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다가 제가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는데, 그때부터 남편이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관리비와 아이 학원비까지 제 예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법으로 생활비를 달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본인 사안은 부부가 함께 사는 데 드는 비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대야 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따로 약정해 둔 것이 없다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쪽이 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부담을 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원칙을 정한 조문은 한 줄입니다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공동 부담은 절반씩 똑같이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소득이 있는 쪽과 없는 쪽, 살림과 육아를 맡은 쪽의 기여를 함께 놓고 형편에 맞게 나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뿌리에는 제826조 제1항이 있습니다.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는 문장입니다. 생활비를 대는 일은 이 부양과 협조 의무가 돈으로 드러난 모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한쪽이 진 빚을 다른 쪽이 갚아야 하는 경우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민법 제827조 제1항은 부부가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정하고, 제832조는 부부의 한쪽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 다른 한쪽이 그 채무에 연대책임을 진다고 합니다. 식료품과 생필품 구입, 공과금, 아이의 교육비처럼 살림을 꾸리는 데 통상 드는 것이 여기에 듭니다.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① 이미 제삼자에게 다른 한쪽의 책임이 없음을 명시한 때에는 연대책임이 생기지 않고, ② 대리권에 가한 제한은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 미리 약정을 해 두면 달라지는가
달라집니다. 민법 제829조는 부부가 혼인 성립 전에 재산에 관하여 약정할 수 있게 하고, 약정이 없으면 법이 정한 대로 간다고 정합니다. 주의할 점이 셋입니다. ① 약정은 혼인 성립 전에 해야 하고 혼인 중에는 변경하지 못합니다. ②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습니다. ③ 혼인 성립까지 등기를 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결혼 전에 문서로만 주고받은 합의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몰라도 바깥을 상대로는 힘을 갖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 상대가 생활비를 대지 않으면 어디에 내는가
가정법원입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민법 제826조와 제833조에 따른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또는 생활비용의 부담에 관한 처분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절차는 이렇게 흐릅니다. ① 제50조가 조정 전치를 요구하므로 조정신청서부터 접수하고, ② 제46조가 정한 대로 상대방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내며, ③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심판으로 넘어가 제48조에 따라 사건관계인을 심문하는 자리가 열립니다. 심판이 날 때까지 당장 생활이 어렵다면 제62조의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정해졌는데도 주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강제하는 수단이 두 단계로 놓여 있습니다. 먼저 가사소송법 제64조의 이행명령을 신청합니다. 법원이 기간을 정해 의무를 이행하라고 명하는 절차이고,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어기면 제67조 제1항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래도 지급이 없으면 제68조 제1항 제1호가 작동합니다. 금전의 정기적 지급을 명령받은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3기 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이 권리자의 신청으로 30일의 범위에서 감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생활비는 매달 지급하도록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26조, 제827조, 제829조, 제832조, 제833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6조, 제48조, 제50조, 제62조, 제64조, 제67조, 제6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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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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