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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21일조회 4

어릴 적 떠난 부모 부양 요구, 자녀 거절 가능성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습니다. 그 뒤로 생일에도, 어머니가 혼자 학비를 대느라 빚을 지던 때에도 연락 한 번 없었습니다. 38세가 된 아들 앞으로 가정법원 등기가 왔습니다. 70세를 넘긴 아버지가 부양료를 달라며 조정을 신청했다는 내용입니다. 어릴 때 나를 버린 사람을 왜 내가 부양해야 하느냐는 물음은 자연스럽습니다. 민법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부양의무는 남아 있지만, 그 의무를 실제로 얼마나 이행해야 하는지는 여러 단계의 판단을 거칩니다.

연락을 끊고 살았어도 부양의무는 남나

민법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에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친아버지와 아들은 바로 이 직계혈족입니다.

이 조문에는 함께 살았는지, 부모가 자녀를 길렀는지 같은 조건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 밖의 친족에게만 붙습니다. 그래서 수십 년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만으로 의무 자체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막막해집니다. 그러나 의무가 있다는 것과 지금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먼저 넘어야 할 문턱은 무엇인가

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사람이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행할 책임이 생깁니다. 청구하는 쪽이 이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녀가 가장 먼저 짚을 대목도 여기입니다.

아버지 명의의 집이나 예금이 있는지, 연금이나 일정한 소득이 있는지, 나이와 건강으로 보아 일할 수 있는지가 먼저 따져집니다. 재혼한 배우자가 있다면 그 배우자도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그 형편도 함께 드러나야 합니다. 연금 수령 내역, 부동산 등기, 최근 1년 정도의 계좌 거래 내역이 이 판단의 기본 재료입니다.

이 단계에서 아버지의 생활이 스스로 유지되고 있다면 청구는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녀 쪽은 아버지의 재산과 소득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는 데서 대응을 시작합니다. 가정법원은 부양료 사건에서 특히 필요하면 당사자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거나 재산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요부양 상태
가진 재산으로도, 일을 해서도 스스로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형편을 가리킵니다. 이 형편이 인정되지 않으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료를 낼 책임은 생기지 않습니다.

어릴 때 떠난 사정은 어디서 다뤄지나

민법에는 자녀를 기르지 않은 부모의 부양 청구를 막는 별도 조문이 없습니다. 그 사정이 들어갈 자리는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하는 단계입니다.

부양의 정도나 방법에 관해 당사자 사이에 협정이 없으면 법원은 부양받을 사람의 생활 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정합니다. 과거에 양육을 저버린 경위, 그 뒤 관계가 회복될 기회가 있었는지, 자녀가 그 공백 때문에 어떤 부담을 졌는지는 이 제반 사정으로 주장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사정이 얼마나 무게를 가질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막연한 원망보다 구체적인 자료로 경위를 보여 주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단계법이 묻는 것자녀 쪽에서 살필 점
의무가 있는가직계혈족 사이인가친부모와 자녀는 직계혈족이라 관계 단절만으로 의무가 사라지지 않음
이행할 때가 되었는가부모가 자기 재산이나 근로로 생활할 수 없는가부모의 재산, 소득, 연금, 근로 능력, 다른 가족의 지원
누가 부담하나부양의무자가 여럿일 때의 순위형제자매, 부모의 배우자 등 다른 의무자의 존재와 형편
얼마나, 어떻게부모의 생활 정도, 자녀의 자력, 그 밖의 제반 사정자녀 가구의 소득과 지출, 과거 양육 포기의 경위

형제가 여럿이면 누가 내나

부양의무자가 여럿이면 순위를 당사자끼리 정할 수 있습니다. 협정이 없으면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정하고, 여러 의무자를 함께 선정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에서 아버지가 재혼해 낳은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들도 같은 직계비속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며 생활을 함께해 온 자녀가 따로 있는데 연락이 끊긴 아들 한 사람에게만 청구가 들어왔다면, 다른 의무자의 존재와 형편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부담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정 기일에는 무엇을 들고 가나

부양에 관한 처분은 가정법원의 마류 가사비송사건이고, 심판을 청구하기 전에 조정을 먼저 거치는 사건입니다. 사례처럼 조정 신청서가 먼저 오는 이유입니다.

  • 부모가 집을 떠난 시기와 그 뒤 연락이나 양육비 지급이 없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 (가족관계 기록, 학창 시절 기록, 다른 부모의 진술)
  • 본인 가구의 소득, 고정 지출, 함께 부양 중인 배우자와 자녀
  • 부모의 재산과 소득을 확인해 달라는 신청 (재산목록 제출 명령, 재산 조회)
  • 부모의 다른 배우자나 자녀 등 다른 부양의무자에 관한 정보

조정은 서로 양보해 금액과 방법을 정하는 자리입니다. 감정이 앞서기 쉬운 사건이지만, 자료로 말하는 쪽이 결과를 움직입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심판 절차로 넘어가 법원이 정합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조정 단계부터 자료를 빠짐없이 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한 번 정해지면 끝까지 그 금액인가

정해진 금액이 영구히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양의 순위나 정도, 방법에 관한 협정이나 법원 판단이 있은 뒤에 사정변경이 생기면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그 협정이나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실직이나 질병, 부모의 재산 취득이 그런 예입니다.

부양을 받을 권리는 처분하지 못합니다. 부모가 이 권리를 남에게 넘기거나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부양 문제와 상속 문제는 따로 움직인다

자녀가 자기 자녀 없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부모는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양을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물려받는 일을 막기 위해 민법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될 자녀는 부모가 자신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뜻을 밝힐 수 있고,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유언이 없었다면 공동상속인이 그 부모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양료 다툼과는 별개의 절차이니 필요하다면 함께 설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어릴 때 떠난 부모라도 직계혈족인 이상 자녀의 부양의무는 법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의무는 부모가 자기 재산과 근로로 생활할 수 없을 때에야 이행할 책임이 생기고, 금액과 방법은 과거의 경위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정해집니다. 완전한 거절은 쉽지 않지만, 부담의 크기는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조정 신청서를 받았다면 부모의 재산과 소득, 다른 부양의무자, 과거 양육 포기의 경위를 차례로 정리하고, 조정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가 합리적인지는 변호사와 함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26조, 제974조, 제975조, 제976조, 제977조, 제978조, 제979조, 제1000조, 제1004조의2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8조의2, 제48조의3,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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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연락을 끊고 산 부모에게도 부양의무가 있나요?

민법은 직계혈족 사이의 부양의무에 함께 살았는지나 양육했는지 같은 조건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관계가 끊겼다는 사실만으로 의무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부양료를 청구하면 무조건 줘야 하나요?

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먼저 부모 스스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는 형편이어야 합니다. 집이나 예금, 연금 같은 수입이 있다면 청구는 거기서 막힐 수 있습니다.

어릴 때 버림받은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나요?

이를 직접 다루는 별도 조문은 없지만, 법원은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당사자의 생활 정도와 자력,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참작합니다. 과거 양육 포기의 경위는 이 단계에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부양료가 정해진 뒤 형편이 나빠지면 줄일 수 있나요?

협정이나 법원 판단이 있은 뒤 사정변경이 생기면 당사자의 청구로 법원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실직, 질병, 부모의 재산 취득 같은 변화가 있으면 자료를 갖춰 변경을 청구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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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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