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끼리 사이가 틀어져 누가 어머니를 맡을지 정하지 못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가족 중에 맡을 사람이 없거나, 맡겠다는 사람은 있는데 다른 가족이 못 믿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개인이 아니라 단체를 후견인으로 세울 수 있는지 물어보시게 됩니다. 민법은 짧은 한 문장으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성년후견에 한하여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조문이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조문은 어디에 어떻게 적혀 있나
제930조 제3항입니다. 법인도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는 한 줄이 전부입니다.
바로 앞의 두 항을 함께 읽어야 뜻이 분명해집니다. 제1항은 미성년후견인의 수를 한 명으로 못 박았고, 제2항은 성년후견인에 대하여 신상과 재산에 관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여러 명을 둘 수 있게 했습니다.
세 항이 한 조문에 나란히 놓인 이유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미성년후견은 아이를 기르는 일이 중심이라 사람이 하나여야 하고, 성년후견은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가 폭넓게 얽혀 있어 여럿이 나누어 맡을 여지를 둔 것입니다.
| 구분 | 미성년후견인 | 성년후견인 |
|---|---|---|
| 인원 | 한 명 | 여러 명 가능 |
| 법인 | 될 수 없음 | 될 수 있음 |
| 정하는 방식 | 유언 지정 또는 법원 선임 |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 |
누가 고르고 언제 고르나
고르는 주체는 법원 하나뿐입니다.
제936조 제1항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있는 경우의 성년후견인을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도록 했습니다. 가족이 추천할 수는 있어도 지정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심판 청구서에 후보자를 적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2항은 후견인이 사망이나 결격, 그 밖의 사유로 없게 된 경우에 직권으로 또는 본인,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다시 선임하도록 하고, 제3항은 이미 선임된 뒤에도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추가로 선임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제3항이 실제로 자주 쓰입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신상을 맡고, 재산 부분은 뒤늦게 법인이나 전문가를 덧붙이는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법인을 고를 때 법원이 보는 것
제936조 제4항이 고려 사항을 나열합니다.
먼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앞머리에 적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본인의 건강과 생활관계, 재산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본인과의 이해관계 유무를 들었습니다.
법인에 관하여는 같은 항에 괄호가 따로 붙어 있습니다. 법인이 성년후견인이 될 때에는 그 사업의 종류와 내용, 그리고 법인이나 그 대표자와 본인 사이의 이해관계 유무를 본다는 내용입니다. 개인을 고를 때보다 한 겹 더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왜 대표자까지 보는지는 쉽게 짐작됩니다. 법인의 이름만으로는 실제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살던 집을 그 법인이 사려고 한다면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법인 후견인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후견 사무가 끊기지 않고, 개인의 건강이나 사정으로 업무가 중단될 위험이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반대로 본인과의 개인적 유대가 약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여러 명일 때 권한은 어떻게 나뉘나
제949조의2가 그 정리를 맡습니다.
제1항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여러 명의 성년후견인이 공동으로 권한을 행사하게 하거나 사무를 분장하도록 정할 수 있게 합니다. 제2항은 그 결정을 뒤에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공동 행사로 정해 둔 경우에 한 사람이 협력하지 않으면 사무가 멈춥니다. 제3항이 그 상황을 겨냥합니다. 본인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데도 어느 후견인이 필요한 권한 행사에 협력하지 않을 때, 법원이 그 후견인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재판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 후견 사무를 멈춰 세우지 못하게 막아 둔 장치입니다.
법인이라고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937조의 결격사유는 법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단체의 성격상 문제 되는 것은 몇 호에 집중됩니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법원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는 경우, 본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였거나 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후견을 맡겠다는 법인이 본인의 재산을 두고 다툰 이력이 있다면 그 자체로 걸립니다.
감독 쪽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제940조의5는 제779조에 따른 후견인의 가족을 후견감독인에서 배제합니다. 법인이 후견인인 경우에 그 법인과 사실상 한 몸인 단체를 감독인으로 세우려는 시도가 있으면 같은 취지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선임된 뒤 감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세 갈래로 굴러갑니다.
- 제940조의4에 따라 가정법원이 직권이나 청구로 성년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 제954조에 따라 법원이 본인의 재산상황을 조사하고 후견 임무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습니다.
- 가사소송법 제45조의4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사람에게 후견사무의 실태나 재산상황을 조사하게 하거나 임시로 재산관리를 맡길 수 있게 합니다.
절차도 짚어 두겠습니다. 후견에 관한 사건은 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2에 따라 본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이 맡되, 개시심판이 확정된 뒤의 사건은 그 심판을 한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제45조의3 제1항 제3호는 후견인 선임 심판을 할 때 본인과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듣도록 했습니다.
확인할 것
· 후보로 세울 법인의 정관과 사업의 종류가 후견 사무와 맞는지
· 그 법인이나 대표자가 본인의 재산과 얽힌 거래를 한 적이 있는지
· 재무 상태와 회생 또는 파산 이력이 있는지
· 담당자가 바뀔 때 인수인계를 어떻게 하는지
· 신상과 재산을 나누어 맡길 필요가 있는지
정리
제930조 제3항은 성년후견에 한하여 법인을 후견인으로 허용합니다. 같은 조 제1항이 미성년후견인을 한 명으로 못 박은 것과 대비해 읽으시면 제도의 결이 잡힙니다.
고르는 사람은 언제나 가정법원입니다. 제936조 제1항이 직권 선임을 정하고, 제3항이 뒤늦게 후견인을 덧붙일 길을 열어 둡니다. 법인을 고를 때에는 제4항의 괄호에 따라 사업의 종류와 대표자의 이해관계까지 검토됩니다.
여러 명을 세울 때는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가 관건이고, 그 틀은 제949조의2가 잡습니다. 가족 중에 맡을 사람을 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후보를 어떻게 구성해 청구서에 적을지를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79조, 제930조, 제936조, 제937조, 제940조의4, 제940조의5, 제949조의2, 제954조 · 가사소송법 제44조, 제45조의3, 제45조의4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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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어머니 후견인으로 저와 법인을 함께 세울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제930조 제2항이 성년후견인을 여러 명 둘 수 있게 하고 제3항이 법인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권한을 공동으로 행사할지 나누어 맡을지는 제949조의2에 따라 법원이 정합니다.
가족이 후견인으로 적어 낸 사람을 법원이 반드시 선임해 주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936조 제1항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도록 정합니다. 청구서의 후보자는 참고 자료일 뿐이고, 제4항의 고려 사항에 비추어 다른 사람이 선임될 수 있습니다.
선임된 뒤에 후견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제954조에 따라 법원에 재산상황 조사와 필요한 처분을 구할 수 있고, 제940조의4에 따른 성년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미성년인 조카에게도 법인을 후견인으로 세울 수 있나요?
되지 않습니다. 제930조 제3항은 성년후견인에 한정하고 있고, 제1항이 미성년후견인의 수를 한 명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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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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