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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일조회 4

후견 심판 전에 본인 말을 꼭 듣는 까닭

후견을 열어 달라는 청구서는 대개 가족이 씁니다. 정작 그 심판의 결과를 온몸으로 받는 사람은 서류를 쓰지 않은 쪽이고, 판단 능력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나기 쉽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이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후견에 관한 심판을 하기 전에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를 열세 개의 항목으로 늘어놓고, 그중 일부는 듣는 것을 넘어 직접 심문하도록 요구합니다. 절차가 왜 이렇게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능력을 다투는 절차가 능력을 지우지는 않는다

출발점은 실체법에 있습니다.

민법 제9조 제2항은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적었고, 제936조 제4항은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요구합니다. 제947조는 사무를 처리할 때도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의사를 존중하라고 이어 붙였습니다. 세 조문이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제947조의2 제1항은 더 직접적입니다. 피성년후견인은 신상에 관하여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고, 후견이 열렸다고 해서 의사 전부가 대리로 대체되지는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절차법은 이 선언을 실행하는 장치입니다. 말을 들으라는 규정이 없으면 위의 문장들은 심판문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합니다.

열세 개의 항목이 늘어서 있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은 진술을 들어야 하는 심판을 호마다 나누어 적었습니다. 개시와 종료, 후견인과 감독인의 선임, 그 변경, 취소할 수 없는 법률행위의 범위 결정까지 후견 절차의 주요 길목이 거의 다 들어가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듣는 대상이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선임 심판에서는 피후견인이 될 사람과 후견인이 될 사람을 함께 듣고, 변경 심판에서는 변경이 청구된 후견인과 새로 후견인이 될 사람을 모두 듣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입니다.

제1호에는 단서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의 진술을 듣도록 방향을 바꿉니다. 이미 스스로 골라 둔 사람이 있는데 법원이 그 선택을 모른 채 다른 후견을 열어 버리는 일을 막는 장치입니다.

진술 청취와 심문
진술 청취는 의견을 듣는 절차 전반을 가리키며 서면조회나 조사관을 통한 조사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심문은 법원이 당사자를 직접 대면하여 묻는 절차입니다. 앞의 것은 방법이 열려 있고 뒤의 것은 방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듣는 것과 직접 묻는 것을 갈라 두었다

같은 조문 제2항이 한 단계를 더 얹습니다.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진술을 듣는 경우, 즉 후견을 열거나 끝내는 심판에서는 본인을 심문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서면으로 의견을 받아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왜 이 둘만 골랐는지는 결과의 무게를 보면 짐작이 갑니다. 개시 심판은 한 사람의 법률행위 능력에 제한을 붙이는 재판이고, 종료 심판은 그 제한을 거두는 재판입니다. 나머지 항목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이 두 지점은 사람의 지위 자체를 바꿉니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심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제1항 본문의 단서가 이 상황을 다룹니다. 피성년후견인이나 피임의후견인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진술 청취 의무가 걷힙니다.

다만 이 단서를 넓게 쓰면 조문 전체가 비어 버립니다. 실무에서 기록에 남아야 하는 것은 표명할 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그렇게 판단한 근거입니다. 진단서, 요양기관의 기록, 조사관이 방문해 남긴 보고가 그 자리를 메웁니다.

말이 어눌하다는 사정과 의사를 표명할 수 없다는 사정은 다릅니다. 짧은 대답이라도 가능하다면 법원은 듣는 쪽을 택합니다.

  • 본인이 대답할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 청구서에 본인의 희망이 무엇인지를 들은 그대로 적어 둡니다.
  • 후견계약을 맺어 둔 적이 있다면 등기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 가족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면 그 갈림을 감추지 말고 적습니다.
  • 의사 표명이 어렵다고 볼 사정은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법원이 직접 보러 갈 수도 있다

심문이 법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45조의3 제3항은 심문을 위하여 검증이 필요한 경우에 민사소송법 제365조와 제366조 제1항, 제3항을 준용하도록 했습니다. 거동이 어려워 출석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법원이 병실이나 자택으로 찾아가 직접 확인하는 통로를 열어 둔 것입니다.

이 절차에는 이를 받치는 제재도 붙어 있습니다. 제67조의2는 제3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준용되는 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합니다.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자료를 내놓지 않아 심문이 막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규정입니다.

심판이 난 뒤에도 눈은 남는다

제45조의4는 시점이 다릅니다. 앞의 조문이 심판 전의 절차라면 이쪽은 후견이 시작된 뒤의 이야기입니다.

제1항은 가정법원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 후견사무의 실태나 피후견인의 재산 상황을 조사하게 하거나 임시로 재산관리를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원사무관이나 가사조사관에게 같은 일을 맡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2항은 그 사람에게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상당한 보수를 줄 수 있게 하되, 법원 소속 공무원에게는 따로 보수를 주지 않는다고 갈라 두었습니다. 제3항은 임시로 재산관리를 하는 사람에게 민법 제681조와 제684조, 제685조, 제688조를 준용해 수임인에 준하는 의무를 지웁니다.

확인할 것
· 청구하려는 심판이 제45조의3 제1항의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
· 개시나 종료 심판이라면 본인 심문 일정이 잡혀 있는지
· 본인이 진술하기 어려운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지
· 후견이 시작된 뒤 조사나 임시 재산관리가 필요한 상황인지

정리

후견 절차에서 본인의 말을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법이 정한 순서입니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3은 진술을 들어야 하는 심판을 열세 개로 늘어놓았고, 그중 개시와 종료 심판에서는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심문하도록 요구합니다.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이 의무가 걷히며 그 판단에는 자료가 따라야 합니다. 심판이 끝난 뒤에는 제45조의4가 사무의 실태와 재산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남겨 둡니다. 가족의 후견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본인이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부터 정리해 보시고,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면 청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순서를 짚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45조의4, 제67조의2 · 민법 제9조, 제681조, 제936조, 제947조, 제947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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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버지가 말을 거의 못 하시는데 심문을 꼭 받아야 하나요?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진술 청취와 심문 의무가 걷힙니다. 다만 그 판단을 법원이 하므로 진단서와 요양기관 기록을 미리 준비하시고, 짧은 대답이라도 가능하다면 듣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십시오.

형제가 후견인이 되겠다고 나섰는데 저도 의견을 낼 수 있나요?

선임 심판에서는 후견인이 될 사람과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른 가족은 조사나 서면으로 의견을 낼 여지가 있으므로 청구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법원에 의견서를 내시는 편이 낫습니다.

예전에 후견계약을 맺어 둔 적이 있습니다.

등기 여부가 중요합니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개시 심판에서 듣는 대상이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으로 바뀌므로, 계약서와 등기사항증명서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후견인이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법원이 조사하게 하는 길이 있습니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사람이나 가사조사관에게 사무의 실태와 재산 상황을 조사하게 하거나 임시로 재산관리를 맡길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정황을 자료와 함께 법원에 알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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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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