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며느리가 재혼하면서 손주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딸이 이혼한 뒤 해외로 떠나 있는 동안, 외조부모에게는 아이를 만날 길이 없습니다. 2016년 개정으로 민법 제837조의2에 제2항이 들어오면서, 부모의 것으로만 여겨지던 면접교섭의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조부모가 가정법원에 직접 손주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조항의 요건과 한계, 그리고 실제 심리에서 법원이 무엇을 판단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제도의 뼈대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질병·외국거주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녀를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 그 부모의 직계존속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837조의2 제2항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08-27 확인)
원칙의 자리 - 면접교섭은 부모와 자녀의 권리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의 주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만이 아니라 자녀도 권리자입니다. 면접교섭은 부모가 아이를 보는 권리이기 이전에,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할 권리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시선이 제2항을 읽는 열쇠가 됩니다. 권리의 이름은 조부모의 것이지만, 보호의 대상은 아이의 관계망입니다. 조부모의 면접교섭도 조부모의 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부모 한쪽과의 연결이 끊긴 아이에게 그쪽 뿌리와의 관계를 남겨 주는 제도로 이해됩니다.
제2항의 요건 - 보충적 권리라는 성격
조부모의 청구에는 문턱이 있습니다.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하였거나 질병, 외국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녀를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여야 합니다. 부모가 스스로 면접교섭을 할 수 있는데도 조부모가 별도로 청구하는 구조가 아니라, 부모의 면접교섭이 막힌 자리를 보충하는 권리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안은 역시 부모 일방의 사망입니다. 사망한 쪽의 부모, 곧 친조부모 또는 외조부모가 청구인이 됩니다. 질병으로 장기 입원 중인 경우, 해외 근무나 거주로 물리적인 면접교섭이 어려운 경우도 조문의 예시에 들어 있습니다. 수감처럼 조문의 예시에 없는 사정이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의 평가로 다루어집니다. 요건 단계에서 막히는 청구와 재량 단계로 넘어가는 청구가 여기서 갈립니다.
법원이 저울에 올리는 것들
요건을 갖춘 청구라고 해도 자동으로 인용되지는 않습니다. 제2항 후문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의사, 청구인과 자녀의 관계, 청구의 동기,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도록 명시합니다. 이 심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언제나 아이입니다.
실제 심리에서 무게를 갖는 사정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조부모와 이미 형성해 온 유대가 있는가. 어린 시절 함께 살았거나 주기적으로 왕래한 이력은 인용의 방향으로, 사실상 처음으로 관계를 만들려는 청구는 신중론의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아이에게 낯선 사람과의 정기적 만남을 명령하는 일은 법원이 가장 꺼리는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아이 자신의 의사도 나이에 따라 비중 있게 반영됩니다. 그리고 청구의 동기가 아이와의 관계 자체인지, 양육자와의 갈등의 연장전인지도 살펴집니다. 상속 분쟁이나 사망한 자녀를 둘러싼 감정의 대립이 배경에 있는 청구는 그 동기가 정밀하게 심사됩니다. 면접교섭이 분쟁의 무기가 되는 순간, 이 제도의 취지는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제3항 - 만들어진 권리도 조정된다
면접교섭이 정해진 뒤에도 관계는 고정되지 않습니다. 제3항에 따라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청구 또는 직권으로 면접교섭을 제한, 배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조부모 면접교섭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면접교섭 중의 부적절한 언행, 이를테면 아이 앞에서 양육자를 비난하거나 가족 갈등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제한·배제의 사유가 됩니다. 거꾸로 양육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해진 면접교섭을 방해하면 이행명령과 과태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렵게 얻어낸 면접교섭일수록, 그 시간을 아이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권리를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청구를 준비한다면 - 실무의 조언
조부모의 면접교섭 청구는 가정법원의 심판 사건이며 조정전치의 대상이므로 조정 절차를 먼저 거칩니다. 준비의 핵심은 두 뭉치의 자료입니다. 하나는 요건 사실, 곧 부모 일방의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나 장기 치료·외국 거주를 보여주는 자료. 다른 하나는 유대의 역사, 곧 함께 찍은 사진, 왕래와 돌봄의 기록, 명절과 생일을 함께한 흔적입니다. 관계의 역사가 구체적일수록 심리는 짧아지고, 인용되는 면접교섭의 폭도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육자와의 관계 관리도 전략의 일부입니다. 심판에서 이기더라도 실제의 면접교섭은 양육자의 협조 속에서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청구 전의 단계에서 대화와 조정의 여지를 충분히 시도해 본 흔적은 청구의 동기가 아이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며느리·사위에 대한 감정이 뒤섞여 앞서기 쉬운 사건 유형이므로, 절차의 설계와 문서의 언어를 처음부터 차분하게 관리하는 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정리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면접교섭이 막힌 자리를 보충하는 권리이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언제나 자녀의 복리입니다. 요건 사실과 유대의 역사를 자료로 갖추고, 청구의 동기를 아이에게 두는 것. 손주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법의 언어로 전달되려면 이 두 가지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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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조부모는 언제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나요?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질병·외국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에 그 부모의 직계존속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2항). 부모의 면접교섭을 보충하는 구조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자녀의 의사, 청구인과 자녀의 관계, 청구의 동기,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도록 조문이 명시합니다. 기존 유대의 역사와 청구 동기의 순수성이 실무상 중요한 판단 재료입니다.
정해진 면접교섭을 양육자가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정당한 이유 없는 방해에는 이행명령과 과태료 등 이행 확보 수단이 검토됩니다. 반대로 면접교섭 중 부적절한 언행이 있으면 제한·배제·변경될 수 있습니다(제837조의2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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