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서울에서 받았습니다. 그 뒤 어머니를 부산 해운대의 요양원으로 모셨고, 후견인인 맏아들도 일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재산 목록 보고도,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한 허가 청구도 여전히 서울의 법원으로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주소가 바뀌었는데 왜 사건은 따라오지 않는지, 옮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답은 가사소송법 제44조 한 조문 안에 들어 있습니다.
주소가 바뀌었는데 왜 사건은 처음 법원에 남아 있나
후견 사건의 관할은 원래 피후견인의 주소지를 따라갑니다. 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2 본문이 그렇게 정했습니다. 후견을 받을 사람 가까이에 있는 법원이 그 사람을 가장 잘 살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같은 호의 단서가 방향을 바꿉니다. 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된 뒤의 사건은 그 심판을 한 가정법원이 맡는다는 내용입니다. 개시 단계에서 쌓인 감정 결과와 진술 기록, 후견인 선임 경위를 알고 있는 법원이 이후의 감독까지 이어서 하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래서 이사는 관할을 바꾸지 못합니다.
항고심에서 개시 심판이 나온 경우라면 그 항고법원이 아니라 제1심 가정법원이 관할을 갖습니다. 고등법원 단계까지 다툰 사건이라도 이후의 후견 사무는 처음 청구했던 가정법원으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단서가 적용되는 시점은 후견마다 다르다
모든 후견이 같은 순간에 고정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처음 법원에 묶이는지를 표로 보면 이렇습니다.
| 후견 종류 | 관할이 고정되는 시점 | 그 전의 관할 |
|---|---|---|
| 성년후견 | 개시 심판 확정 |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
| 한정후견 | 개시 심판 확정 |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
| 특정후견 | 특정후견 심판 확정 |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
| 미성년후견 | 미성년후견인 선임 심판 확정 | 미성년자의 주소지 |
| 임의후견 |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심판 확정 | 본인의 주소지 |
고정되는 범위도 넓습니다. 후견인을 바꿔 달라는 청구, 후견인의 사임 허가, 보수 결정, 재산 목록을 만들 기간의 연장 허가, 피후견인이 사는 집을 팔거나 임대하기 위한 허가처럼 개시 뒤에 이어지는 사건 대부분이 이 한 법원으로 모입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가 라류 사건으로 나열한 후견 관련 항목만 해도 스무 가지를 훌쩍 넘습니다.
확정 전이라면 단서가 아니라 본문 규칙이 적용됩니다. 청구를 앞두고 이사 계획이 잡혀 있다면 어느 주소에서 청구할지를 먼저 정하는 편이 뒤의 수고를 덜어 줍니다.
관할을 옮겨 달라고 할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같은 조 제2항이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결정으로 관할 법원을 피후견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도 있고, 신청을 받아서 할 수도 있습니다.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 피후견인 본인
- 피후견인의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
옮겨 갈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후견인이 사는 곳이나 가족이 편한 곳이 아니라 피후견인의 주소지 법원만 가능합니다. 어머니가 부산에 계신다면 부산가정법원이 그 자리입니다.
피후견인의 이익은 무엇으로 보여 주나
여기가 신청의 성패를 가릅니다. 조문의 기준은 후견인이나 가족의 편의가 아니라 피후견인에게 이익이 되는지입니다.
설득력이 큰 사정은 앞으로 남은 절차가 본인을 직접 만나야 하는 것들일 때입니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3은 거주하는 건물의 매도 허가, 의료행위 동의 허가, 후견 종료 심판처럼 여러 심판에서 본인의 진술을 듣도록 하고, 종료 심판에서는 심문까지 요구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 서울과 부산 사이 400km 가까운 거리를 오가야 한다면 그 자체가 불이익이라는 논리가 섭니다.
진술을 들어야 하는 심판은 조문에 13개 호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 앞으로 실제로 청구할 것이 몇 건인지 세어 보면 신청서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가사조사관이 생활 실태를 확인하러 오는 경우도 같습니다. 가까운 법원이 맡아야 조사가 실제로 이루어집니다.
확인할 것
· 피후견인의 주민등록초본 (전입일 표시)
· 요양원 입소 확인서나 실제 거주를 보여 주는 자료
· 앞으로 청구할 예정인 허가 사건의 목록
· 본인이 출석하거나 진술할 수 있는 상태인지에 관한 의사 소견
신청은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
- 피후견인의 전입신고를 마쳐 주소지를 서류상으로도 옮깁니다.
- 현재 사건을 맡고 있는 법원, 곧 개시 심판을 한 가정법원에 관할 변경 신청서를 냅니다.
- 신청서에 기존 사건번호와 새 주소지 법원을 적고, 위의 소명자료를 붙입니다.
- 법원이 결정을 내리면 그 뒤의 후견 사건은 새 법원이 맡습니다.
변경 결정이 나기 전에 급한 허가 사건이 생기면 일단 기존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신청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관할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주의
후견인이 부산으로 이사했다는 사정만 적은 신청은 약합니다. 피후견인이 서울에 계신 채 후견인만 옮겼다면 조문이 정한 목적지인 피후견인의 주소지는 여전히 서울이어서, 변경을 구할 근거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툴 수 있나
제44조 제3항이 불복의 길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신청이 기각되면 그 신청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경 결정이 나면 후견인, 후견감독인, 피후견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고, 이때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붙어 항고가 정리될 때까지 관할이 옮겨지지 않습니다.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변경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사람 목록에는 4촌 이내 친족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신청은 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이 받아 낸 변경 결정을 형제자매라는 이유만으로 뒤집으려 항고할 자격은 조문상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즉시항고는 기간이 짧으므로 결정문을 받은 날짜부터 기록해 두셔야 합니다.
정리
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되면 그 뒤의 사건은 개시 심판을 한 가정법원에 남습니다. 이사만으로는 관할이 바뀌지 않습니다.
옮기려면 제44조 제2항에 따라 피후견인의 주소지 법원으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내야 하고, 핵심은 그것이 피후견인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자료로 보여 주는 일입니다. 남은 심판 가운데 본인 진술이나 심문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목록으로 만들어 보시고, 형제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면 신청 전에 변호사와 함께 소명 방향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제45조의3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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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어머니 주소를 옮기면 법원이 알아서 관할을 바꿔 주나요?
직권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법원이 이사 사실을 먼저 알기는 어렵습니다. 후견인이나 가족이 신청서를 내고 피후견인에게 왜 이익인지를 소명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후견인인 제가 부산으로 이사했는데 어머니는 서울에 계십니다. 부산으로 옮길 수 있나요?
변경할 수 있는 법원은 피후견인의 주소지 가정법원뿐입니다. 어머니가 서울에 계시다면 부산으로 관할을 옮길 근거가 없습니다.
동생이 관할 변경 결정에 반대하며 항고하겠다고 합니다.
변경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 사람은 후견인, 후견감독인, 피후견인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동생이 그중 어느 자리에도 있지 않다면 형제라는 지위만으로는 항고할 자격이 조문에 없습니다.
계약으로 맡은 임의후견도 같은 규칙인가요?
같습니다.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심판이 확정되면 그 뒤의 사건은 선임 심판을 한 법원에 남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본인 주소지 법원으로 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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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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