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에서 전남편이 결혼 생활 중에 쓴 카드 대금 수백만 원을 저에게 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그 카드가 있는 줄도 몰랐고, 명세를 보니 술집과 게임 결제가 대부분입니다. 부부였다는 이유로 제가 갚아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남편이 혼자 만든 카드 빚이 부부 공동의 책임으로 넘어오는 경계선을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카드값이 살림에 쓰인 일상의 가사 범위 안에 있을 때만 민법 제832조에 따라 함께 갚을 책임이 생기고, 남편 개인의 용도로 쓴 돈이라면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질문자께 청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카드사가 무엇을 근거로 내라고 하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 어느 조문이 문제 되는가
민법 제832조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살림에 관한 일로 바깥 사람과 계약을 맺어 빚이 생기면 나머지 배우자도 그 빚을 함께 진다는 조문이고, 그 바탕에는 살림에 관한 한 서로가 서로를 대리한다는 제827조 제1항이 놓여 있습니다. 카드사가 질문자께 청구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남편이 자기 명의 카드로 쓴 돈이라도 그것이 일상의 가사에 해당하면 아내에게도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일상의 가사가 아닌 지출에는 이 조문이 닿지 않으므로, 어느 쪽인지가 사안의 전부입니다.
■ 일상의 가사인지는 무엇으로 가르는가
조문에 정의는 없고 지출의 성격으로 봅니다. 식료품 구입비, 공과금, 아이의 학원비와 병원비, 집세처럼 한 가정을 유지하는 데 보통 들어가는 지출이 여기에 속하고, 그 집의 소득 수준과 생활 형편도 함께 고려됩니다. 남편이 몰래 썼다는 사정 자체는 판단을 바꾸지 않습니다. 몰래 냈더라도 관리비였다면 가사이고, 알려 주었더라도 유흥비였다면 가사가 아닙니다. 카드 명세서를 받아 ① 가맹점 이름 ② 결제 일시 ③ 금액 ④ 누가 무엇에 썼는지를 항목별로 나누어 표를 만드시면 어느 부분을 다툴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 이혼했다는 사실이 책임을 없애 주는가
없애 주지 않습니다. 제832조는 법률행위를 한 때, 곧 카드를 긁은 시점에 부부였는지를 봅니다. 혼인 중에 생긴 가사 채무라면 그 뒤에 이혼했더라도 카드사에 대한 연대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반대로 이혼 뒤에 남편이 쓴 돈은 처음부터 이 조문 밖입니다. 별거 중이었다면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실제로 살림을 함께 꾸리지 않는 상태에서 쓴 돈은 일상의 가사라고 보기 어려워지므로, 별거 시작일을 보여 주는 자료를 챙겨 두시기 바랍니다.
■ 카드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먼저 서면으로 근거를 물으십시오. 카드사가 남편 명의의 채무를 질문자께 청구하려면 그 지출이 일상의 가사였다는 점을 스스로 주장해야 합니다. 명세서를 요구해 항목을 나눈 뒤, 가사가 아닌 부분은 제832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로 회신하시면 됩니다. 제832조 단서에 따라, 배우자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을 카드사에 미리 밝혀 둔 적이 있다면 연대책임 자체가 생기지 않으므로 그런 통지 자료가 있는지도 찾아보십시오. 소송으로 오면 어느 항목이 가사인지를 법원이 가리게 되고, 소액이라면 소액사건 절차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 남편에게는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가
제830조 제1항에 따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이고 제831조에 따라 각자 관리합니다. 남편이 개인 용도로 쓴 카드값은 그의 특유한 채무이므로, 질문자께서 카드사에 대신 갚았다면 그 돈을 남편에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혼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라면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에서 채무의 성격을 반영해 달라고 주장하시고, 이미 이혼이 끝났다면 분할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해야 한다는 같은 조 제3항의 기한을 확인하십시오.
■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되는가
순서를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① 카드사에 청구의 근거와 명세서를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② 명세서를 받으면 항목마다 가사인지 아닌지를 표시합니다. ③ 별거 시작일과 생활비를 누가 댔는지를 보여 주는 통장 내역을 모읍니다. ④ 가사가 아닌 부분은 책임이 없다는 회신을 내용증명으로 보냅니다. ⑤ 대신 갚은 돈이 있으면 남편에게 청구할 자료를 정리합니다. 금액이 크거나 카드사가 이미 소를 냈다면 답변서를 내기 전에 변호사와 항목 분류부터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27조, 제830조, 제831조, 제832조, 제839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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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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