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 사무소에서 후견계약을 써 둔 지 몇 해가 지나 마음이 바뀌는 일이 있습니다. 맡기기로 한 조카와 사이가 틀어졌거나, 그 사람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갔거나, 반대로 맡기로 한 쪽에서 부담을 느껴 손을 떼고 싶어 하는 경우입니다. 민법은 이 계약을 물리는 길을 하나가 아니라 둘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감독인이 선임되기 전과 후로 갈리고, 앞쪽은 편지 한 장으로 끝나지만 뒤쪽은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두 길이 왜 이렇게 다른지,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길이 갈리나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된 순간입니다.
제959조의14 제3항이 후견계약의 효력을 가정법원이 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생기게 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증서를 만든 날과 등기한 날은 준비 단계이고, 감독인 선임이 곧 계약이 살아나는 날입니다.
제959조의18은 이 날을 경계로 두 개의 항을 둡니다. 제1항은 선임 전을, 제2항은 선임 후를 다룹니다. 같은 계약을 없애는 일인데 앞쪽은 철회라 부르고 뒤쪽은 종료라 부릅니다. 이름이 다른 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임 전에는 왜 편지 한 장으로 끝나나
아직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1항은 본인 또는 임의후견인이 언제든지 후견계약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계약이 아직 효력을 갖기 전이라 본인의 일상이 후견인의 손에 걸려 있지 않고, 후견인 역시 맡은 사무가 없으므로 어느 쪽이든 자유롭게 빠져나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방식만 하나 붙어 있습니다.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이어야 합니다. 계약을 공정증서로 만들게 한 것과 같은 이유로, 철회 역시 공증인의 손을 거치게 하여 나중에 진위를 다투는 일을 막았습니다. 말로 그만두자고 한 것이나 문자 메시지로 보낸 것은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철회한 뒤에는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등기부 정리가 따릅니다.
선임 뒤에는 무엇이 달라지나
세 가지 문턱이 새로 생깁니다.
제2항은 감독인 선임 이후에는 본인 또는 임의후견인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언제든지라는 말이 사라지고, 사유가 붙고, 법원이 끼어듭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미 후견인이 본인의 예금을 관리하고 요양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이 마음대로 빠져나가면 본인의 생활이 곧바로 흔들립니다. 그래서 누군가 빈자리를 메울 준비가 되었는지를 법원이 확인한 뒤에야 문을 열어 줍니다.
| 구분 | 감독인 선임 전 (제1항) | 감독인 선임 후 (제2항) |
|---|---|---|
| 부르는 이름 | 철회 | 종료 |
| 할 수 있는 사람 | 본인, 임의후견인 | 본인, 임의후견인 |
| 사유 | 필요 없음 | 정당한 사유 |
| 방식 |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 | 가정법원의 허가 심판 |
| 법원의 심리 | 없음 | 본인과 후견인의 진술 청취, 본인 심문 |
법원은 무엇을 듣고 허가하나
가사소송법이 절차를 정합니다.
제2조 제1항은 제959조의18 제2항에 따른 후견계약 종료의 허가를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합니다. 관할은 제44조 제1항이 정하는데, 감독인 선임 심판이 확정된 뒤의 사건이므로 그 선임 심판을 한 가정법원이 맡습니다.
제45조의6 제1항 제4호는 종료 허가 심판을 할 때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의 진술을 듣도록 하고, 제2항은 피임의후견인을 직접 심문하도록 합니다. 본인이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심문이 생략됩니다. 서류만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후견인의 건강 악화나 장기 해외 체류처럼 사무를 계속 맡기 어려운 사정, 본인과 후견인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이 실무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어느 쪽이든 본인의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지를 법원이 함께 봅니다.
확인할 것
· 감독인 선임 심판이 확정되었는지와 그 법원
· 종료를 원하는 사정을 증빙할 자료 (진단서, 출입국 기록, 관계 파탄의 경위)
· 종료 뒤 본인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누가 맡을지
·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 청구를 함께 낼지
· 후견인이 지금까지 처리한 사무의 내역과 잔액
해임과 종료는 어떻게 다른가
같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제959조의17 제2항의 해임은 감독인 선임 뒤에 임의후견인에게 현저한 비행이나 임무 부적합 사유가 드러났을 때 법원이 그를 자리에서 내리는 절차입니다. 감독인과 본인,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권자이고 임의후견인 자신은 그 명단에 없습니다. 후견인의 잘못을 이유로 밖에서 끌어내리는 길입니다.
반면 제959조의18 제2항의 종료는 잘못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본인이나 후견인 스스로 관계를 끝내겠다고 나서는 절차입니다.
결과에도 차이가 남습니다. 제937조 제6호는 법원에서 해임된 임의후견인을 후견인 결격자로 적어 두었습니다. 해임되면 다른 사람의 후견인도 되지 못하지만, 허가를 받아 종료한 경우에는 그런 꼬리표가 붙지 않습니다.
끝난 뒤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남습니다.
- 등기입니다. 제959조의19에 따라 후견인의 대리권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등기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종료 뒤에도 은행이나 거래처가 옛 후견인을 대리인으로 믿고 거래하면 본인이 그 결과를 안게 될 수 있습니다.
- 본인의 보호입니다. 판단능력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계약이 끝나면 대리인이 사라집니다. 제959조의20 제1항에 따라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의 심판으로 넘어가는 길이 열려 있고, 그 심판을 받으면 후견계약은 그 시점에 종료됩니다.
본인의 판단능력이 아직 남아 있다면 다른 사람과 후견계약을 새로 맺는 길도 있습니다.
주의
감독인이 선임된 뒤에 공증인 인증 서면만 보내고 끝났다고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제2항의 단계에서는 그 서면이 계약을 끝내지 못합니다. 허가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후견인의 대리권은 그대로 살아 있으므로, 그 사이의 거래와 지출도 후견 사무로 처리되고 감독인의 보고 대상이 됩니다.
정리
민법 제959조의18은 후견계약을 물리는 길을 감독인 선임 전후로 나눕니다. 선임 전이라면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 하나로 어느 쪽이든 철회할 수 있지만, 선임 후에는 정당한 사유를 들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끝납니다.
허가 심판에서는 본인과 후견인의 진술을 듣고 본인을 심문합니다.
후견인의 잘못이 문제라면 제959조의17 제2항의 해임이 맞는 절차이고, 어느 길로 끝냈든 제959조의19의 등기와 본인의 다음 보호 장치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감독인이 이미 선임된 사안이라면 종료 사유를 어떻게 구성할지 변호사와 먼저 의논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37조, 제959조의14, 제959조의17, 제959조의18, 제959조의19, 제959조의20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제45조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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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감독인 선임 전인데 후견인이 될 사람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가능합니다. 제959조의18 제1항은 본인만이 아니라 임의후견인에게도 철회권을 줍니다.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이면 충분하고 본인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감독인이 선임된 뒤 후견인과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어떻게 끝내나요?
제2항에 따라 가정법원에 종료 허가를 청구해야 합니다. 신뢰 관계가 무너진 경위를 자료로 정리하시고, 종료 뒤 본인의 보호를 누가 맡을지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허가를 받기에 유리합니다.
후견인이 돈을 함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종료 허가를 구해야 하나요?
그 경우에는 제959조의17 제2항의 해임 청구가 맞는 절차입니다. 감독인이나 본인, 친족이 청구할 수 있고, 해임된 사람은 제937조 제6호에 따라 후견인 결격자가 됩니다.
종료 허가를 받았는데 등기를 안 했습니다.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됩니다. 제959조의19는 등기를 마치지 않은 대리권 소멸을 선의의 제3자에게 내세우지 못하게 하므로, 옛 후견인이 대리인 행세를 하며 거래한 결과를 본인이 떠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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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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