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이혼하고 여러 해가 지난 뒤, 조카 돌잔치에서 다시 마주친 형의 전처와 가까워졌습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고 지금 아내는 임신 넉 달째입니다.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이 혼인이 법으로 안 되는 것이라며 가정법원에 취소를 청구하겠다고 하십니다. 부모님 말씀이 절반은 맞습니다. 민법은 이런 혼인을 금지하고 취소 사유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민법이 혼인 중에 아이를 가진 부부에게는 취소 청구의 문을 닫아 두었습니다.
이혼한 형의 아내였던 사람, 법에서는 어떤 사이인가
형은 나와 2촌 혈족입니다. 그 형과 혼인했던 사람은 혈족의 배우자이니 인척에 해당했습니다.
형 부부가 이혼하면서 이 인척관계는 끝났습니다. 민법 제775조 제1항이 이혼으로 인척관계가 종료한다고 정하고 있으니, 가족관계로만 보면 두 사람은 이미 남남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문제는 혼인 금지 규정이 끝난 관계까지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제809조 제2항은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뿐 아니라 그러한 인척이었던 자와도 혼인하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이혼이나 사망으로 관계가 정리되었다고 해서 금지가 풀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형의 전처, 동생의 전처, 사촌 형의 전처는 모두 이 조문에 걸립니다.
인척이었던 자
혼인으로 생긴 친척 관계가 이혼 등으로 끝난 뒤의 상대를 가리킵니다. 친족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는 사라지지만, 혼인 금지의 범위에서는 여전히 셈에 들어갑니다.
금지된 혼인인데 처음부터 무효가 아닌 까닭
민법은 금지된 혼인을 두 갈래로 나눕니다. 처음부터 없던 일로 보는 무효와,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효력을 잃는 취소입니다.
무효 쪽 목록은 제815조에 있습니다. 혼인 합의가 없을 때, 8촌 이내 혈족끼리 혼인했을 때, 당사자 사이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을 때,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을 때입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처럼 위아래로 이어진 인척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형의 전처는 옆으로 이어진 방계 인척이었습니다. 무효 목록에 없으므로 제816조 제1호의 취소 사유로 갑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이고,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도 그대로 집니다.
| 관계 | 효과 | 비고 |
|---|---|---|
| 8촌 이내 혈족 | 무효 | 친양자 입양 전의 혈족 포함 |
| 직계인척이었던 사이 | 무효 | 배우자의 부모, 자녀의 배우자 등 |
|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였던 사람 | 취소 사유 | 형·동생·사촌의 전 배우자 |
|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였던 사람 | 취소 사유 | 전 배우자 형제의 배우자 등 |
신고가 받아들여졌으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제813조는 혼인신고를 받을 때 제807조부터 제810조까지에 어긋남이 없는지를 보게 합니다. 원칙대로라면 형의 전처와의 혼인신고는 창구에서 반려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형의 혼인 기록과 신고인의 기록이 바로 이어지지 않거나 담당자가 관계를 놓치면, 신고가 그대로 수리되는 일이 생깁니다.
수리가 금지 사유까지 지워 주지는 않으므로, 혼인은 신고로 성립했어도 취소 사유는 그 안에 남아 청구권자가 법원에 가져가는 순간 다툼이 시작됩니다. 창구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소는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라, 부모님이 구청에 찾아가 기록을 지워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혼인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는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바뀝니다.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나 청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제817조가 근친혼을 이유로 한 취소에 대해 청구권자를 따로 정했습니다.
- 혼인한 두 사람 본인
- 두 사람 각자의 직계존속 (부모, 조부모)
- 두 사람 각자의 4촌 이내 방계혈족 (형제자매, 삼촌, 사촌)
그러니 부모님은 청구권자에 해당합니다. 2촌인 형 본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내 쪽 부모나 형제 역시 같은 자격을 가집니다.
제3자가 소를 낼 때는 가사소송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부부 두 사람을 함께 상대방으로 삼습니다. 혼인 취소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이어서 바로 재판으로 가지 않고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 원칙이며, 관할은 부부의 주소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아이를 가지면 왜 청구가 막히나
제820조는 한 문장입니다. 제809조를 위반한 혼인이라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 중 포태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법이 지키려는 것은 곧 태어날 아이의 자리입니다. 금지 규정을 어긴 혼인이라는 점은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생긴 생명이 부모의 혼인이 깨지는 과정 한가운데에 놓이게 하지는 않겠다는 선택입니다. 사회가 꺼리는 관계라는 사정보다 이미 꾸려진 가정을 앞에 둔 셈입니다.
이 제한은 청구권자 모두에게 똑같이 미칩니다. 부모님이든 형이든, 혼인한 본인들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짧게 말하면, 청구할 자격은 있어도 쓸 수 없게 됩니다.
주의
조문은 혼인 중에 포태한 경우를 적고 있습니다. 혼인신고 전에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면 그대로 이 조문에 들어가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진료 기록으로 임신 시기와 신고일의 선후를 먼저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조정을 신청해 오면 무엇을 준비하나
조정 기일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 섞인 해명보다 서류가 먼저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혼인관계증명서로 혼인신고일을 확인합니다.
- 산부인과 진료 기록이나 임신확인서로 임신 주수를 확보합니다.
- 신고일과 임신 시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 조정 단계에서 제820조에 따라 청구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서면으로 밝힙니다.
- 조정이 성립하지 않아 소송으로 넘어가도 같은 주장을 유지합니다.
조정 자리에서 상대방이 아예 처음부터 무효인 혼인이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습니다. 형의 전처와의 혼인은 무효 목록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그 전제부터 바로잡아 두는 편이 좋고, 그래야 다툼의 범위가 취소 여부 하나로 좁혀집니다.
가족 사이의 감정은 이 절차로 풀리지 않지만, 법원 판단의 중심이 임신 시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대응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정리
형의 전처는 이혼 뒤에도 혼인 금지 범위 안에 남는 인척이었던 자입니다. 다만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이어진 관계라 무효가 아니라 취소 사유가 되고, 판결 전까지 혼인은 유효합니다.
청구권자는 본인과 직계존속,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혼인 중 포태가 있으면 그 누구도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혼인신고일과 임신 시기를 서류로 맞춰 두시고, 조정 통지가 왔다면 변호사와 함께 답변서의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75조, 제809조, 제813조, 제815조, 제816조, 제817조, 제820조, 제824조, 제825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22조, 제24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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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취소 청구가 막히나요?
조문은 출생이 아니라 혼인 중에 포태한 사실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임신 상태가 진료 기록으로 확인된다면 출산 전이라도 이 제한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형이 직접 소송을 걸 수도 있나요?
형은 2촌 방계혈족이라 근친혼을 이유로 한 취소의 청구권자에 들어갑니다. 다만 혼인 중 포태가 있으면 형 역시 다른 청구권자와 마찬가지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구청이 신고를 받아 줬으니 구청 책임 아닌가요?
신고 수리는 혼인을 성립시키지만 금지 사유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수리 과정의 잘못과 별개로 혼인 자체에는 취소 사유가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임신 전에 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동안의 혼인은 어떻게 되나요?
혼인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판결 전까지의 혼인은 있었던 것으로 다루고,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규정이 준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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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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