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학교도 옮겼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알려 줄까 봐 매일 불안합니다. 학교가 알려 주지 못하게 할 방법이 있는지, 제가 미리 해 둘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아이가 다니는 곳의 정보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와 어린이집의 교직원에게는 전학이나 입소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하는 의무가 법에 직접 규정되어 있고, 그 대상에는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도 포함됩니다.
■ 조문이 교직원을 상대로 직접 말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8조 제3항이 근거입니다. 피해자가 보호하고 있는 아동이나 피해자인 아동의 교육 또는 보육을 담당하는 학교의 교직원 또는 보육교직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당 아동의 취학과 진학, 전학 또는 입소의 사실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괄호 안에 그 변경까지 포함된다고 적어 두어 학교를 다시 옮긴 경우도 같은 보호를 받습니다. 부탁의 형태가 아니라 조문에 박힌 의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조문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대목은 상대방의 범위입니다. 문장이 가정폭력행위자인 친권자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든지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부모라는 지위, 친권자라는 지위가 예외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학교에서 아버지라서 알려 주었다는 답을 듣고 뒤늦게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조문은 바로 그 상황을 겨냥해 만들어졌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이라는 단서는 법령에 따른 조회처럼 근거가 뚜렷한 경우를 남겨 둔 것이지, 가족이니 알려 주어도 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는 문구가 아닙니다.
■ 수사와 재판 쪽에도 비슷한 칸이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은 가정폭력범죄의 수사나 가정보호사건의 조사와 심리, 집행에 관여하는 공무원과 보조인, 상담원과 기관장에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합니다. 제2항은 가정보호사건에서 당사자와 신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을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하지 못하게 합니다. 벌칙은 제64조에 있습니다. 제1항의 비밀엄수 의무를 어긴 보조인과 상담원, 기관장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보도 금지를 어긴 경우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제64조가 적은 것은 앞의 두 항뿐이고 제3항에는 벌칙이 따로 붙어 있지 않습니다.
■ 학교에는 무엇을 어떻게 전해 두면 되나
말로만 전해 두면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흐려집니다. ① 전학 절차를 밟으실 때 학교 행정실과 담임에게 제18조 제3항을 적은 서면을 함께 내십시오. ② 보호명령이나 임시조치 결정문, 사건 접수증 사본이 있으면 붙이십시오. ③ 전달한 날짜와 받은 사람의 이름, 직위를 적어 두시고 사본을 한 부 보관하십시오. ④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있는 사람의 명단과 비상연락처를 적어 두십시오. 돌봄교실과 학원처럼 아이가 머무는 다른 곳에도 같은 내용을 전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주민등록 열람 제한은 주민등록법이, 가족관계등록 사항의 공시 제한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 접근 자체를 끊는 절차는 따로 있습니다
정보를 막는 것과 사람을 막는 것은 다른 조문에 놓여 있습니다. 제55조의2 제1항은 판사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검사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그 가운데 제4호가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의 친권행사를 제한하는 항목이고 제5호가 면접교섭권 행사를 제한하는 항목입니다. 아이를 만나겠다는 명분으로 학교 쪽에 접촉이 이어지는 사안에서 이 두 칸이 실제로 쓰입니다. 결정이 나기 전의 공백은 제55조의4의 임시보호명령이 메웁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제8조 제3항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검사나 사법경찰관을 상대로 임시조치를 요청하고 의견을 진술할 통로를 열어 두었습니다.
■ 확인하실 때 조심하실 점
학교가 알려 주었는지를 확인하려고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일은 피하십시오. 확인은 학교 쪽에 하시는 것이고, 누가 언제 무엇을 물어왔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시면 됩니다. 위험을 느끼는 순간에는 112로 신고해 출동 기록을 남기시고, 상담과 보호시설 안내가 필요하시면 여성긴급전화 1366을 이용하십시오. 어떤 청구를 먼저 낼지는 자료를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8조, 제55조의2, 제55조의4, 제64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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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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