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은 지 5년째인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수술을 권하면서도 연세와 심장 상태를 보면 마취 중 위험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머니는 설명을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동의서에 이름을 쓸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 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맏딸이 서명하려 하자, 병원은 이번 수술은 법원 허가가 필요할 수 있다며 잠시 멈추자고 했습니다. 민법 제947조의2는 후견인의 의료 동의와 그 한계를 함께 정해 두었습니다.
부모 본인의 뜻은 어디까지 존중되나
출발점은 후견인이 아니라 본인입니다.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합니다.
치매가 있다고 모든 판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태가 좋은 날에는 아프니까 고쳐 달라거나, 수술은 싫다는 말을 또렷하게 하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의료진이 그 말을 판단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정도라면 본인의 결정이 앞섭니다.
후견인이 대신 나서는 것은 본인이 동의할 수 없을 때입니다.
그때도 후견인은 부모의 복리에 맞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해야 하고, 복리에 반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예전에 큰 수술은 받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면, 그 기억도 판단 자료가 됩니다.
후견인의 대신 동의, 어떤 치료에 쓰나
제947조의2 제3항은 피성년후견인의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에 대해 본인이 동의할 수 없으면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수술, 시술, 침습적인 검사처럼 몸에 손을 대는 치료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치료는 이 단계에서 끝납니다. 골절 부위 고정, 상처 봉합, 일반적인 내시경 검사라면 후견인의 서명으로 진행할 수 있고 법원에 따로 묻지 않습니다.
병원이 가족 동의서를 내밀며 자녀 아무에게나 서명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이 대신 동의할 수 있다고 적어 둔 사람은 성년후견인입니다. 후견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형제 중 누가 먼저 병원에 도착했는지와 상관없이 후견인의 동의가 기준이 됩니다.
| 상황 | 누가 동의하나 | 법원 허가 |
|---|---|---|
| 부모가 설명을 듣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음 | 본인 | 필요 없음 |
| 본인이 동의할 수 없고, 위험이 크지 않은 치료 |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 | 필요 없음 |
| 본인이 동의할 수 없고, 수술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상당한 장애 위험 |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 | 사전에 가정법원 허가 |
| 위 위험이 있는데 허가를 기다리면 생명이 위태로움 | 성년후견인이 먼저 동의 | 사후에 허가 청구 |
법원 허가가 필요한 수술은 무엇인가
제4항이 선을 긋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이 의료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으면, 후견인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위험이 있는지는 결국 의학적 판단입니다. 고령 환자의 전신마취, 심장이나 뇌 수술, 다리 절단처럼 회복하지 못할 결과가 따르는 수술이 흔히 거론됩니다. 담당 의사에게 이 수술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이나 중대한 장애가 생길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소견서에 적어 달라고 요청하면, 허가가 필요한지 판단하기도 쉽고 그대로 법원 제출 자료가 됩니다.
이 허가는 성년후견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정후견과 미성년후견에도 같은 조문이 준용되어, 피한정후견인이나 피미성년후견인에게 같은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라면 같은 허가 절차를 밟습니다.
허가 청구는 어떻게 하나
의료행위 동의 허가는 가사비송사건 가운데 라류 사건입니다. 가사소송법 제44조에 따라 후견개시 심판이 이미 확정되었다면 그 심판을 한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담당 의사에게 진단명, 수술 방법, 예상되는 위험, 수술하지 않을 때의 경과를 적은 소견서를 받습니다.
- 후견개시 심판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준비합니다.
- 부모가 평소 치료에 관해 밝힌 뜻이 있다면 짧게 정리합니다.
- 가정법원에 의료행위 동의 허가 심판을 청구합니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라 법원은 이 심판을 할 때 원칙적으로 피후견인 본인의 진술을 들어야 합니다. 본인이 의식불명이거나 그 밖의 사유로 의사를 표명할 수 없으면 생략됩니다.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일정을 미리 공유해 두는 편이 절차를 덜 꼬이게 합니다.
청구 전에 확인할 것
· 민법 제938조 제3항에 따라 정해진 후견인의 신상 결정 권한 범위에 의료 동의가 빠져 있지 않은지
· 소견서에 사망·상당한 장애 위험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
· 수술 예정일과 법원 일정이 맞는지
· 다른 형제자매가 반대할 사정이 있는지
허가를 기다리다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나
제947조의2 제4항 단서가 이 상황을 다룹니다. 허가 절차 때문에 의료행위가 늦어져 생명에 위험이 생기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가 생길 때에는, 먼저 수술하고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외는 좁게 읽어야 합니다.
단순히 병원 일정이 잡혀 있다거나 가족이 서두르고 싶다는 사정으로는 부족합니다. 응급실에서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판단이 나온 경우처럼, 기다리는 것 자체가 해가 되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이때도 수술 직후 사후 허가를 청구해야 하므로, 의사에게 왜 기다릴 수 없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달라고 부탁해 두십시오.
주의
아직 후견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 조문을 바로 쓸 수 없습니다. 먼저 민법 제9조에 따라 배우자나 4촌 이내 친족 등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해야 하고, 그 사이 급한 사정이 있으면 가사사건의 사전처분 신청을 함께 검토합니다.
정리
치매 부모의 수술 동의는 세 단계로 나뉩니다. 본인이 판단할 수 있으면 본인이 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하며, 수술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이나 상당한 장애 위험이 있으면 가정법원 허가가 더해집니다.
허가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급하면 먼저 수술하고 나중에 허가를 청구하는 길도 있습니다. 소견서를 구체적으로 받아 두는 것이 어느 단계에서든 가장 쓸모 있는 준비입니다. 수술 날짜가 정해졌다면 그 일정에 맞춰 청구서를 언제 낼지 변호사와 바로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조, 제938조, 제940조의7, 제947조, 제947조의2, 제959조의6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제45조의3, 제6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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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성년후견인이 있으면 모든 수술에 법원 허가가 필요한가요?
아닙니다. 본인이 동의할 수 없는 신체 침해 의료행위는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할 수 있고, 그 의료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만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치매가 있는 부모 본인이 수술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피성년후견인은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자신의 신상을 단독으로 결정합니다.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 결정이 앞서며, 후견인은 본인이 동의할 수 없을 때 대신 동의합니다.
응급 수술이라 허가를 받을 시간이 없습니다.
허가 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생명에 위험이 생기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가 생길 때에는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다릴 수 없었던 사정을 의료 기록으로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은 허가 심판 전에 부모의 의견도 듣나요?
의료행위 동의 허가 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피후견인 본인의 진술을 들어야 합니다. 의식불명 등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절차가 생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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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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