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정리하면서 가장 늦게 떠오르는 항목이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급여입니다. 통장에 들어온 적이 없으니 재산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재직 기간의 상당 부분이 혼인 기간과 겹친다면 부부가 함께 쌓아 올린 몫이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어떤 기준으로 붙잡아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이냐입니다. 평가 시점과 분할 방식, 그리고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차례로 살폈습니다.
받지도 않은 돈이 왜 분할 대상인가
재산분할은 명의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등기와 계좌에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느냐가 출발점이 아닙니다. 보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이룬 재산인지입니다.
한쪽이 직장에 다니는 동안 다른 쪽이 가사와 양육을 맡았다면, 그 재직이 만들어 낸 급여와 적립금에는 두 사람의 몫이 섞여 있습니다. 매달 받는 급여가 그렇다면 그 급여를 기초로 쌓이는 퇴직급여도 성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민법은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 가정법원이 쌍방의 협력으로 마련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액수뿐 아니라 방법까지 법원이 정한다는 점이 이 항목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어떻게 붙잡나
기준 시점을 세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장래의 퇴직일을 알 수 없으므로 실무는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무렵을 기준으로 삼아, 그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받게 될 금액을 잡는 방식을 씁니다.
이 금액은 사업주나 적립금을 맡은 금융기관에 사실조회를 보내 확인하는데, 회신에는 입사일과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그 시점 기준의 퇴직급여 상당액이 담깁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회신 금액이 세금과 공제를 반영하기 전의 숫자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과 차이가 나면 분할 비율이 같아도 결과가 달라지므로, 회신서에 적힌 것이 세전인지 세후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분할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이 항목의 핵심입니다.
첫째는 기준 시점의 금액을 확정해 다른 재산과 함께 계산한 뒤 일시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관계를 지금 끊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만 아직 받지 않은 돈을 현재 지급해야 하므로 지급하는 쪽의 현금 사정이 문제가 됩니다.
둘째는 실제로 퇴직급여를 수령하는 때에 정해진 비율로 나누어 받는 방식입니다. 지급 여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행 시점이 먼 미래로 미뤄지고 그때까지 관계가 이어진다는 부담이 남습니다.
| 구분 | 일시금 정산 | 수령 시 비율 분할 |
|---|---|---|
| 기준 금액 | 기준 시점에 퇴직한다고 볼 때의 금액 | 실제 수령하는 금액 |
| 이행 시기 | 판결이나 조정 직후 | 상대가 실제로 받는 때 |
| 장점 | 관계가 곧바로 정리됩니다. | 지급 여력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
| 약점 |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집행이 어렵습니다. | 수령 여부와 시점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
겹치는 기간은 어떻게 잘라 내나
퇴직급여 전부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 전에 쌓인 부분과 별거 이후에 쌓인 부분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재직 기간과 혼인 기간이 겹치는 구간을 먼저 잘라 냅니다. 입사일과 혼인신고일, 별거를 시작한 시점이 여기서 모두 날짜로 쓰입니다. 하루 단위로 다투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중간에 이직이 있었다면 계산이 한 겹 늘어납니다. 앞선 직장에서 받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생활비로 쓰였는지 아니면 다른 자산으로 남아 있는지를 따로 짚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구조인지 금융기관이 적립금을 맡고 있는 구조인지에 따라 확인할 서류와 사실조회를 보낼 곳이 함께 갈립니다.
확인할 것
· 입사일, 혼인신고일, 별거 개시일을 날짜로 정리했는지
· 퇴직급여를 회사가 지급하는지 금융기관이 맡고 있는지
· 사실조회 회신 금액이 세전인지 세후인지
· 과거에 중간정산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 적립금을 담보로 한 대출이 남아 있는지
공적연금은 다른 제도다
섞어 놓고 이야기하면 계산이 엉킵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법률이 따로 정한 연금에는 그 법률에 별도의 분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제도들은 청구권자의 요건과 신청 기간을 각 법률이 직접 정하고 있어, 가정법원의 재산분할과는 근거도 절차도 다릅니다. 이혼 판결문에 퇴직급여 분할이 적혀 있다고 해서 연금 쪽 신청까지 자동으로 처리되지는 않습니다. 신청은 해당 기관에 따로 해야 합니다.
두 갈래를 각각 챙겨야 합니다. 어느 연금에 가입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한 뒤, 해당 기관에 신청 요건과 기한을 따로 물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에서 어긋나는 지점
합의서나 판결문의 문장이 짧으면 나중에 다시 다투게 됩니다.
- 기준 시점을 적지 않아 어느 시점의 금액인지가 불분명한 경우
- 세전 금액을 기준으로 비율만 정해 실제 수령액과 어긋나는 경우
- 퇴직 전 중간정산이나 담보대출로 적립금이 이미 줄어 있는 경우
- 수령 시 분할로 정해 놓고 통지 의무를 적지 않아 수령 사실을 모르는 경우
네 번째가 특히 자주 문제가 됩니다. 상대가 언제 퇴직해 얼마를 받았는지를 알 방법이 없으면 권리가 종이 위에만 남습니다. 수령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조항과 이행하지 않을 때의 처리까지 함께 적어 두어야 합니다.
주의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퇴직급여 항목을 빠뜨린 채 이혼을 먼저 마무리했다면 남은 기간을 먼저 세어 보셔야 합니다.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하나
이 항목은 자료 싸움에 가깝습니다. 상대의 근로 조건을 본인이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 청구사건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당사자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국면에서 쓰는 장치입니다. 다만 신청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본인 쪽에서는 혼인 기간과 별거 시점을 보여 주는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십시오. 주민등록 이력, 임대차계약서, 아이의 전학 기록처럼 생활의 자리를 보여 주는 서류가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퇴직급여는 액수가 크고 계산이 길어 합의 문구 하나로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조정 기일에 들어가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방식부터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급여도 재직 기간이 혼인 기간과 겹치는 범위에서는 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확정되지 않은 금액은 기준 시점에 퇴직한다고 볼 때의 금액을 사실조회로 확인해 붙잡습니다.
나누는 방법은 일시금으로 정산하거나 실제 수령 시에 비율로 나누는 두 갈래이고, 각각 지급 여력과 이행 확보라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은 별도의 법률이 정한 제도이므로 따로 챙겨야 합니다. 기준 시점과 세금 처리, 통지 의무를 문구에 담아 두는 것이 뒤탈을 줄이는 길입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39조의2, 제843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8조의2, 제50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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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아직 회사에 다니는데 퇴직금을 나눌 수 있나요?
재직 기간이 혼인 기간과 겹치는 범위에서는 분할 대상으로 다루어집니다. 기준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의 금액을 사실조회로 확인해 계산하게 되므로, 상대의 입사일과 소속 회사를 먼저 특정해 두셔야 합니다.
일시금으로 받는 것과 나중에 나누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
상대의 현금 사정과 퇴직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정리하고 싶다면 일시금 정산이, 지급 여력이 의심스럽다면 수령 시 비율 분할이 고려되므로 두 방식의 이행 가능성을 함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중간정산을 받았다는데 이것도 반영되나요?
이미 받은 금액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활비로 소진되었는지 다른 자산으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므로, 정산 시점의 입금 내역과 그 뒤의 자금 흐름을 함께 정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혼은 이미 했는데 퇴직금 이야기를 못 했습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남은 기간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간이 남아 있다면 상대의 재직 사실과 입사일을 특정한 뒤 별도로 청구를 검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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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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