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 상실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그 뒤로 양육비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제 남이 되었으니 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 쪽 가족이 그 아버지의 상속권까지 사라졌다고 믿고 상속 절차를 진행하다가 뒤늦게 문제를 맞기도 합니다. 둘 다 같은 오해에서 나옵니다. 민법은 친권과 부모라는 지위를 다른 층에 두었고, 선고가 걷어 가는 것은 앞의 층뿐입니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지, 남는 것 가운데 자녀 쪽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를 조문에서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문은 무엇을 남긴다고 적었나
제925조의3이 한 문장으로 답합니다. 제924조와 제924조의2, 제925조에 따라 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또는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이 선고된 경우에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그 밖의 권리와 의무는 변경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열쇠는 그 밖의라는 말에 있습니다.
친권에 속한 권리와 의무는 선고로 사라지지만, 친권 밖에 있는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는 그대로라는 구조입니다. 어느 것이 안이고 어느 것이 밖인지를 가르는 일이 곧 이 조문을 읽는 방법입니다.
| 구분 | 내용 | 상실 선고 뒤 |
|---|---|---|
| 친권 안 | 보호와 교양 (제913조), 거소 지정 (제914조), 재산관리와 대리 (제916조, 제920조) | 사라짐 |
| 친권 밖 | 부양의무 (제974조), 상속 (제1000조), 혈족관계와 촌수 | 그대로 남음 |
| 따로 정한 것 | 자녀의 입양에 대한 동의 (제870조, 제908조의2) | 상실 선고에 한해 필요 없어짐 |
부양의무는 어떤 근거로 남나
친권이 아니라 혈족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사이에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정합니다. 부모와 자녀는 직계혈족이고, 이 관계는 친권 선고와 무관하게 이어집니다. 제975조가 요구하는 자력이나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요건도 미성년 자녀라면 대개 충족됩니다.
달라지는 것은 받아 내는 사람뿐입니다.
친권을 잃은 부모 대신 아이를 맡은 다른 친권자나 제928조에 따라 선임된 미성년후견인이 청구의 주체가 됩니다. 가사소송법 제48조의2는 부양료와 양육비 청구사건에서 법원이 당사자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할 수 있게 하고, 제48조의3은 그것으로 부족하면 당사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게 합니다.
친권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 그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부모라는 신분은 출생이나 입양으로 생기고 친권은 그 위에 얹힌 권한이므로, 권한이 걷혀도 신분이 함께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상속은 양쪽 모두 그대로인가
원칙은 그렇습니다.
제1000조 제1항은 제1순위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 제2순위를 직계존속으로 정합니다. 친권을 잃은 부모가 사망하면 자녀는 여전히 제1순위 상속인이고, 자녀가 먼저 사망하면 그 부모도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의 자리에 섭니다. 제1004조의 결격사유는 살해나 유언서 위조 같은 행위에 한정되어 친권 상실만으로는 걸리지 않습니다.
다만 2024년에 신설된 제1004조의2가 새로운 문을 열었습니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학대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의 공정증서 유언이나 공동상속인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공동상속인의 청구는 그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끊기지는 않습니다. 청구가 있어야 합니다.
혼인과 입양의 동의는 어떻게 되나
여기서 조문이 갈라집니다.
혼인 쪽은 제808조 제1항이 다룹니다. 미성년자의 혼인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부모 가운데 동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쪽이 있으면 나머지 한쪽이, 둘 다 그렇다면 미성년후견인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친권을 잃은 부모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의 틀로 처리됩니다.
입양은 명시적입니다. 제870조 제1항 제2호는 부모가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은 경우 그 동의 없이 미성년자를 입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908조의2 제1항 제3호 단서는 친양자 입양에서도 같은 예외를 둡니다. 부모의 뜻을 묻지 않고 아이가 다른 가정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상실 선고가 남기는 가장 큰 흔적입니다.
두 조문 모두 친권상실만 적었습니다. 일시 정지나 일부 제한, 대리권 상실을 받은 부모는 이 예외의 문언 밖에 있습니다.
선고의 종류에 따라 남는 폭이 다른가
다릅니다. 무엇을 받았는지에 따라 남는 것이 한 칸씩 늘어납니다.
- 제924조의 친권 상실은 친권 전부가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표의 친권 밖 항목뿐입니다.
- 같은 조의 일시 정지는 최장 2년, 한 차례 연장해도 2년의 범위에서 친권이 멈추고, 기간이 끝나면 되살아납니다.
- 제924조의2의 일부 제한은 거소 지정이나 신상 결정처럼 법원이 정한 범위만 막힙니다. 그 밖의 친권은 그대로입니다.
- 제925조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 상실은 재산 쪽만 걷어 갑니다. 보호와 교양, 거소 지정 같은 신상에 관한 친권은 남습니다.
제946조는 뒤의 셋에서 선임되는 미성년후견인의 임무를 제한된 범위로 한정합니다. 남은 친권과 후견인의 임무가 겹치지 않게 맞물려 있습니다.
주의
친권을 잃은 뒤 양육비를 끊으면 부양의무 위반이 됩니다. 이 위반은 뒤에 제1004조의2의 상속권 상실 청구에서 근거로 쓰일 수 있고, 실권 회복을 구할 때도 불리한 사정으로 남습니다.
자녀 쪽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
선고문을 받은 뒤 할 일이 셋 있습니다.
첫째, 양육비 청구를 멈추지 마십시오. 청구 주체가 바뀌었을 뿐 의무는 살아 있습니다. 둘째, 학대나 방임의 기록을 보관하십시오. 뒷날 상속권 상실 청구나 실권 회복 심판에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입양을 고려한다면 상실 선고인지 일시 정지인지를 선고문에서 확인하십시오.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는지가 거기서 갈립니다.
정리
민법 제925조의3은 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이 선고되어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그 밖의 권리와 의무는 변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제974조의 부양의무와 제1000조의 상속은 친권이 아니라 혈족관계에서 나오므로 그대로 남습니다.
예외는 입양의 동의입니다.
제870조와 제908조의2는 친권상실 선고를 받은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고, 제1004조의2는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가 있었다면 별도의 청구로 상속권을 끊을 수 있게 합니다. 남는 권리를 어떻게 행사하고 어떤 기록을 남길지는 사안마다 다르니 선고문을 들고 변호사와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8조, 제870조, 제908조의2, 제913조, 제914조, 제916조, 제920조,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5조, 제925조의3, 제928조, 제946조, 제974조, 제975조, 제1000조, 제1004조, 제1004조의2 · 가사소송법 제48조의2, 제48조의3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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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친권 상실 선고를 받은 전남편이 양육비를 끊었습니다.
의무는 그대로 있습니다. 제974조의 부양의무는 혈족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 친권 선고와 무관하고, 제925조의3이 이를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에 따른 재산목록 제출을 구하십시오.
친권을 잃은 아버지가 나중에 아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있나요?
있습니다. 제1000조 제1항의 순위는 친권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학대나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면 제1004조의2에 따라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친권 일시 정지 중인 어머니의 동의 없이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나요?
제870조 제1항 제2호가 적은 것은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은 경우뿐입니다. 일시 정지는 그 문언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동의 문제를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다만 제870조 제2항의 사유가 있으면 법원이 동의 없이 허가할 수 있습니다.
대리권과 재산관리권만 잃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살 수는 있나요?
있습니다. 제925조의 선고는 재산에 관한 권한만 걷어 가고 보호와 교양, 거소 지정 같은 신상에 관한 친권은 남습니다. 제946조에 따라 후견인의 임무도 재산 부분에 한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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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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