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기간 석 달을 채우고 협의이혼 의사확인 기일에 나간 부부가 법정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써 낸 양육 협의서 가운데 양육비 칸에 "형편 되는 대로 보낸다", 면접교섭 칸에 "아이가 원할 때"라고만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판사는 이대로는 확인해 줄 수 없으니 고쳐서 다시 내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합의했는데 법원이 왜 고치라는지,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차례로 짚어 봅니다.
둘이 합의했는데 법원이 왜 다시 보나
협의이혼은 부부의 합의로 끝나는 절차이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부부는 이혼의사 확인을 받기 전에 양육과 친권자에 관한 협의서를 가정법원에 내야 하고, 그 협의서는 법원이 내용을 보는 문서입니다.
민법 제837조는 협의에 반드시 담길 것을 셋으로 정했습니다. 누가 양육자가 되는지, 양육비를 어떻게 부담하는지, 면접교섭을 할지와 그 방법입니다. 그리고 제3항에서 그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 가정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접 양육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혼은 두 사람의 일입니다. 양육은 그 자리에 없는 아이의 일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부부가 합의했다는 사실보다 그 합의가 아이에게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서로 지쳐서 빨리 끝내려고 아무 문구나 적어 낸 협의서가 이 단계에서 걸러집니다.
보정 명령
제출한 협의서의 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맞지 않을 때, 가정법원이 당사자에게 그 부분을 고쳐 다시 내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협의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빈 곳과 모호한 곳을 채우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어떤 문구가 고쳐 쓰라는 말을 듣게 되나
조문은 복리에 반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목록으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협의서가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지, 다툼이 생겼을 때 기준이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따져 보면 문제가 되는 기재는 대체로 비슷한 모양을 띱니다.
가장 흔한 것은 숫자가 없는 양육비입니다. "형편 되는 대로"라는 말은 나중에 한 푼도 보내지 않아도 어겼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면접교섭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적은 경우도 이유가 함께 적혀 있지 않으면 다시 보게 됩니다. 아이와 떨어진 부모가 만날 권리는 그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협의서 항목 | 다시 쓰라는 말을 듣기 쉬운 기재 | 고쳐 쓰는 방향 |
|---|---|---|
| 양육자 | "당분간 엄마가 키운다"처럼 기한이나 조건이 붙은 문구 | 양육자를 한 사람으로 특정하고, 실제 돌볼 사람과 거주지를 함께 적기 |
| 양육비 | "형편이 되는 대로", 금액 없이 "상의해서" | 매달 금액, 지급일, 받을 계좌, 언제까지 줄지를 숫자로 |
| 면접교섭 | "아이가 원할 때", 이유 없이 "만나지 않는다" | 주기와 시간, 아이를 넘겨주고 받는 장소, 방학·명절 처리 |
| 친권자 | 양육자와 다른 사람으로 정했는데 이유 설명이 없음 | 왜 나누었는지, 서류 서명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할지 |
보정 명령을 받으면 무엇부터 하나
당황할 일은 아닙니다. 보정은 협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지적받은 칸을 구체적으로 채우라는 요구입니다.
- 법원이 지적한 항목이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 친권자 가운데 어디인지 확인합니다.
- 상대방과 그 항목만 다시 협의합니다. 금액과 날짜, 장소처럼 숫자와 고유명사로 적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렇게 적습니다.
- 고친 협의서를 두 사람이 함께 서명해 다시 제출합니다.
- 다음 확인 기일에 둘 다 출석합니다. 한쪽이 나오지 않으면 그날 확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양육비를 정할 때는 아이의 나이에 따라 드는 돈이 달라진다는 점, 두 사람의 소득이 앞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고쳐 오지 않거나 끝내 합의가 안 되면
제837조 제3항에는 보정 명령 말고 다른 길이 하나 더 적혀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법원이 참작하는 것은 조문에 나와 있습니다.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 상황, 그 밖의 사정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 그 목소리가 판단에 들어가고, 부모의 소득과 재산은 양육비 액수를 정하는 바탕이 됩니다.
협의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4항에 따라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나 직권으로 결정합니다. 이 경우에도 같은 사정을 참작합니다. 결국 부부가 정하지 못한 것은 법원이 정하게 되고, 그 결과가 두 사람 모두에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정 단계에서 스스로 정리하는 편이 대개 덜 아픕니다.
친권자를 정한 부분도 같은 심사를 받나
그렇습니다. 이혼하는 부모는 협의로 친권자를 정해야 하는데, 민법 제909조 제4항 단서는 그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면 가정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한다고 적었습니다. 양육 협의와 똑같은 구조입니다.
양육자는 엄마로, 친권자는 아빠로 나누어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지만, 아이의 학교 서류나 병원 동의처럼 친권자의 서명이 필요한 순간마다 떨어져 사는 부모를 찾아야 한다면 생활이 번거로워집니다. 나눈 이유와 그때의 처리 방법을 협의서에 함께 적어 두면 법원이 판단하기도 수월합니다.
제출 전에 확인할 것
· 양육비 금액·지급일·종료 시점이 숫자로 적혀 있는가
· 면접교섭의 주기, 시간, 인계 장소가 정해져 있는가
· 양육자와 친권자를 나눴다면 이유가 적혀 있는가
· 두 사람이 모두 서명했는가
확인을 받은 뒤 사정이 바뀌면
협의서는 한 번 정하면 끝인 문서가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면 부, 모, 자녀, 검사의 청구나 직권으로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양육자의 이사, 재혼, 소득의 큰 변화가 흔한 계기입니다. 변경을 바라는 쪽은 달라진 사정을 자료로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양육비에 관해서는 법원이 확인 단계에서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합니다. 이 조서는 심판과 같은 집행력을 갖도록 정해져 있어, 나중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으로 나아갈 근거가 됩니다. 처음 협의서에 금액을 분명히 적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양육 사항을 바꾼다고 해서 부모 자녀 사이의 다른 권리의무까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정리
협의이혼에서도 아이의 양육 문제는 부부끼리의 합의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정법원은 협의서가 자녀의 복리에 맞는지 보고, 맞지 않으면 보정을 명하거나 직접 정합니다.
보정 명령은 숫자 없는 양육비, 이유 없는 면접교섭 배제처럼 모호한 기재에서 나오기 쉽습니다. 지적받은 칸을 구체적으로 채워 함께 다시 내면 되고, 그래도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 상황을 보고 정합니다. 숙려기간 동안 협의서 문구를 어떻게 잡을지 막막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36조의2, 제837조, 제909조 · 가사소송법 제4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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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부가 합의해서 낸 양육 협의서를 법원이 고치라고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 제3항은 양육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 가정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보정 명령을 받으면 협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요?
보통은 지적받은 항목만 구체적으로 고치면 됩니다. 양육비 금액과 지급일, 면접교섭 주기와 장소처럼 모호하게 적은 부분을 숫자와 장소로 채워 두 사람이 함께 서명해 다시 제출합니다.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이혼을 못 하나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청구나 직권으로 양육 사항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 상황 등을 참작하며, 그 심판정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이혼한 뒤에 양육비나 양육자를 바꿀 수 있나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부, 모, 자녀, 검사의 청구나 법원 직권으로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소득이나 거주지 같은 사정 변화를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준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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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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