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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20일조회 2

이혼 재판할 나라 미리 정한 합의, 효력 없는 이유

싱가포르 국적 남편과 결혼하면서 부부는 영어로 된 혼전계약서를 썼습니다. 그 안에 "두 사람 사이의 이혼 소송은 싱가포르 법원에서만 한다"는 문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결혼 뒤 부부는 부산에서 아이를 낳아 키웠고, 7년 만에 갈라서기로 하자 남편이 그 조항을 꺼냈습니다. 서명까지 했으니 싱가포르로 가서 소송하라는 것입니다. 국제사법은 이런 합의를 정면으로 다루는 조문을 두었고, 그 조문에 따르면 이혼에는 이 합의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조문의 구조를 따라 짚어 봅니다.

보통의 소송에서는 법원을 미리 고를 수 있다

출발점은 국제사법 제8조입니다. 당사자는 일정한 법률관계에서 생길 소송에 대해 어느 나라 법원이 재판할지 미리 합의할 수 있습니다. 서면으로 해야 하고, 이메일 같은 전자적 교환도 서면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정한 관할은 다른 나라 법원을 배제하는 전속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국 법원을 고른 전속적 합의가 있는데 한국 법원에 소가 들어오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소를 각하해야 합니다. 국제 거래 계약에 관할 조항을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9조는 또 하나의 길을 둡니다. 피고가 관할이 없다고 다투지 않고 본안에 대해 변론하면 그것만으로 관할이 생깁니다. 이른바 변론관할입니다.

그런데 이혼에는 왜 이 두 조문이 적용되지 않나

제13조가 답입니다. 혼인관계 사건, 친생자관계 사건, 입양관계 사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권·양육권·면접교섭 사건, 후견 사건과 그 조정사건처럼 관할이 따로 정해진 사건에는 제8조와 제9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적었습니다.

사건의 종류관할 합의응소로 생기는 관할
일반 재산 소송 (대여금, 계약 분쟁 등)서면으로 하면 원칙적으로 유효인정
혼인관계 사건 (이혼, 혼인 무효·취소)적용 제외적용 제외
친생자·입양관계 사건적용 제외적용 제외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 사건적용 제외적용 제외
부양에 관한 사건할 수는 있으나 부양받을 사람이 미성년자·피후견인이거나 관련 없는 나라를 고른 경우 효력 없음부양받을 사람이 미성년자·피후견인이거나 한국과 관련이 거의 없으면 불인정
성년·미성년 후견 사건, 위 사건들의 가사조정적용 제외적용 제외

조문은 이유를 적지 않았지만 구조에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혼인과 친자관계는 두 사람이 계약으로 정리하는 재산 문제와 다릅니다. 자녀가 걸려 있고, 신분이 바뀌고, 결혼할 때 힘의 차이가 있던 쪽이 낯선 나라 법정으로 끌려가 다투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그래서 법은 이런 사건의 관할을 당사자의 합의가 아니라 일상거소, 국적, 자녀의 거주 같은 객관적 연결점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상대가 그냥 소송에 응해도 관할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은

제9조까지 막혀 있다는 점은 자주 놓칩니다. 이혼 소송에서는 피고가 관할을 문제 삼지 않고 답변서를 내고 변론해도 그것만으로 한국 법원에 관할이 생기지 않습니다.

원고에게는 양날의 칼입니다. 상대가 다투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고, 법원이 스스로 관할을 살펴 없다고 보면 소송이 본안 판단 없이 끝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관할 합의를 내세워도, 한국 법원의 관할은 그 합의와 상관없이 법이 정한 기준으로만 판단됩니다.

결국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이 사건이 국제사법이 정한 혼인관계 사건의 관할 기준에 들어가는가. 소장을 내기 전에 아래 자료를 챙겨 두면 그 판단이 쉬워집니다.

  • 한국에서 얼마나 살아왔는지 보여 주는 주소 이력과 체류 자료
  • 자녀의 학교나 어린이집 재학 기록
  • 부부가 마지막으로 함께 산 곳을 보여 주는 임대차계약서나 공과금 내역
  • 각자의 국적을 확인할 여권이나 가족관계 서류

그러면 한국 법원의 관할은 무엇으로 정하나

제56조가 기준입니다. 사례처럼 아내와 아이가 부산에 살고 있다면 원고와 미성년 자녀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에 해당해 한국 법원에 관할이 있습니다. 부부가 마지막까지 함께 산 곳이 한국이고 한쪽이 여전히 한국에 사는 경우도 같습니다.

이혼과 함께 청구하는 친권자·양육자 지정, 부양료 지급 같은 부수적 청구는 주된 청구에 관할이 있으면 같은 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 아이 문제를 따로 외국에서 다퉈야 하는 상황은 대개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부부가 모두 오래전에 한국을 떠났고 자녀도 외국에 산다면 한국 법원의 관할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이때도 혼전계약서의 관할 조항이 없는 관할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혼전계약서의 다른 조항까지 효력을 잃나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문서 안에서도 법원을 고르는 합의와 법을 고르는 합의는 다르게 다뤄집니다. 앞의 것은 관할의 문제이고 뒤의 것은 준거법의 문제입니다.

이혼을 규율할 법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법이 부부의 국적과 생활 근거지를 차례로 따져 정해 주는 방식이고, 사례처럼 아내가 한국에 터를 잡고 사는 한국 국민이면 한국 민법이 이혼을 규율하게 됩니다. 혼전계약서에 다른 나라 이혼법을 따른다고 적었더라도 결과는 같습니다.

재산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국제사법은 부부재산제에 적용할 법을 정해진 범위 안에서 부부가 직접 고르도록 허락하되, 형식을 엄격하게 요구합니다. 혼전계약서의 재산 조항이 그 범위와 형식을 지켰는지는 따로 검토할 대상이고, 관할 조항이 힘을 잃었다고 해서 이 조항까지 함께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혼전계약서를 꺼내 들기 전에 볼 것
· 관할 조항: 이혼·친권·양육에 관한 부분이면 효력이 없습니다
· 부양 조항: 부양받을 사람이 미성년자인지, 고른 나라가 사안과 관련이 있는지
· 재산 준거법 조항: 작성 날짜와 두 사람의 서명이 빠짐없이 들어갔는지
·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준비했는지

정리

국제 거래에서는 재판할 나라를 미리 정해 두는 합의가 힘을 갖지만, 이혼과 친자, 양육 같은 신분 사건에서는 국제사법 제13조가 그 합의와 응소에 의한 관할을 모두 배제합니다. 한국 법원에서 이혼할 수 있는지는 일상거소와 국적, 자녀의 거주 같은 기준으로만 정해집니다.

그렇다고 혼전계약서 전체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에 적용할 법을 고른 조항은 서면 요건을 갖추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느 조항이 남고 어느 조항이 힘을 잃는지 가려내는 일은 소송 전략의 출발점이니, 원문을 들고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6조, 제8조, 제9조, 제13조, 제56조, 제59조, 제60조, 제64조, 제65조, 제66조

관련 안내: 부산 이혼변호사 · 이혼·가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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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혼전계약서에 외국 법원에서만 이혼한다고 썼으면 한국에서 소송을 못 하나요?

국제사법 제13조는 혼인관계 사건에 관할 합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 조항과 상관없이 일상거소나 국적, 자녀의 거주 같은 법정 기준에 따라 한국 법원의 관할을 판단합니다.

상대방이 관할을 다투지 않고 소송에 응하면 관할이 생기나요?

일반 소송에서는 그렇게 변론관할이 생기지만, 혼인관계 사건에는 변론관할 규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 법원의 관할 기준에 맞는지를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아이 양육 문제만 외국 법원에서 따로 다퉈야 하나요?

이혼 청구에 한국 법원의 관할이 있으면 친권자·양육자 지정, 부양료 같은 부수적 청구도 함께 낼 수 있습니다. 친권·양육 사건 역시 관할 합의로 정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혼전계약서의 재산 조항도 무효가 되나요?

관할 조항과는 따로 판단합니다. 재산 관계에 적용할 법을 고른 조항은 국제사법이 정한 범위와 서면 형식을 갖추었다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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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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