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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8월 27일조회 14

조문에 없는 원칙 - 제840조 제6호와 유책배우자의 문

혼인이 사실상 끝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별거는 십 년을 넘겼고 돌아갈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이혼을 청구하면 법원은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민법 제840조를 아무리 읽어도 "유책배우자는 청구할 수 없다"는 문장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원칙이 작동합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예외인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조문은 여섯 개의 사유를 적었다

제840조는 부부의 일방이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여섯 가지를 열거합니다.

1호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2호는 악의의 유기, 3호와 4호는 심히 부당한 대우, 5호는 생사가 오래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각각 사유로 삼습니다. 그리고 6호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입니다.

1호부터 5호까지는 상대방의 행위를 적고 있습니다. 6호만이 사유를 특정하지 않은 일반 조항입니다.

1호부터 5호까지의 구조

1호부터 5호까지는 문언 자체가 상대방을 향합니다.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 유기한 사람,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이 상대방이어야 청구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이 조항들에서는 유책 여부가 별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조문 자체가 상대방의 잘못을 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6호가 문제되는 이유

다툼은 6호에서 생깁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는 표현만으로는 누가 그 사유를 만들었는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두 갈래의 이해가 갈립니다. 혼인이 실제로 파탄되었다는 사실만 있으면 누구든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과,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그 사유를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우리 실무는 원칙적으로 후자에 서 있습니다. 스스로 파탄을 만들어 놓고 그 파탄을 이유로 혼인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은 신의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현실적인 것입니다.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폭넓게 인정하면,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배우자가 준비 없이 혼인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실무는 몇 가지 경우에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정리해 왔습니다.

예외가 검토되는 세 유형

1.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2.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3. 오랜 시간이 흘러 유책성과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이 옅어져, 이제 와서 책임의 무게를 재는 일이 실익을 갖기 어려운 경우

각 유형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

첫 번째 유형에서 관건은 객관적으로 명백한가입니다. 상대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을 유지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아무런 접촉도 없었고 회복을 위한 시도도 없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 유형은 태도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의 문제입니다. 생활비를 계속 지급했는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관여했는지, 재산분할과 위자료에 관하여 어떤 안을 제시했는지가 자료로 제출됩니다. 말로만 배려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 유형에서는 흘러간 기간의 길이보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가가 중요합니다. 별거가 길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고, 그 사이에 각자의 생활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사실상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가 함께 놓입니다.

실무에서 준비하는 방향

유책 사유가 있는 쪽에서 이혼을 구하려 한다면, 청구를 내기 전에 쌓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양육비와 생활비의 지급 내역, 자녀와의 관계를 보여 주는 기록, 재산분할에 관한 제안과 그에 대한 상대의 반응, 그리고 별거 기간 동안의 연락 내역입니다. 이 자료들이 두 번째와 첫 번째 유형의 판단 재료가 됩니다.

반대로 청구를 받은 쪽이라면, 혼인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과 이혼으로 인해 겪게 될 구체적인 어려움을 정리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제840조 제6호는 문언상 열려 있지만, 그 문을 누가 열 수 있는지는 조문 밖의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자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로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건은 소장을 쓰는 시점이 아니라 그 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나요?

민법 제840조에 명문의 제한은 없으나, 실무는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제6호를 근거로 이혼을 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Q2. 별거가 오래되면 이혼이 되나요?

기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으며, 그 사이의 사정과 상대방·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어떠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Q3. 상대가 감정 때문에 이혼을 거부하면요?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응하지 않는 경우는 예외가 검토되는 유형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한병철 변호사
부산 해운대 사무소 | 1533-7377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 법령: 민법(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제84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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