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성년후견인이 된 지 2년째인 딸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다가 낯선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 집에 자주 드나들던 지인의 아들이 아버지의 양자로 올라 있었습니다. 딸은 그런 입양에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상속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먼저 들지만, 법적으로 먼저 따질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 입양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것인지,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청구한다면 언제까지인지입니다. 기한은 석 달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후견을 받는 사람도 입양을 할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안 됩니다.
민법 제873조 제1항은 피성년후견인이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할 수 있고 양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여기에 미성년자 입양의 허가 규정을 끌어와 가정법원의 허가까지 받게 했습니다. 동의와 허가, 두 겹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구조입니다.
후견인이 동의를 끝내 거부하는 경우도 조문은 내다봤습니다. 제3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라면 가정법원이 동의 없이도 입양을 허가할 수 있게 했고, 그때는 후견인을 반드시 심문하도록 했습니다. 후견인의 반대가 묵살되는 길이 아니라, 반대 이유를 법정에서 따져 보는 길입니다.
허가가 빠졌나, 동의가 빠졌나
무엇이 빠졌는지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소송의 종류부터 잘못 고르게 됩니다.
| 입양 당시 상황 | 효과 | 근거 |
|---|---|---|
| 가정법원 허가 자체가 없음 | 무효 | 민법 제883조 제2호 |
| 허가는 있으나 후견인 동의가 없음 | 취소 사유 | 민법 제884조 제1항 제1호 |
| 후견인이 거부했으나 법원이 심문 뒤 동의 없이 허가 | 유효 | 민법 제873조 제3항 |
그래서 첫걸음은 기록 확인입니다. 입양 신고서에 허가 심판서가 붙어 있었는지, 그 심판에서 후견인 동의를 갈음하는 판단이 있었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허가가 아예 없었다면 이 글의 기한 문제가 아니라 입양 무효를 다투는 사건이 됩니다.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다
제887조는 동의가 빠진 입양에 대해 청구권자를 두 사람으로 좁혔습니다. 피성년후견인 본인과 성년후견인입니다.
후견인의 동의는 판단 능력이 흔들리는 본인을 보호하려고 둔 장치입니다. 그러니 그 장치가 무시되었을 때 문제를 삼을 자격도 보호받는 사람과 보호하는 사람에게만 준 것입니다. 다른 자녀나 형제는 상속 몫이 줄어드는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이 사유로는 청구권자가 아닙니다.
조문은 성년후견인을 본인과 나란히 독립된 청구권자로 적었습니다. 후견인이 여럿이라면 각자의 권한 범위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신상과 재산을 나누어 맡고 있다면 누가 소를 낼지를 심판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로 확인해 두어야 상대방이 자격을 문제 삼을 틈이 줄어듭니다.
기한은 석 달 하나가 아니다
제목의 석 달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이 취소된 뒤 3개월이 지나면 동의 없는 입양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제893조에서 나옵니다. 본인이 회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입양을 그대로 둘지 석 달 안에 정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894조가 별도의 시계를 하나 더 돌립니다. 같은 사유의 입양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었던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후견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이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 입양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 입양이 이루어진 날부터 1년
- 후견개시 심판이 취소된 날부터 3개월
셋 가운데 하나라도 먼저 지나면 끝납니다. 앞의 사례처럼 2년 동안 몰랐다가 이제야 발견했다면 1년 기한이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있으니, 신고일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주의
기한이 지났다고 모든 다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허가 없이 이루어진 입양이라면 무효의 문제이고, 입양 합의 자체가 없었다면 역시 무효 사유입니다. 취소 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여도 입양 당시 사정을 다시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소송은 어디에, 어떤 순서로 내나
입양의 취소는 가사소송법이 정한 나류 가사소송사건입니다. 순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 가족관계증명서와 입양관계증명서로 입양 신고일을 확인합니다.
- 입양 신고 서류와 허가 심판서를 열람해 무엇이 빠졌는지 가립니다.
- 양부모 가운데 한 사람의 주소지 가정법원에 조정을 신청합니다.
- 후견인이 청구할 때는 양부모와 양자 모두를 상대방으로 삼습니다.
-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넘어가 같은 주장을 이어 갑니다.
관할은 가사소송법 제30조가 양부모 중 1명의 보통재판적을 기준으로 정하니, 사례라면 아버지의 주소지 법원입니다.
자료는 두 갈래로 모읍니다. 하나는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으로, 후견인 동의서가 신고 서류에 없다는 점과 허가 심판의 기재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뒤에 볼 배상 청구를 위한 것입니다. 입양 무렵 아버지의 진료 기록, 지인이 드나든 시기를 보여 주는 문자나 방문 기록이 그때 쓰입니다.
취소되면 지나간 일은 어떻게 되나
입양 취소에는 혼인 취소의 효력 규정이 준용됩니다. 그래서 판결의 효력이 과거로 소급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양친자 관계는 있었던 것으로 다룹니다. 그 사이에 오간 생활비나 증여가 판결로 저절로 되돌아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대신 제897조가 약혼 해제의 손해배상 규정을 준용하므로,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취소 청구와 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이유입니다.
이 배상 청구는 입양 취소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이어서 가사소송법 제2조의 다류 사건에 들어가고, 일반 민사법원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맡습니다.
정리
후견을 받는 사람의 입양에는 후견인 동의와 법원 허가가 모두 필요합니다. 허가가 없으면 무효, 허가는 있는데 동의가 없으면 취소 사유입니다.
취소는 본인과 성년후견인만 청구할 수 있고, 기한은 안 날부터 6개월, 입양일부터 1년, 후견개시 심판 취소 뒤 3개월 가운데 먼저 오는 것입니다. 낯선 입양 기록을 발견하셨다면 오늘 날짜와 신고일을 나란히 적어 남은 기간부터 확인하시고, 무효와 취소 중 어느 길로 갈지는 변호사와 함께 서류를 보며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6조, 제824조, 제873조, 제883조, 제884조, 제887조, 제893조, 제894조, 제897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24조, 제30조, 제31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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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형제들도 아버지의 입양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나요?
후견인 동의가 없었다는 사유로는 피성년후견인 본인과 성년후견인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제가 후견인이 아니라면 이 사유로는 청구권자가 아니고,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후견인이 동의를 거부했는데도 법원이 입양을 허가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라고 보아 법원이 후견인을 심문한 뒤 동의 없이 허가한 경우라면 동의 결여를 이유로 한 취소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허가 심판에 대한 불복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입양 사실을 1년 넘게 몰랐습니다. 이제 방법이 없나요?
동의 결여를 이유로 한 취소는 입양이 이루어진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 허가가 없었거나 입양 합의 자체가 없었다면 무효를 다툴 수 있으므로 신고 서류부터 확인하십시오.
아버지가 회복해 후견이 끝났는데 아버지 스스로 취소할 수 있나요?
본인도 청구권자입니다. 다만 후견개시 심판이 취소된 뒤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고, 안 날부터 6개월과 입양일부터 1년의 기한도 함께 적용되므로 가장 먼저 끝나는 날을 기준으로 서두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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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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