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서 한쪽을 친권자로 정해 두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습니다. 남은 부모가 당연히 자리를 이어받을 것 같지만 민법은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제909조의2가 그 장면을 따로 붙잡아, 법원이 한 번 들여다본 뒤에 결론을 내도록 해 두었습니다. 짧은 기간도 함께 정해져 있어 손을 놓고 있으면 자리가 다른 곳으로 넘어갑니다. 조항을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남은 부모가 그대로 이어받지는 않는다
많은 분이 여기서 놀라십니다.
협의나 재판으로 단독 친권자가 정해졌다가 그 사람이 사망하면, 남은 부모에게 친권이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가정법원의 지정입니다. 청구가 있어야 하고 심판이 있어야 자리가 채워집니다.
그 사이 아이는 법률상 친권자가 없는 상태에 놓입니다. 예금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 일이 모두 막힙니다. 서류가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이 공백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자동으로 넘기지 않기로 했나
2011년 5월에 이 조문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 전에는 남은 부모가 당연히 친권자가 된다는 해석이 통했고, 그것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혼 뒤 오랫동안 아이를 찾지 않던 사람, 양육비를 한 번도 보내지 않은 사람이 상속과 보험금이 걸린 시점에 갑자기 나타나 친권자로 행세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법이 그 자리를 그냥 내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입법은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혈연이 아니라 지금 아이를 기를 수 있는가를 심사한 뒤에 자리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남은 부모를 배제하려는 규정이 아니라, 한 번 확인하고 넘기자는 규정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단독 친권자
제909조 제4항부터 제6항까지에 따라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친권자로 정해진 경우를 말합니다.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에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고, 혼인외의 자녀가 인지된 뒤에 정해지기도 합니다. 제909조의2는 이렇게 정해진 사람이 사망한 장면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기간이 두 개입니다.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그리고 사망한 날부터 6개월입니다. 둘 중 먼저 닥치는 쪽이 만기가 됩니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셋입니다. 생존하는 부 또는 모, 미성년자 본인, 그리고 미성년자의 친족이며, 아이 자신이 청구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1개월은 짧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상속 서류를 챙기다 보면 그대로 지나가기 쉬운 길이입니다. 사망진단서를 받은 날을 달력에 표시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구가 없으면 무엇이 열리나
기간이 지나면 방향이 바뀝니다. 제3항에 따라 가정법원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게 되고, 직권으로도 가능합니다. 청구권자도 넓어져 미성년자와 그 친족은 물론 이해관계인과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 들어옵니다.
다만 남은 부모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같은 항 뒤에 절차적 배려가 붙어 있어, 소재를 알 수 없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부모가 아닌 사람이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부모나 이모, 삼촌이 그 자리에 서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정하나
판단 기준이 두 조문에 나뉘어 적혀 있습니다.
제912조 제2항은 친권자를 지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정하고,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법원이 서면만 보고 끝내지 않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909조의2 제4항은 더 구체적입니다. 양육의사와 양육능력, 청구 동기, 미성년자의 의사,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적절하지 않다고 보면 청구를 기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각하는 경우에는 그대로 두지 않고,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하거나 남은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 사망 전까지 아이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 왔는지
- 양육비와 면접교섭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
- 지금 아이를 돌볼 주거와 소득이 있는지
- 아이가 누구와 살기를 바라는지
- 청구가 상속이나 보험금과 맞물려 있는지
마지막 항목이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됩니다. 동기가 재산 쪽에 있다고 보이면 심사가 꼼꼼해집니다.
심판이 날 때까지 아이 일은 누가 처리하나
공백을 메우는 장치가 제5항에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친권자가 지정되거나 후견인이 선임될 때까지 그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가 그 사유 가운데 첫 번째로 적혀 있습니다. 이 임무대행자에게는 제25조와 제954조가 준용되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급한 일이 있다면 이 제도를 먼저 떠올리셔야 합니다. 친권자 지정 심판을 청구하면서 함께 신청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입양이 끝난 경우에도 같은 규칙인가
제2항이 비슷한 구조를 한 번 더 깔아 둡니다.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또는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에 친생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기간은 앞과 같이 1개월과 6개월입니다.
다만 단서가 붙습니다. 친양자의 양부모가 사망한 경우는 여기서 빠집니다. 친양자 입양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끊는 제도이므로 그 쪽으로 자리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견이 먼저 열렸더라도 끝은 아닙니다. 제6항은 선임 뒤의 양육 상황과 양육 능력의 변동, 미성년자의 의사를 고려해 필요하면 후견을 종료하고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한 번의 결정으로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리
단독 친권자의 사망은 친권의 자동 승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남은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혈연의 확인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지정 심판입니다.
기간이 관건입니다. 안 날부터 1개월과 사망한 날부터 6개월 가운데 먼저 오는 날을 넘기면 후견인 선임 절차로 넘어가고, 그 자리에서는 부모가 아닌 사람이 법정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심사 기준은 제912조의 복리와 제909조의2 제4항이 열거한 사정이며, 결정이 날 때까지의 공백은 임무대행자로 메웁니다.
장례를 마치자마자 달력을 먼저 보셔야 하는 사안입니다. 남은 기간과 필요한 서류를 변호사와 함께 정리하시고, 급한 처리가 있다면 대행자 선임을 같이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5조, 제909조, 제909조의2, 제912조, 제95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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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혼할 때 제가 친권자가 아니었습니다. 전 배우자가 사망했습니다.
생존한 부모로서 친권자 지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망을 안 날부터 1개월과 사망일부터 6개월 가운데 먼저 오는 날 안에 가정법원에 청구하셔야 합니다.
기간을 놓쳤는데 방법이 없나요?
지정 청구의 기간은 지나갔지만 길이 완전히 막히지는 않습니다. 후견인이 선임된 뒤라도 제909조의2 제6항에 따라 후견을 끝내고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동안의 양육 관계를 보여 줄 자료를 모으시기 바랍니다.
외할머니가 아이를 계속 키워 왔습니다.
친족도 청구권자에 들어가므로 후견인 선임을 구할 수 있고, 남은 부모의 지정 청구가 있더라도 법원은 양육 능력과 아이의 의사를 함께 봅니다. 그동안 실제로 돌봐 온 사정을 기록으로 정리해 두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심판이 나기 전에 보험금 청구를 해야 합니다.
친권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처리가 막히므로 임무대행자 선임을 함께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행자가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청서에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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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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