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이 이혼을 청구하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보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원칙이고 어떤 사정이 있을 때 예외가 열리는지, 청구하는 쪽과 막는 쪽은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대법원이 세운 기준을 따라 정리했습니다. 결국은 상대의 거절이 진심인지, 그동안의 배려가 실제로 이행되었는지에서 갈립니다.
왜 유책배우자의 청구는 막히나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사유가 있을 때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그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혼인이 깨진 데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바로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만들어 낸 사유를 들어 상대를 내보내는 결과를 막기 위한 태도입니다. 이를 유책주의라고 부릅니다.
목적은 둘입니다. 하나는 축출이혼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는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이 누가 보아도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여도, 그 사실만으로 이혼 판결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파탄의 존재와 청구할 자격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사건에서는 파탄이 있었는지보다 누가 그 파탄을 만들었는지가 먼저 다투어집니다. 이 다툼의 결과가 이후 모든 쟁점의 출발점이 됩니다.
2015년 전원합의체는 무엇을 남겼나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원칙을 유지한다고 다시 밝혔습니다. 다만 원칙을 끝까지 관철할 이유가 사라진 경우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쟁점은 원칙 자체가 아니라 예외의 요건을 어떻게 채우는가로 옮겨 갔습니다.
다수의견이 든 갈래는 세 가지이고, 하급심은 이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셋을 모두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나만 어설프게 주장해서는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 예외의 갈래 | 법원이 보는 것 | 필요한 자료 |
|---|---|---|
| 상대의 이혼 의사 | 거절이 오기나 보복에 가까운지 | 협의 메시지, 상대의 새 생활 정황 |
| 보호 필요의 소멸 | 별거 기간과 자녀의 성년 여부 | 주민등록 자료, 생활 분리 정황 |
| 보호와 배려의 이행 | 재산분할·위자료·양육비가 실제로 이행되었는지 | 송금 내역, 주거 마련 자료 |
상대의 거절이 진심인지 어떻게 가리나
첫째 갈래는 상대도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뜻이 없는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이혼을 거절하지만 속내는 오기나 보복인 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거절이라면 존중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가장 자주 다투는 지점이 바로 거절의 진정성입니다.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말이 진심인지, 조건이 맞지 않아 버티는 것인지를 갈라야 합니다.
협의 과정에서 상대가 이혼 여부는 건드리지 않고 금액만 이야기해 왔다면, 그 기록 자체가 의사의 실질을 보여 줍니다. 상대가 다른 사람과 사실상 부부처럼 생활하고 있거나, 이미 재산분할 조건을 협의해 온 정황도 같은 방향의 자료가 됩니다. 이혼 자체가 아니라 조건만 다투어 온 사건이라면 그 기록이 결정적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대화나 부부 상담을 계속 요구해 왔다면 평가는 뒤집힙니다. 같은 거절이라도 그 배경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보호할 필요가 사라졌다고 보는 때
둘째 갈래는 세월이 흘러 유책성과 파탄 사이의 연결이 희미해진 경우입니다. 별거가 오래되고 생활이 완전히 갈라졌다면 여기에 가까워집니다. 자녀가 모두 성년이 되어 양육 문제가 남지 않은 사정도 함께 봅니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다면 원칙을 밀어붙일 실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년을 별거하면 된다는 고정된 기준은 없습니다. 법원은 기간과 함께 그 사이의 연락, 생활비 지급, 왕래를 묶어서 봅니다. 형식만 별거이고 실제로는 오가며 지냈다면 기간의 의미는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각방을 쓰고 경제까지 분리되어 있었다면 실질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평가됩니다.
별거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자주 다투어집니다. 짐을 옮긴 날, 주소를 옮긴 날, 생활비가 끊긴 날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볼지가 사건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배려는 말이 아니라 이행으로 봅니다
셋째 갈래는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넉넉히 정하고 양육비를 밀리지 않고 지급해 온 사정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갈리는 것은 말과 기록의 차이입니다. 앞으로 주겠다는 제안만으로는 배려가 있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행된 내역이 남아 있어야 평가를 받습니다.
법원은 소 제기 전후로 태도가 달라졌는지도 세밀하게 봅니다. 소송이 시작된 다음에야 송금을 시작하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주거를 마련해 준 사실이나 오래 이어진 양육비 지급 기록이 훨씬 강하게 작용합니다.
확인할 것
· 별거 시작 시점이 자료로 특정되는지
· 생활비와 양육비를 언제부터 얼마나 보냈는지
· 협의 과정에서 상대가 이혼 여부를 다투었는지, 조건만 다투었는지
· 지급이 소송 시작 전부터 이어졌는지
내 책임의 무게는 어떻게 평가되나
같은 부정행위라도 한 번이었는지 오래 이어졌는지에 따라 평가가 다릅니다. 상대를 집에서 내보냈거나 생활비를 끊은 사정이 더해지면 유책성은 크게 무거워집니다. 무게가 클수록 예외에서 요구되는 배려의 수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예외를 주장하려면 자신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정직하게 짚어야 합니다.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사건이라면 누구의 책임이 더 무거운지를 비교합니다. 책임의 정도가 비슷하다면 유책배우자의 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막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잘못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책임의 무게는 기간과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파탄이 난 뒤에도 상대의 생활을 계속 어렵게 만들었다면, 그 사정만으로 예외의 문턱은 더 높아집니다.
주의
상대의 잘못을 다툰다면서 사소한 사정까지 늘어놓으면 역효과가 납니다. 목록이 길어질수록 주된 책임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오히려 선명해집니다.
어떤 자료를 남겨야 하나
주장과 자료가 따로 놀면 같은 사실도 우연한 사정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시간 순서로 묶어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 협의 내용이 남은 메시지와 통화 기록
- 생활비와 양육비 송금 내역
- 별거 시점을 보여 주는 주민등록 자료와 주거 관련 서류
- 상대가 다른 생활을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정황
막는 쪽의 준비도 방향이 분명합니다. 거절이 진심임을 보여 주어야 하므로 관계를 회복하려 한 노력, 상담을 받은 기록, 연락을 이어 온 흔적이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금전 조건만 논의한 문자가 남아 있으면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협의 단계의 문자 한 줄이 뒤에 결정적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도 이혼 자체는 원한다면 반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본소가 기각되면 재산분할도 위자료도 정해지지 않은 채 혼인 관계만 남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은 소송 초기에 정해야 합니다.
기각되면 다시 청구할 수 있나
청구가 기각되어도 혼인 관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완전한 종결은 아닙니다. 사정이 달라지면 다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청구할 때는 이전 판결 뒤에 생긴 사정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별거가 더 길어졌거나 상대가 다른 생활을 시작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자료를 그대로 또 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각 판결에 적힌 이유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짚는 편이 낫습니다.
한편 이혼과 함께 정해지는 것들은 유책 여부와 따로 움직입니다. 민법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에 재산분할에 관한 제839조의2와 손해배상에 관한 제806조를 준용합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절차이므로, 유책배우자라도 자기 몫은 받습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돈이고, 재산분할은 함께 이룬 재산에서 각자의 몫을 갈라내는 절차입니다. 성격이 다르므로 하나를 받았다고 다른 하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녀 문제도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 자녀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민법 제912조는 친권자를 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양육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지금까지의 실제 양육 상황과 자녀의 의사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정리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쪽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예외는 상대의 거절이 진심이 아닐 때, 보호할 필요가 사라졌을 때, 배려가 실제로 이행되었을 때 열립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주장이 아니라 기록으로 이루어집니다. 청구하는 쪽이든 막는 쪽이든, 별거의 시작과 그동안의 지급 내역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시작 시점과 지급 내역이 정리되어 있으면 남은 다툼의 범위도 훨씬 좁아집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40조, 제839조의2, 제843조, 제806조, 제912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4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부산 해운대 사무소 · 영남권/제주 중심, 서울·경기·충청·호남·강원 의뢰 대응
자주 묻는 질문
별거 몇 년이면 이혼이 되나요?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기간과 함께 그동안의 연락, 생활비 지급, 회복 노력을 종합해 회복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상대가 이혼은 못 해준다고만 합니다.
거절이 진심인지 조건 때문인지를 구분합니다. 협의 과정에서 금액만 논의된 기록이 있다면 예외 인정의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책배우자면 재산분할도 못 받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기여도를 기준으로 하므로 책임의 유무와는 별개로 판단합니다.
한 번 기각되면 끝인가요?
아닙니다. 이후 사정이 달라지면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결 이후 새로 생긴 사정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대표 변호사 한병철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혼·가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