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상 이혼을 다투는 법정에서 판사가 아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 이혼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누가 키울지를 의논해 보라고 합니다. 당사자로서는 순서가 뒤집힌 듯 느껴지지만 이것은 판사의 성향이 아니라 조문에 적힌 절차입니다. 가사소송법이 법원에 그렇게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결론보다 앞에 두었는지, 무엇을 의논하라는 것인지,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권고는 법원의 의무로 적혀 있다
제25조 제1항의 문장을 그대로 보겠습니다.
가정법원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부부의 혼인의 취소나 재판상 이혼의 청구를 심리할 때, 그 청구가 인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부모에게 정해진 사항을 미리 협의하도록 권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닙니다.
조건은 둘입니다.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을 것, 그리고 사건이 혼인 취소나 재판상 이혼일 것입니다.
인용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대목이 이 조문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결론이 나기 전에 미리 준비시키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이혼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아이의 생활은 곧바로 새 틀 위에서 굴러가야 하는데, 그날 이후에 다시 몇 달을 다투면 그 사이의 공백을 아이가 떠안습니다.
협의권고
본안의 결론을 내기 전에 법원이 부모에게 자녀에 관한 사항을 미리 의논하도록 권하는 절차입니다. 강제력이 있는 명령은 아니지만 법원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이고, 여기서 정리된 내용은 뒤따르는 재판의 판단 자료가 됩니다.
무엇을 의논하라는 것인가
조문이 두 가지를 호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제1호는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될 사람이고, 제2호는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양육과 면접교섭권입니다.
친권과 양육은 이름이 붙어 다니지만 같은 것이 아닙니다.
| 구분 | 담는 내용 | 근거 |
|---|---|---|
| 친권자 지정 | 법률행위 대리와 재산관리, 신상에 관한 결정 | 민법 제909조 |
| 양육자 결정 | 실제로 데리고 살며 돌보는 사람 | 민법 제837조 제2항 1호 |
| 양육비용 부담 | 금액, 지급일, 지급 방법 | 민법 제837조 제2항 2호 |
| 면접교섭 | 행사 여부와 구체적인 방법 | 민법 제837조 제2항 3호 |
민법 제837조 제2항은 양육에 관한 협의가 세 가지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양육자의 결정,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와 그 방법입니다. 하나라도 비워 두면 협의로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면접교섭은 권리의 주인이 둘이라는 점도 기억할 대목입니다. 제837조의2 제1항은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와 자녀가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어른의 권리일 뿐 아니라 아이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혼인무효 사건에도 붙는 이유
제25조 제2항이 범위를 한 칸 넓힙니다.
가정법원이 혼인무효의 청구를 심리하여 그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에, 남편과 부자관계가 존속되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으면 제1항과 같이 권고하도록 했습니다. 혼인은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어도 아이와 아버지 사이의 관계까지 함께 사라지지는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혼인이 무효라는 결론만 내고 끝내면 아이의 자리가 비어 버립니다. 그 공백을 메우려고 넣은 조항입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이 붙지는 않습니다. 대신 법원이 직접 정합니다.
민법 제909조 제5항은 혼인의 취소나 재판상 이혼,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한다고 했습니다. 당사자가 청구하지 않아도 판결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 제4항은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면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양육 쪽은 제837조 제4항이 받습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결정하고, 이때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합니다.
한 번 정해졌다고 영영 고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837조 제5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부, 모, 자녀, 검사의 청구나 직권으로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협의서에 적을 것
· 친권자와 양육자를 각각 누구로 할지
· 양육비의 금액과 매달 지급일, 입금 계좌
·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의 기간과 물가에 따른 조정 방식
· 면접교섭의 요일과 시간, 방학과 명절의 처리
· 학교와 병원 관련 정보를 서로 어떻게 공유할지
정해진 내용은 어떻게 지켜지나
합의만 해 두고 지켜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서 집행 장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제64조 제1항은 판결, 심판, 조정조서, 양육비부담조서에 따른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때 이행명령을 낼 수 있게 합니다. 금전 지급, 유아의 인도, 면접교섭 허용이 그 대상입니다.
- 제64조 제2항은 이행명령을 할 때 미리 당사자를 심문하고 제67조 제1항과 제68조의 제재를 고지하도록 했습니다.
- 제67조 제1항은 명령을 어긴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제63조의2는 양육비를 2회 이상 주지 않은 경우 급여에서 공제해 직접 지급하도록 명하는 길을 둡니다.
- 제63조의3은 담보 제공을 명하고, 기간 안에 담보를 내지 않으면 일시금 지급을 명할 수 있게 합니다.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도 손을 쓸 수 있습니다. 제62조 제1항의 사전처분이 관계인의 감호와 양육을 위한 처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심리 중에 아이의 생활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신청해 볼 수 있습니다.
주의
협의가 상대에 대한 감정을 접는 절차로 오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정하는 것은 부부 사이의 잘잘못이 아니라 아이의 다음 학기 생활입니다. 양육비 금액을 낮추어 주는 대신 면접교섭을 포기하는 식의 맞바꾸기는 나중에 변경 청구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 사항을 따로 떼어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미성년 자녀가 있는 혼인 취소나 재판상 이혼 사건에서 법원은 친권자 지정과 양육, 면접교섭에 관하여 미리 협의하도록 권고해야 합니다. 혼인무효 사건에서도 부자관계가 남는 자녀가 있으면 같습니다.
양육에 관한 협의에는 양육자, 양육비용, 면접교섭 세 가지가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협의가 안 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정하고, 정해진 뒤에는 이행명령과 과태료, 직접지급명령이 뒤를 받칩니다. 어떤 안을 들고 협의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판결문에 남는 문장이 달라지므로, 권고를 받으셨다면 변호사와 함께 구체적인 조건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25조, 제62조, 제63조의2, 제63조의3, 제64조, 제67조 · 민법 제837조, 제837조의2, 제909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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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직 이혼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왜 아이 문제를 먼저 정하나요?
조문이 청구가 인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협의하도록 권고하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결이 확정되는 날부터 아이의 생활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때 가서 다투면 공백이 생깁니다. 협의가 되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없고 법원이 직권으로 정합니다.
친권자와 양육자를 다르게 정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친권은 재산관리와 신상에 관한 결정 권한이고 양육은 실제로 데리고 살며 돌보는 일이어서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나누어 정하면 학교나 은행 업무에서 서로 협조가 필요해지므로 그 절차까지 협의서에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양육비를 정해 두었는데 상대가 주지 않습니다.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명령을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두 차례 이상 밀렸다면 급여에서 바로 공제하게 하는 직접지급명령도 검토해 보십시오.
면접교섭을 정해 두었는데 아이가 가기 싫어합니다.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청구나 직권으로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거부하기보다 변경 청구로 방식을 조정하는 쪽이 분쟁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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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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