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은 되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스스로 꾸리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께 전면적인 후견을 붙이는 것은 과합니다. 민법은 이런 중간 지대를 위해 기간이나 사무를 콕 집어 도움을 주는 제도를 따로 두었습니다. 다른 후견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본인의 행위능력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권한이 어디까지 주어지고 언제 끝나는지를 조문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을 위한 제도인가
민법 제14조의2 제1항이 대상을 적었습니다. 질병이나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본인과 배우자, 4촌 안의 친족, 미성년후견인과 그 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이 결정적인 제한을 겁니다. 특정후견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가족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본인의 뜻에 어긋나면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3항은 심판을 할 때 특정후견의 기간 또는 사무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한 줄이 제도 전체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왜 기간과 사무를 먼저 정하나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겠다는 뜻입니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은 개시되면 본인의 법률행위에 제약이 생깁니다. 이와 달리 특정후견은 그런 효과를 만들지 않습니다. 심판이 있은 뒤에도 본인은 예전과 똑같이 계약을 맺고 재산을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범위를 먼저 그립니다. 부동산 한 건의 매도, 요양시설 입소 계약, 보험금 청구처럼 사무를 특정하거나, 여섯 달이나 1년처럼 기간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그 테두리 밖의 일에 후견인이 관여할 근거는 생기지 않습니다.
특정후견
본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정해진 사무나 기간에 한정해 후원을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개시와 종료라는 표현 대신 심판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도 상태가 아니라 일회적 처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할 수 있는 처분은 무엇인가
민법 제959조의8은 가정법원이 피특정후견인의 후원을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만 적었습니다. 문언이 넓어 사람을 붙이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제959조의9 제1항은 그 처분의 하나로 특정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후원하거나 대리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선임과 사임, 변경에 관한 여러 조문을 준용하여 절차를 성년후견 쪽과 맞추어 두었습니다.
제959조의10은 감독이 필요한 경우를 위한 조문입니다.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본인과 친족, 특정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특정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재산 규모가 크거나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안에서 자주 붙습니다.
대리권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오해가 가장 많습니다. 특정후견인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을 대리할 수는 없습니다.
민법 제959조의11 제1항은 후원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가정법원이 기간이나 범위를 정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심판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임 심판과 대리권 수여 심판이 별개라는 구조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한 겹을 더 씌웁니다. 법원은 대리권을 행사할 때 가정법원이나 특정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큰 금액이 오가는 사무에서 자주 붙는 조건입니다.
- 선임 심판만 받은 상태에서 은행 창구에 가면 권한을 보여 줄 서류가 없습니다.
- 대리권 수여 심판을 함께 받아야 후견등기사항증명서에 그 범위가 드러납니다.
- 동의 조건이 붙었다면 동의를 받은 사실까지 갖추어야 거래가 마무리됩니다.
심판 절차에서 무엇을 거치나
가사소송법은 특정후견의 심판과 특정후견인 선임을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합니다. 관할은 같은 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2가 정합니다. 피후견인이 될 사람이 주소를 둔 곳의 가정법원입니다. 다만 특정후견의 심판이 확정된 이후의 후견에 관한 사건은 그 심판을 한 법원이 계속 맡습니다.
정신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 심판에서는 의사 감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45조의2 제2항은 의사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그 의견을 말로 듣거나 진단서에 준하는 서면으로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제45조의3은 진술을 들어야 할 사람을 열거합니다. 특정후견의 심판에서는 피특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특정후견인 선임 심판에서는 본인과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각각 듣게 되어 있습니다.
언제 끝나고 무엇이 남나
정해진 기간이 지나거나 맡긴 사무가 끝나면 그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별도의 종료 심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다른 후견과 다릅니다.
민법 제959조의12는 특정후견의 사무에 관하여 위임과 후견에 관한 여러 조문을 준용합니다. 제959조의13은 임무가 끝난 경우에 관한 조문들을 함께 준용하여 계산과 인계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확인할 것
· 심판문에 적힌 기간의 마지막 날과 사무의 범위
· 대리권 수여 심판을 따로 받았는지, 그 범위가 사무와 일치하는지
· 대리권 행사에 동의 조건이 붙어 있는지
· 후견등기사항증명서에 위 내용이 그대로 올라가 있는지
·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다른 후견으로 옮겨 가야 할 때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법 제14조의3은 이 경우의 정리 방법을 적었습니다. 피특정후견인에 대하여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때에는 종전의 특정후견을 종료하는 심판을 함께 하고,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제도가 겹쳐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특정후견으로 시작했다가 범위를 계속 넓혀 가는 방식은 조문의 설계와 맞지 않으므로, 필요가 커졌다면 제도 자체를 바꾸는 쪽으로 검토하시는 편이 맞습니다.
정리
특정후견은 본인의 행위능력을 건드리지 않고 정해진 사무와 기간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는 할 수 없고, 심판을 할 때 기간이나 사무의 범위를 반드시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후견인이 선임되었다고 대리권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대리권은 기간과 범위를 정한 별도의 심판으로 주어지며, 행사에 동의 조건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무가 필요한지를 먼저 구체적으로 정리한 다음 청구 취지를 잡으시고, 범위 설정이 애매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문안을 다듬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4조의2, 제14조의3, 제959조의8, 제959조의9, 제959조의10, 제959조의11, 제959조의12, 제959조의13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제45조의2, 제45조의3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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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특정후견인이 선임되면 아버지가 직접 계약을 못 하시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후견은 본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심판 이후에도 본인이 직접 법률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제한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한정후견이나 성년후견 쪽을 검토하게 됩니다.
선임 심판만 받았는데 은행에서 서류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왜 그런가요?
대리권은 선임과 별개의 심판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959조의11에 따라 기간이나 범위를 정한 대리권 수여 심판을 받아야 그 내용이 후견등기사항증명서에 드러납니다.
본인이 후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청구할 수 있나요?
조문이 본인의 뜻에 어긋나는 심판을 금하고 있습니다. 반대 의사가 분명하다면 이 제도로는 진행되지 않으므로,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셔야 합니다.
기간이 끝나면 따로 종료 심판을 받아야 하나요?
정해진 기간이 지나거나 맡긴 사무가 끝나면 그 범위에서 효력이 다합니다. 다른 후견으로 옮겨 가는 경우에는 법원이 개시 심판을 하면서 종전 특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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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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