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면 상대방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우리 법은 이 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건이 있고, 최근에는 인정되지 않는 사안도 늘고 있습니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기각되는지, 그리고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순서를 잘못 잡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집니다.
상대방에게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부정행위는 부부의 공동생활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평가됩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고, 민법 제751조는 재산 이외의 손해, 즉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이 함께 위자료를 부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배상의 대상은 재산상의 손해가 아니라 혼인 공동생활이 깨진 데 따른 정신적 고통입니다.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에게만 청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가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에 부정한 행위가 들어 있지만, 이혼을 선택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혼인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정한 뒤에 상대방에 대한 청구만 따로 진행하는 사건도 드물지 않습니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성관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부부의 정조 의무에 반하는 행위라면 포함됩니다.
-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
-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침해되었다는 점.
이 가운데 실제로 다투어지는 것은 대체로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자료로 드러나고 세 번째는 사실관계에서 따라오는 반면,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식에 관한 문제여서 정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정행위의 범위가 성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자주 문제 되는데, 어느 정도의 행위까지 포함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평가됩니다. 세 번째 요건인 혼인 관계의 침해는 뒤에서 볼 파탄 여부와 맞닿아 있어, 두 쟁점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렵습니다.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
실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반박입니다. 혼인 사실을 정말 몰랐다면 고의도 과실도 없어 책임이 부정됩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화 내용, 만남의 장소와 방식,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자료가 됩니다. 결혼반지나 가족 사진을 본 사정, 함께 아는 지인이 있었던 사정,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미 알려져 있었던 사정이 근거로 쓰입니다.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항변이 아닙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의 맥락, 만남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혼인 사실을 알 만한 접점이 전혀 없었던 사안이라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라는 관문에서 청구가 멈춥니다.
이미 파탄된 뒤라면 어떻게 되나
중요한 예외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례는 혼인 관계가 이미 실질적으로 파탄된 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호할 공동생활이 이미 남아 있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라도 시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그래서 별거의 기간과 성격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이가 나빴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관계가 끝나 있었는지를 봅니다. 별거의 기간과 이유, 연락과 왕래의 정도, 이혼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별거 중이었더라도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파탄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거 기간에 오간 연락과 생활비의 흐름, 집을 오간 기록이 뒤늦게 자료로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금액은 어떻게 정해지나
정해진 기준표는 없습니다. 사안에 따라 폭이 큽니다.
혼인 기간, 자녀의 유무,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상대방의 적극성과 사후 태도가 고려됩니다. 사후 태도란 사실을 알고도 관계를 이어 갔는지, 아니면 곧바로 정리했는지 같은 사정입니다. 같은 부정행위라도 짧게 끝난 사안과 오래 이어진 사안은 평가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공제입니다. 민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가한 때에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어, 한쪽에서 받은 금액은 다른 쪽에 대한 청구에서 공제됩니다. 배우자에게는 이혼과 함께 위자료를 청구하고 상대방에게는 따로 청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총액이 두 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손해에 대한 공동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두 청구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
배우자에 대한 청구와 상대방에 대한 청구는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되지만 금액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쪽에서 얼마를 받았는지가 다른 청구에 그대로 반영되므로, 실제 회수액은 두 청구를 함께 놓고 보아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므로 민법 제766조가 적용됩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입니다.
부정행위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된 경우에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지가 문제 됩니다. 알게 된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가 됩니다. 언제 무엇을 확인했는지 기록해 두십시오. 10년은 행위가 있은 날부터 세는 기간이고,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기간 때문에 다투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마음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간만은 따로 확인해 두십시오.
증거는 어떻게 모아야 하나
실제로 쓰이는 자료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메시지와 통화 기록
- 숙박이나 여행과 관련된 결제 내역
- 차량 출입 기록과 사진
- 주변 사람의 진술
- 본인들이 인정한 진술
두 번째가 특히 자주 쓰입니다. 카드 명세와 예약 내역은 객관적인 기록이어서 다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변 사람의 진술만 있는 사건은 결론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문제는 모으는 과정입니다. 증거를 확보하려다 스스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대를 몰아붙이려고 한 행동이 뒤에 자신의 사건이 되어 돌아오면, 정작 다투려던 쟁점은 뒤로 밀립니다.
| 구분 | 해당하는 방법 |
|---|---|
| 문제가 적은 방법 | 공개된 장소에서의 촬영, 본인 명의 카드의 사용 명세, 함께 쓰는 계좌의 거래 내역,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인 통화 녹음 |
| 별도의 문제가 되는 방법 |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는 행위, 위치를 추적하는 행위,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대화의 녹음, 주거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행위 |
주의
수집 방법이 잘못되면 그 자료를 쓰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별도의 사건이 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질 수 있으므로, 확실하지 않은 방법은 실행하기 전에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알리거나 합의로 끝낼 때 조심할 것
화가 나서 상대방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행위 자체가 별도의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이더라도 공연히 적시하면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고, 반복되면 다른 조항도 검토됩니다. 절차 안에서 다투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상당수 사건은 지급 합의로 마무리됩니다. 소송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듭니다. 다만 합의서를 급하게 쓰면 정리하려던 문제가 그대로 남습니다.
합의서에 적을 것
· 금액과 지급 시기, 분할이라면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처리
· 접촉 금지와 비밀 유지 조항
· 배우자에 대한 청구와의 관계
· 이 합의로 정리되는 범위
배우자가 이미 용서하고 혼인을 유지하기로 한 경우도 있습니다. 용서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에 대한 청구권이 당연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손해의 정도를 판단할 때 고려 요소가 되어 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우자와 사이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의 범위에 상대방에 대한 청구까지 포함되는지를 문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문구가 모호하면 뒤에 다시 다투게 됩니다.
정리
상대방에 대한 청구는 인정되지만 요건이 있습니다. 혼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첫 번째 관문입니다.
이미 파탄된 뒤의 관계라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별거의 성격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금액은 배우자에 대한 청구와 연결되어 정해지므로 두 청구를 함께 놓고 계산해야 합니다. 합의로 마무리하더라도 이 합의로 정리되는 범위를 문서에 분명히 남겨야 뒤탈이 없습니다.
증거 수집의 방법이 잘못되면 사건 전체가 뒤집힙니다. 모으기 전에 방법을 점검하십시오. 알게 된 날부터 기간이 흐르기 시작한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순서가 결과를 바꿉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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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혼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을 유지하면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만 위자료를 청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결혼 사실을 몰랐다고 하면요?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책임이 부정됩니다. 다만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있었는지를 대화와 만남의 방식 등으로 검토합니다.
별거 중이었으면 청구가 안 되나요?
혼인 관계가 이미 실질적으로 파탄된 뒤라면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별거의 기간과 성격이 쟁점이 됩니다.
증거를 모을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별도의 문제가 됩니다. 수집 방법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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