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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22일조회 0

외국 국적 약혼 상대 파혼, 한국 법원 재판 가능

부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캐나다 국적의 약혼자는 상견례를 마치고 웨딩홀 계약금까지 낸 뒤 결혼을 없던 일로 하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출국했습니다. 함께 고른 예물 시계는 그가 가져갔고, 신부 쪽이 부담한 스튜디오와 드레스 비용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손해를 물어내라고 하고 싶어도 상대는 이미 지구 반대편에 있습니다.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내도 되는지, 낸다면 법원이 받아 줄지가 첫 관문입니다.

약혼 파기 소송은 어떤 사건으로 분류되나

약혼을 해제한 경우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물처럼 오간 물건을 돌려 달라는 원상회복 청구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절차로 보면 이 청구는 가사소송법상 다류 가사소송사건이고, 가정법원이 전속관할을 가집니다. 그런데 상대가 외국인이고 외국에 있다면 국내 관할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애초에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을 재판할 권한, 즉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가입니다.

약혼에는 왜 따로 정한 관할 조문이 없나

국제사법은 혼인관계, 친생자관계, 입양, 부모·자녀 관계, 부양, 후견 사건마다 특별관할을 정해 두었습니다. 혼인관계 사건이라면 원고와 미성년 자녀의 일상거소, 부부의 마지막 공동 일상거소처럼 구체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약혼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약혼은 혼인의 예약일 뿐 혼인관계 그 자체가 아니어서, 혼인관계 사건의 특별관할을 그대로 끌어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총칙입니다. 제2조는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한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으면 관할을 인정하고, 법령에 관할 규정이 없을 때는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되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라고 합니다. 제3조는 피고의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으면 관할이 있다는 일반관할을 둡니다.

상대가 이미 출국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보나

일반관할의 출발점은 피고의 일상거소입니다. 단순히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 있는 곳을 뜻합니다. 상대가 강사 계약을 끝내고 집을 정리해 떠났다면 일상거소는 이미 캐나다로 옮겨 갔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휴가차 잠시 귀국했을 뿐이고 집과 직장이 부산에 남아 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일반관할이 어렵더라도 제2조의 실질적 관련은 따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만났고, 약혼과 결혼 준비가 모두 한국에서 진행되었으며, 손해도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분쟁의 무게중심은 한국에 있습니다. 증거인 계약서, 영수증, 증인도 한국에 몰려 있습니다. 여기에 상대의 압류할 수 있는 재산, 예컨대 돌려받지 못한 임대차 보증금이나 국내 은행 예금이 남아 있다면 재산소재지 관할까지 겹칩니다. 다만 그 재산 가액이 현저히 적으면 이 근거는 힘을 잃습니다.

근거요건이 사안에서 확인할 것
일반관할 (제3조)피고의 일상거소가 한국, 일상거소가 없거나 알 수 없으면 거소가 한국소 제기 당시 상대가 한국에 살고 있는지, 출국했다면 생활 근거를 옮겼는지
실질적 관련 (제2조)당사자나 분쟁이 한국과 실질적으로 관련만남, 약혼, 결혼 준비, 파혼 통보가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재산소재지 (제5조)청구 목적 재산이나 압류할 수 있는 피고 재산이 한국에 있음상대의 보증금, 예금, 차량 등이 남아 있는지
합의·변론관할 (제8조·제9조)서면 합의, 또는 피고가 관할을 다투지 않고 본안 변론상대가 한국 소송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합의관할과 변론관할이 살아 있다는 의미

이 지점이 약혼 사건의 특징입니다. 국제사법 제13조는 혼인관계, 친생자관계, 입양, 부모·자녀, 후견 사건처럼 특별관할이 정해진 사건에는 합의관할과 변론관할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혼 사건이라면 두 사람이 한국 법원에서 하자고 미리 합의해도 그 합의로 관할이 생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약혼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은 그 목록에 직접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약혼을 혼인관계 사건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서면으로 한국 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정했다면 그 합의가 효력을 가질 수 있고, 메시지나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은 의사표시도 서면에 들어갑니다. 상대가 한국 소송에 대리인을 선임해 관할을 다투지 않고 본안을 다툰다면 그것만으로 관할이 생깁니다.

실무적으로는 상대에게 소송 대응 의사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도 예물이나 비용을 두고 할 말이 있다면 한국 법원에 반소를 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청구는 한 번에
위자료, 웨딩 비용 같은 재산상 손해, 예물 반환은 서로 밀접한 청구입니다. 그중 하나에 한국 법원의 관할이 인정되면 나머지도 하나의 소로 함께 낼 수 있습니다.

관할이 인정돼도 남는 문제는 무엇인가

관할이 있다고 재판이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피고는 첫 변론기일까지 한국 법원이 재판하기에 부적절하고 외국 법원이 더 적절하다는 예외적 사정을 들어 소송절차 중지나 각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 사정이 명백해야 받아들여지므로, 분쟁의 중심이 한국에 있다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방어가 됩니다.

상대가 캐나다에서 먼저 같은 다툼으로 소송을 냈다면 국제적 소송경합도 문제 됩니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 하는 준거법 문제는 관할과 별개로 다시 따지게 되고, 외국법이 준거법이 되면 법원이 그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합니다.

  • 약혼 사실: 상견례 사진, 양가 연락, 반지 구입 내역
  • 파혼 경위: 상대의 메시지 원문과 번역
  • 손해: 웨딩홀·스튜디오 계약서, 위약금 영수증
  • 재산: 상대의 국내 계좌, 보증금 반환 예정 내역

마지막은 판결을 받은 뒤의 회수입니다. 한국에 상대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에 집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외국에서 집행하려면 그 나라에서 따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이 한 번 더 듭니다.

정리

외국 국적 약혼자를 상대로 한 파혼 손해배상은 국제사법에 특별관할 조문이 없어 제2조의 실질적 관련과 제3조의 일반관할로 판단합니다. 만남과 결혼 준비가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다면 실질적 관련을 주장할 여지가 큽니다. 상대의 재산이 국내에 남아 있으면 근거가 하나 더 붙습니다.

혼인 사건과 달리 합의관할과 변론관할이 막혀 있지 않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상대의 출국 시점과 국내 재산부터 확인하고, 소 제기와 함께 가압류가 필요한지는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5조, 제806조 · 가사소송법 제2조 · 국제사법 제2조, 제3조, 제5조, 제6조, 제7조, 제8조, 제9조, 제11조, 제12조, 제13조, 제18조, 제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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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한국에서 소송할 수 있나요?

피고의 일상거소가 외국으로 옮겨 갔다면 일반관할은 어렵지만, 약혼과 결혼 준비가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손해도 한국에서 생겼다면 국제사법 제2조의 실질적 관련을 근거로 관할을 다툴 수 있습니다.

약혼 파기 손해배상도 이혼처럼 관할 합의가 무효인가요?

국제사법 제13조가 합의관할·변론관할을 배제하는 사건 목록에 약혼 해제 손해배상은 없습니다. 서면으로 한 관할 합의나 피고의 변론으로 관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물 반환과 위자료를 따로 소송해야 하나요?

서로 밀접한 청구이므로 하나에 한국 법원의 관할이 인정되면 함께 하나의 소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겨도 돈을 받을 수 있나요?

상대의 국내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에 집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외국에서 집행하려면 그 나라에서 판결 승인 절차가 따로 필요할 수 있으므로 소 제기 전에 국내 재산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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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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