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지 한참 지난 뒤에야 이혼을 결심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마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아이 학년이 바뀔 때까지 미루기도 합니다. 그런데 민법은 재판상 이혼의 사유 여섯 가지 가운데 두 가지에만 따로 시한을 붙여 두었습니다. 그 시한을 넘기면 같은 사실을 들어서는 더 이상 이혼을 구할 수 없습니다. 어느 사유에 시한이 걸리고 그 기간이 언제부터 흐르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여섯 가지 사유가 모두 같은 대접을 받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840조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여섯 개의 호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악의의 유기,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받은 심히 부당한 대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입니다.
시한을 붙인 조문은 그 뒤에 두 개뿐입니다. 제841조가 첫 번째 호를 겨냥하고, 제842조가 여섯 번째 호를 겨냥합니다. 가운데에 놓인 네 개의 호에는 대응하는 소멸 조문이 아예 없습니다. 유기나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삼는 사건에서 시간 계산이 덜 까다로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혼청구권의 소멸
사유가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것을 근거로 이혼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841조와 제842조 두 곳에만 놓여 있습니다.
용서했다는 말은 어떤 힘을 갖나
제841조는 기간을 말하기에 앞서 다른 두 가지를 먼저 적어 두었습니다.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를 한 때, 그리고 사후 용서를 한 때입니다. 이 두 경우에는 날짜를 셀 것도 없이 청구의 문이 닫힙니다.
실무에서 부담이 되는 쪽은 뒤의 것이어서, 알고도 다시 살기로 하고 각서를 받아 둔 사정이나 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문자가 나중에 용서의 근거로 제시되곤 합니다. 한 번 덮고 지나가기로 하셨던 사안이라면 그 뒤에 무슨 일이 더 있었는지를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6월은 어느 날부터 흐르나
출발점은 알게 된 날입니다.
제841조와 제842조 모두 다른 일방이 이를 안 날을 기산점으로 삼았습니다. 사실이 벌어진 날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아차린 날이 기준선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의 일이라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면 기간이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한 것이 됩니다.
문제는 안 날을 언제로 볼 것인가입니다. 막연한 의심이 든 시점과 자료를 손에 쥔 시점이 몇 달씩 떨어져 있어, 통화 내역과 카드 사용 내역의 날짜가 이 다툼에서 실제로 쓰입니다.
| 구분 | 내용 |
|---|---|
| 제840조 제1호 | 부정한 행위. 제841조가 6월과 2년의 시한을 답니다. |
| 제840조 제6호 |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제842조가 같은 시한을 답니다. |
| 제840조 제2호~제5호 | 소멸을 정한 조문이 따로 없습니다. |
| 짧은 쪽 기산점 | 다른 일방이 그 사유를 안 날입니다. |
| 긴 쪽 기산점 | 그 사유가 있은 날입니다. |
2년은 무엇을 기준으로 잡나
두 번째 시한은 앎과 무관하게 흐릅니다. 조문의 표현은 그 사유있은 날입니다. 끝까지 모르고 있었더라도 그 날로부터 2년이 차면 청구할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두 기간은 나란히 놓여 있고, 어느 하나라도 먼저 차면 그것으로 문이 닫힙니다. 알게 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더라도 사건 자체가 3년 전의 일이라면 뒤쪽 시한에 걸립니다. 반대로 사건이 반년 전이더라도 알게 된 날부터 여덟 달이 지났다면 앞쪽 시한에 걸립니다.
제842조에서는 계산이 한층 까다로워집니다. 여섯 번째 호가 가리키는 사유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오래 쌓인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조문은 그 날이 시작한 날인지 끝난 날인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이혼 자체가 막히나
아닙니다. 막히는 것은 그 사유를 근거로 한 청구입니다.
제840조의 여섯 개 호는 서로 독립해 있습니다. 부정한 행위에 대한 시한이 찼더라도 그 뒤에 벌어진 폭언과 생활비 단절, 장기간의 별거가 따로 쌓였다면 다른 호를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간 사유를 배경으로 적는 것과 청구 원인으로 삼는 것은 다릅니다. 어느 사실이 어느 호에 걸리는지를 서면 전에 갈라 두셔야 합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도 함께 사라지나
별개의 시계가 돌아갑니다.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에 딸린 문제들을 다른 조문에 연결해 둡니다. 손해배상은 제806조, 양육책임은 제837조, 면접교섭권은 제837조의2, 재산분할은 제839조의2입니다.
이 가운데 기간이 명시된 것은 재산분할입니다. 제839조의2 제3항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2년이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이혼청구권의 2년은 이혼을 구할 수 있는 창이고, 재산분할의 2년은 이혼이 성립한 뒤에 열리는 창입니다. 두 기간을 묶어 계산하시면 순서가 어긋납니다.
확인할 것
· 문제되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날짜
· 그 사실이 벌어진 날과 지금도 이어지는지 여부
· 알고 난 뒤에 주고받은 각서나 메시지가 남아 있는지
· 청구 원인으로 삼을 사유가 제840조의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
소를 내려면 어느 법원으로 가나
재판상 이혼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이 나류 가사소송사건으로 분류해 둔 사건입니다. 순서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 제50조가 나류 사건에 조정을 먼저 거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정신청부터 냅니다.
- 관할은 제22조가 다섯 갈래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 구역 안에 보통재판적을 두고 있으면 그 법원입니다.
-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같은 주소지를 두었던 구역, 그것도 아니면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소송 절차로 넘어가고, 그때 청구 원인과 기간에 관한 주장을 정리해 제출합니다.
기간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첫 서면에서부터 안 날과 그 근거를 밝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뒤늦게 기산점을 바꾸면 주장이 흔들린 것으로 읽힙니다. 변호사와 함께 자료의 날짜부터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개의 사유 가운데 제1호와 제6호에만 시한이 붙습니다. 제841조와 제842조가 각각 안 날부터 6월, 있은 날부터 2년이라는 두 개의 창을 두었고, 어느 하나라도 먼저 차면 그 사유로는 청구하지 못합니다.
제1호에는 시간과 별개로 사전동의와 사후 용서라는 차단 사유가 더 붙어 있습니다. 반면 제2호부터 제5호까지에는 소멸을 정한 조문이 없습니다. 기간이 찬 사유가 있더라도 다른 호에 해당하는 사정이 따로 쌓였다면 청구의 길은 남습니다.
재산분할의 2년은 이혼이 성립한 뒤부터 세는 별개의 기간입니다. 두 시계를 구분해 두셔야 순서를 놓치지 않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6조, 제837조, 제837조의2, 제839조의2, 제840조, 제841조, 제842조, 제843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22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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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외도를 안 지 1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이혼을 못 하나요?
제841조의 시한은 부정한 행위를 청구 원인으로 삼을 때 적용됩니다. 그 사유로는 어렵더라도 뒤에 쌓인 사정이 다른 호에 해당하면 그것을 원인으로 청구할 수 있으니 사실관계를 시기별로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번 용서했다가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용서는 그 시점까지 알고 있던 사실에 관한 의사표시입니다. 그 뒤에 새로 벌어진 행위는 별개의 사유이므로 그 행위를 안 날부터 다시 기간이 흐릅니다. 언제 무엇을 용서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각서나 메시지를 남겨 두십시오.
별거가 오래 이어지는 경우에도 2년이 지나면 청구를 못 하나요?
제842조는 사유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삼는데, 그 상태가 종결된 것인지 지금도 이어지는 것인지에 따라 기산점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안마다 결론이 갈리므로 별거의 시작 시점과 연락 내역을 정리해 변호사와 검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혼은 끝났는데 재산분할을 아직 못 했습니다. 기간이 있나요?
제839조의2 제3항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이혼청구권의 기간과는 성격도 기산점도 다르므로, 협의이혼이라면 신고일, 재판이라면 확정일을 확인해 남은 기간부터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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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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