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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21일조회 2

결혼 뒤 줄곧 한국 생활, 본국 법 대신 한국 법

스물셋에 결혼해 이듬해 함께 한국에 들어온 부부입니다. 둘 다 같은 나라 국적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남편은 부산의 공장에서 18년을 일했고 두 아이는 한국 학교만 다녔습니다. 본국에 남은 것은 오래전 정리한 집 한 채의 기억 정도입니다.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고 상담을 받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혼에는 원칙적으로 부부의 본국법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래 한국에서 살았는데 한국 법으로 판단받을 수는 없는지, 국제사법 제21조가 그 질문에 답하는 조문입니다.

같은 나라 출신 부부의 이혼, 출발점은 왜 본국법인가

국제사법은 이혼의 준거법을 혼인의 일반적 효력에 관한 규정에 맡깁니다.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가 부부가 같은 국적일 때 그 나라 법, 둘째가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같은 일상거소지의 법, 마지막이 부부와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곳의 법입니다.

사례의 부부는 국적이 같습니다. 그래서 첫 단계에서 바로 본국법이 지정되고, 한국에서 18년을 살았다는 사정은 이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습니다. 같은 일상거소지법이라는 두 번째 단계까지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적이 다른 부부였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입니다. 둘 다 한국에 일상거소가 있으면 두 번째 단계에서 한국 법이 지정됩니다.

한국인 배우자가 있었다면 고민이 없었을까

그렇습니다. 이혼에 관해서는 특칙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에 생활 근거를 둔 한국 국적자가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혼에는 곧바로 한국 법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이 조문의 고민은 주로 외국인 부부 사이에서 생깁니다. 사례에서 한쪽이라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면 제21조를 꺼낼 필요 없이 한국 법이 적용됩니다. 귀화 여부와 시점은 가장 먼저 확인할 사실입니다.

제21조는 어떤 경우에 본국법을 밀어내나

제21조는 이 법에 따라 지정된 준거법이 그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나라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면 그 다른 나라의 법에 따르게 합니다.

요건은 두 겹입니다.

하나는 본국법과의 연결이 아주 약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밀접한 나라가 어디인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과의 관련이 더 크다는 정도가 아니라 본국과의 관련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조문은 원칙을 뒤집는 예외 장치입니다. 문언이 근소한, 명백히 같은 강한 표현을 고른 것도 그래서이고, 주장하는 쪽이 사정을 촘촘하게 쌓아야 합니다.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거주 기간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법원이 근소한 관련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따질 때 살펴볼 만한 사정은 여럿입니다.

  • 혼인 생활의 거의 전부를 한국에서 보냈는지, 본국에서 함께 산 기간이 있는지
  •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어로 교육받았는지
  • 부부의 재산과 생계 수단이 어디에 있는지
  • 본국과의 왕래, 본국에 남은 주소나 재산, 연금·보험 같은 연결이 있는지
  • 국적을 유지한 이유가 단순한 절차상 사정인지, 귀국 계획 때문인지

사례처럼 결혼 직후 한국으로 와서 본국에 생활 기반이 남지 않았다면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해마다 본국에 몇 달씩 머물렀거나 본국에 집을 두고 은퇴 뒤 돌아갈 계획을 세워 왔다면 근소한 관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생활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싸움입니다.

부부가 미리 고른 법이 있다면

제21조는 당사자가 합의로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른 법을 나중에 관련이 적다는 이유로 뒤집게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혼 자체의 준거법을 부부가 합의로 고르는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부재산제는 다릅니다. 부부는 한쪽의 국적법, 한쪽의 일상거소지법, 부동산이라면 그 소재지법을 합의로 고를 수 있고, 그 합의는 날짜와 부부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이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이런 서면이 있었다면 재산 문제에서는 그 선택이 우선합니다.

일상거소
사람이 생활의 중심을 두고 상당 기간 실제로 살아온 곳을 말합니다. 주민등록이나 체류 자격 같은 형식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생활 실태를 함께 봅니다.

제21조 말고 기댈 수 있는 길은 없나

있습니다. 순서로 보면 오히려 이쪽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국제사법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나라 법에 따르면 한국 법이 적용되어야 할 때 한국 법에 따르게 합니다. 이른바 반정입니다. 본국의 국제사법이 이혼에 대해 부부의 일상거소지법을 가리키고 있다면 사례의 부부에게는 결국 한국 법이 적용됩니다. 본국법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또 본국법의 특정 규정을 적용한 결과가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명백히 반하면 그 규정은 적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은 본국법 전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 된 규정만 빼는 장치입니다.

경로근거한국 법에 이르는 조건넘기 어려운 점
준거법 지정의 예외국제사법 제21조본국법과의 관련이 근소하고, 한국 법이 가장 밀접하다는 것이 명백할 것예외 조항이라 문턱이 높음
반정국제사법 제22조본국의 국제사법이 일상거소지법 등을 지정해 결국 한국 법을 가리킬 것본국 법의 내용을 확인해야 함
사회질서 위반 배제국제사법 제23조본국법 규정을 적용한 결과가 한국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반할 것그 규정만 빠질 뿐 전체가 한국 법이 되는 것은 아님
한국인 배우자 특칙국제사법 제66조 단서부부 중 한쪽이 한국에 일상거소가 있는 한국 국민일 것귀화하지 않았다면 해당 없음

한국 법원에 소를 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부 중 한쪽의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고 마지막 공동 일상거소도 한국에 있었다면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습니다. 준거법이 외국법이 되더라도 한국 법원은 그 외국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 적용하고,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

같은 나라 국적을 유지한 부부의 이혼에는 원칙적으로 그 본국법이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정은 국제사법 제21조를 통해서만 이 원칙을 넘을 수 있는데, 본국과의 관련이 근소하고 한국과의 밀접성이 명백해야 한다는 두 요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거주 기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본국 국제사법이 일상거소지법을 가리키는지, 한쪽이 귀화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본국법의 내용과 부부의 생활 기반을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변호사와 함께 어느 경로가 열려 있는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18조, 제21조, 제22조, 제23조, 제56조, 제64조, 제65조, 제6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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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서 이혼하면 무조건 한국 법이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부부의 국적이 같으면 원칙적으로 그 본국법이 이혼의 준거법이 됩니다. 국적이 서로 다르고 둘 다 한국에 일상거소가 있거나, 한쪽이 한국에 사는 한국 국민이면 한국 법이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으면 국제사법 제21조로 한국 법이 적용되나요?

거주 기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본국법과의 관련이 근소하고 한국 법이 가장 밀접하다는 것이 명백해야 하므로 본국과의 왕래, 재산, 귀국 계획 같은 사정을 함께 봅니다.

부부가 미리 한국 법으로 하기로 합의하면 되나요?

이혼 자체의 준거법을 합의로 고르는 조항은 없습니다. 부부재산제는 날짜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한쪽의 국적법이나 일상거소지법 등을 고를 수 있고, 그렇게 선택한 경우에는 제21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본국법이 적용되면 그 나라 법원에 가야 하나요?

준거법과 재판할 법원은 따로 정해집니다. 부부 중 한쪽의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고 마지막 공동 일상거소도 한국이었다면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고, 법원은 외국법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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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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