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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17일조회 8

속아서 한 혼인을 되돌릴 수 있는 기간

신고를 마친 뒤에야 상대가 말해 온 것과 사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업도 재산도 이전 가족관계도 들은 대로가 아니었다면 이 혼인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민법은 이런 사정을 무효 사유로 놓지 않고 취소 사유로만 두었고, 청구할 수 있는 창을 아주 좁게 잘라 두었습니다. 사실을 알아차린 날이 언제인지가 결론을 그대로 가른다는 뜻입니다.

무효와 취소는 어디에서 갈리나

출발선이 다릅니다.

제815조는 혼인이 처음부터 무효가 되는 네 가지를 열거합니다. 혼인의 합의가 아예 없었던 때, 8촌 이내 혈족 사이인 때,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입니다.

속아서 한 혼인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상대를 배우자로 삼겠다는 의사 자체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단의 재료가 잘못 주어졌을 뿐 합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그래서 법은 이 흠을 취소라는 다른 칸으로 보냈습니다. 취소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효력이 없어지고, 그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다루어집니다.

혼인의 취소
흠이 있는 혼인을 법원의 재판으로 장래를 향해 풀어내는 제도입니다. 무효와 달리 청구할 수 있는 사람과 기간이 조문마다 따로 정해져 있고, 기간이 지나면 흠이 남아 있어도 다툴 수 없게 됩니다.

어떤 흠이 취소 사유가 되나

제816조가 세 호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제1호는 혼인적령과 동의 요건, 근친혼과 중혼 금지를 어긴 경우입니다. 제2호는 혼인 당시 한쪽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가 있었는데 상대가 이를 알지 못한 경우입니다.

제3호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한 줄짜리 문장이지만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칸입니다.

세 호는 요건만이 아니라 시한도 각각 다릅니다. 제1호에는 제819조와 제820조가, 제2호에는 제822조가, 제3호에는 제823조가 붙어 있습니다. 어느 호인지를 먼저 확정해야 남은 시간이 계산됩니다.

취소 사유언제까지 청구하나
동의 없는 혼인당사자가 19세가 된 후 3개월이 지나거나 혼인 중에 임신하면 막힙니다.
근친혼혼인 중에 포태한 때에는 청구하지 못합니다.
악질 기타 중대사유그 사정을 알게 된 날부터 6월입니다.
사기 또는 강박속은 것을 알아차린 날, 겁박에서 벗어난 날부터 3월입니다.

왜 석 달밖에 주지 않나

제823조의 문언은 짧습니다.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월을 지나면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혼인에만 이렇게 좁은 창을 둔 이유는 신분관계의 성격에 있습니다.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재산이 얽히고 자녀가 태어나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도 부부라는 전제로 관계를 맺습니다. 오래 지난 뒤에 뿌리를 흔들면 얽힌 사람들이 함께 흔들립니다.

그래서 법은 짧게 끊었습니다. 다만 그만큼 아는 즉시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이 당사자에게 넘어옵니다.

석 달은 어느 날부터 세나

조문이 기산점을 두 갈래로 적어 두었습니다.

사기의 경우는 사기를 안 날입니다. 혼인한 날도 아니고 상대가 거짓말을 한 날도 아닙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시작선이라는 뜻입니다.

강박의 경우는 강박을 면한 날입니다. 겁을 주는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시계가 돌지 않고, 벗어난 때부터 셈이 시작됩니다. 압박을 받는 사람이 그 와중에 소를 내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다투어지는 지점은 대개 안 날의 특정입니다. 어렴풋이 의심한 때와 자료로 확인한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등기사항증명서를 뗀 날짜, 상대가 보낸 문자, 제삼자에게 사실을 들은 자리의 기록이 그 시점을 받쳐 줍니다.

확인할 것
· 속았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날짜와 그것을 알 수 있는 자료
· 혼인신고가 수리된 날짜와 혼인관계증명서의 기재
· 상대가 혼인 전후에 보낸 문자와 서류의 원본
· 재산이나 자녀 문제가 함께 걸려 있는지

협의이혼도 같은 방식으로 되돌리나

구조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제838조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이혼의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가정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어서 제839조가 제823조를 협의상 이혼에 준용합니다.

이혼을 되돌리는 경우에도 시한은 같다는 뜻입니다. 재산분할이나 양육 문제를 정리하다 압박을 받아 도장을 찍었다면 이 통로를 살펴야 합니다.

판결이 나면 지난 혼인 기간은 어떻게 되나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824조는 혼인을 취소해도 그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확정된 때부터 장래를 향해 풀린다는 뜻이고, 그때까지 부부로 지낸 기간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지위도 뒤집히지 않습니다.

자녀 문제는 제824조의2가 따로 챙깁니다.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관하여 제837조와 제837조의2를 준용하도록 해, 이혼과 같은 방식으로 양육자와 면접 방법을 정하게 했습니다.

돈 문제도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제825조가 제806조를 준용하므로 과실 있는 상대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제806조 제3항에 따라 양도와 승계가 제한됩니다.

어디에 어떤 순서로 내나

사건의 종류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1.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혼인의 취소를 나류 가사소송사건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2. 나류 사건이므로 제50조의 조정 전치가 적용되어 조정 신청을 먼저 냅니다. 조정 없이 소를 제기하면 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
  3. 관할은 제22조가 전속으로 정합니다. 같은 구역에 부부의 보통재판적이 있으면 그 법원이고, 아니면 마지막 공동 주소지나 상대방 쪽을 기준으로 갈립니다.
  4. 제2조 제1항은 혼인의 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재산 분할과 친권자 지정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넣어 두어,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5. 당장 처분을 막아야 한다면 제62조의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합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는 이유는 석 달이라는 시한 때문입니다. 자료를 다 모은 뒤에 움직이려다 창이 닫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먼저 신청서를 넣고 자료를 보강하는 편이 나을 때가 많아,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속아서 한 혼인은 제815조의 무효 사유가 아니라 제816조 제3호의 취소 사유입니다. 제823조가 정한 석 달 안에 청구하지 못하면 흠이 남아 있어도 더는 다툴 수 없습니다.

협의이혼을 되돌리는 경우에도 제838조와 제839조를 통해 같은 시한이 적용됩니다. 취소 판결이 나더라도 제824조에 따라 효력은 소급하지 않습니다. 기산점이 다투어지기 쉬우니 확인 경위를 기록으로 남기시고, 남은 기간을 먼저 계산한 뒤에 절차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6조, 제815조, 제816조, 제819조, 제820조, 제822조, 제823조, 제824조, 제824조의2, 제825조, 제838조, 제839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22조, 제50조, 제6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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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알았습니다. 청구할 수 있나요?

기산점은 혼인한 날이 아니라 사기를 안 날입니다. 알게 된 시점부터 3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혼인한 지 얼마나 되었든 청구할 수 있으니, 언제 어떤 자료로 확인했는지부터 정리해 두십시오.

혼인이 취소되면 신고 기록도 지워지나요?

기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취소 재판이 확정된 사실이 반영됩니다. 제824조가 소급을 막고 있어 그때까지의 혼인 기간은 남고 자녀의 지위도 유지됩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도 함께 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제825조가 제806조를 준용해 과실 있는 상대에게 배상을 구할 길을 열었고, 혼인의 취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 분할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다루어집니다.

상대가 계속 겁을 주는 상황이라 소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강박의 경우 기간은 강박을 면한 날부터 계산되므로 그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시한이 진행하지 않습니다. 안전을 먼저 확보하신 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신청 시점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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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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