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장을 낸 지 한 달쯤 지나 조정기일 통지서가 왔습니다. 남편 쪽도 이혼 자체에는 동의하는 눈치였지만, 아이 양육과 집 문제로 말이 오가면 어김없이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아내가 먼저 꺼낸 생각은 이랬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몇 년 전 부부 상담을 받으며 믿게 된 상담 선생님이 있으니, 그분이 조정 자리에 함께 앉으면 이야기가 덜 꼬이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남편도 그 이름에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이런 바람에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조정실에서 마주 앉는 사람은 누구인가
재판상 이혼은 소송으로 바로 가지 않고 먼저 조정을 거치는 사건입니다. 조정 신청 없이 소를 냈어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
조정은 보통 조정위원회가 맡습니다. 조정장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으로 꾸려지는 합의체입니다. 조정장은 가정법원장이나 가정법원지원장이 그 법원의 판사 가운데에서 지정하므로, 부부가 고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사자가 손댈 수 있는 곳은 조정위원 쪽입니다.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조정담당판사가 위원회 없이 혼자 조정하는 길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당사자가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을 때에만 쓸 수 있습니다. 위원을 직접 골라 두고 싶은 부부라면 이 점부터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사조정위원회
가사조정사건을 처리하는 기구로, 판사인 조정장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조정위원은 사건마다 조정장이 지정하며, 법원이 미리 위촉한 사람뿐 아니라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도 그 대상이 됩니다.
조정위원은 어떤 명단에서 나오나
가사소송법 제53조 제2항은 조정위원의 출처를 두 갈래로 적었습니다.
하나는 가정법원장이나 지원장이 매년 미리 위촉한 사람입니다. 법원마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이들을 골라 명단을 만들어 둡니다. 다른 하나가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입니다. 법원이 만든 명단 밖에 있는 사람이라도 부부 두 사람이 뜻을 모으면 후보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최종 배치는 조정장 몫입니다. 사건마다 조정장이 위원을 지정한다는 문언이 두 갈래 모두에 걸려 있습니다.
| 구분 | 법원이 위촉해 둔 조정위원 | 부부가 합의해 고른 조정위원 |
|---|---|---|
| 어떻게 명단에 오르나 | 가정법원장이나 지원장이 해마다 미리 위촉 |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정해 법원에 알림 |
| 누가 사건에 배치하나 | 조정장이 사건마다 지정 | 이 경우에도 조정장이 지정 |
| 한쪽만 원하면 | 해당 없음 | 합의가 아니므로 선정으로 보기 어려움 |
| 제척·기피 규정 | 적용 | 똑같이 적용 |
| 비밀 유지 의무 | 있음 (위반 시 형사처벌) | 있음 (위반 시 형사처벌) |
부부가 직접 고르려면 무엇이 맞아야 하나
핵심은 합의라는 단어입니다. 아내가 혼자 상담 선생님을 추천하고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두 사람의 선정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한쪽 추천에 다른 쪽이 반대하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조문은 조정위원을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 전제합니다. 부부와 친한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고, 분쟁을 공정하게 다룰 만한 사람인지가 함께 보입니다. 실무에서 준비하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 두 사람이 후보 한 명을 정하고, 그 사람에게 위원을 맡을 뜻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후보의 경력, 부부와의 관계를 짧게 적고 두 사람이 함께 서명한 서면을 마련합니다.
- 조정기일 전에 사건번호를 적어 조정을 맡은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 조정장이 지정하면 그때부터 그 사람이 조정위원회의 일원이 됩니다.
서면 양식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으니 재판부에 제출 방법을 미리 물어보십시오.
함께 고른 위원이 한쪽과 더 가깝다면
가사소송법 제4조에 따라 법관에 관한 제척·기피·회피 규정은 조정장과 조정위원에게도 준용됩니다. 합의로 들어온 위원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골라 놓고 보니 그 상담가가 사실은 남편 회사의 자문을 맡고 있었다거나, 아내 쪽 가족과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사정이 뒤늦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조정의 공정을 해칠 수 있는 사유로 다투게 됩니다. 처음 합의할 때 서로의 관계를 털어놓고 시작하면 이런 다툼이 줄어듭니다.
위원에게는 무거운 비밀 유지 의무도 따릅니다. 직무 중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정당한 이유 없이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합의 과정이나 위원들의 의견을 흘리는 것도 3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아는 사람이라도 조정위원이 되는 순간 이 의무를 집니다.
위원이 정해지면 조정은 어떻게 흘러가나
가사소송법 제56조에 따라 조정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정에 앞서 가사조사관에게 사실 조사를 맡깁니다. 부부의 생활, 자녀의 상황, 재산 내역 같은 것이 이 단계에서 정리됩니다.
조정기일에는 본인이 나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조정장의 허가를 받아 대리인을 보낼 수 있을 뿐이고, 소환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친권자나 양육 방법처럼 자녀에게 직접 걸린 문제를 조정할 때에는 자녀의 복지를 가장 먼저 고려하라는 원칙도 제58조 제2항에 들어 있습니다.
합의가 되면 그 내용을 조서에 적는 순간 조정이 성립하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합의가 끝내 어긋나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결정에 불복하려면 조서 정본이 송달된 뒤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내야 하고, 그러면 사건은 조정 신청 시점에 소를 낸 것처럼 취급되어 재판으로 옮겨 갑니다.
주의
직접 고른 위원이 있다고 해서 조정 결과가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원은 한쪽 편이 아니라 위원회의 일원으로 일하며, 조정위원회는 당사자뿐 아니라 조정으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인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판사 혼자 조정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나
막을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52조 제2항을 다시 보면, 조정담당판사의 단독 조정은 당사자가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지 않을 때에만 허용됩니다.
부부가 함께 고른 위원을 통해 조정을 받고 싶다면, 그 뜻을 서면으로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위원 선정 서면에 조정위원회 조정을 원한다는 문장을 함께 넣으면 한 번에 정리됩니다.
반대로 사건이 단순하고 빨리 끝내고 싶다면 단독 조정이 나쁜 선택도 아닙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다툼의 크기와 자녀 문제의 무게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리
이혼 조정의 조정장은 법원이 판사 중에서 정하지만, 조정위원은 부부가 합의해 선정한 사람 가운데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법원이 미리 위촉한 명단에 묶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마지막 지정은 사건마다 조정장이 합니다.
준비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진짜 합의, 후보가 공정하게 일할 수 있다는 사정, 조정위원회 조정을 원한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입니다. 서면을 어떻게 꾸리고 언제 낼지 막막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조정기일 전 일정을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4조, 제7조, 제50조, 제52조, 제53조, 제56조, 제58조, 제59조, 제71조 · 민사조정법 제30조, 제34조, 제3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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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혼 조정의 조정장도 부부가 정할 수 있나요?
정할 수 없습니다. 조정장은 가정법원장 또는 가정법원지원장이 그 법원의 판사 가운데에서 지정합니다. 당사자가 합의로 고를 수 있는 것은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입니다.
한쪽만 원하는 사람을 조정위원으로 넣을 수 있나요?
조문은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한쪽 배우자의 추천만으로는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법원이 위촉한 조정위원 가운데에서 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인이 조정위원이 되면 비밀이 새지 않을까요?
조정위원은 직무 중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정당한 이유 없이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정본 송달 후 2주일 안에 이의를 내면 결정은 확정되지 않고, 조정을 신청했던 시점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의제되어 재판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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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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