께 구성부터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2조, 제37조, 제50조 · 민법 제815조, 제816조, 제839조의3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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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을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나요?
각각 나류와 다류와 마류에 속하지만 실무에서는 한 사건으로 병합해 진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청구 취지를 항목별로 나누어 적고 그에 맞는 인지액을 계산하시면 됩니다.
혼인 무효와 혼인 취소 가운데 무엇으로 내야 하나요?
사유가 민법 제815조에 해당하면 무효로 가류, 제816조에 해당하면 취소로 나류가 됩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갈리므로 증명서와 경위 자료를 놓고 먼저 판단하셔야 합니다.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가정법원에 내나요?
다류 사건은 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가정법원의 관할입니다. 배우자에 대한 청구와 함께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류 사건에도 상대방을 적어야 하나요?
라류는 상대방을 전제하지 않는 사건이라 청구인만 있습니다. 다만 이해관계 있는 사람이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절차에 참가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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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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