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은 밤 열한 시쯤 시작됐습니다. 아내가 친정 언니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휴대전화를 들자, 남편은 그것을 낚아채 거실 바닥에 내리쳤고 화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졌습니다. 아내는 이웃집 초인종을 눌러 경찰을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 앞에서 남편은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고 되풀이했습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처벌법이 말하는 가정폭력은 몸에 남은 상처만 세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물건을 부순 일도 그 안에 들어가고, 처리 절차도 폭행 사건과 같은 길을 탑니다.
때리지 않았는데 왜 가정폭력인가
이 법이 정한 가정폭력의 정의에는 몸과 마음에 입힌 피해와 나란히 재산에 입힌 피해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물건을 부순 일도 출발선에 섭니다.
다음 단계는 이 법의 절차를 타는 가정폭력범죄 목록입니다. 상해와 폭행, 협박, 주거침입 같은 죄와 나란히 형법의 재물손괴와 특수손괴가 올라 있습니다. 배우자는 당연히 가정구성원이고, 이혼한 전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됩니다.
결국 아내의 휴대전화를 부순 행위는 그 자체로 가정폭력범죄입니다.
그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재물손괴는 타인의 재물을 부수거나 감추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쓸모를 없앴을 때 성립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소유 관계부터 확인합니다.
아내가 자기 명의로 개통해 쓰던 휴대전화라면 남편에게는 타인의 물건입니다. 남편이 사 준 선물이라도 이미 넘겨준 물건이라면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남편 명의로 개통해 남편이 쓰던 기기를 스스로 부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부가 함께 산 텔레비전이나 식탁처럼 소유가 섞인 살림은 누구 돈으로, 누구 이름으로 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문서나 전자기록도 대상입니다. 휴대전화 안의 사진과 메시지를 일부러 지운 경우에도 손괴 문제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폭행과는 무엇이 다른가
같은 가정폭력범죄여도 아내의 의사가 미치는 힘이 다릅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명시하면 검사가 기소하지 못하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재물손괴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이 차이가 처리 방향을 가릅니다.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고, 검사가 기소할지 가정보호사건으로 보낼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법은 검사에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라고 요구하므로 처벌불원 의사는 처리 방향에 영향을 줍니다.
| 구분 | 아내를 밀치거나 때린 경우 | 아내의 휴대전화를 부순 경우 |
|---|---|---|
| 적용되는 죄 | 폭행 | 재물손괴 |
| 법정형 |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원 이하, 구류 또는 과료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 |
| 가정폭력범죄 목록 | 포함 | 포함 |
|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 (반의사불벌) | 그것만으로 공소가 막히지는 않음 |
| 위험한 물건을 들고 했다면 | 특수폭행 | 특수손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물건을 던지다 아내가 다칠 위험이 생겼다면 더 무거운 손괴죄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부수면서 신고를 막으려 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경위도 함께 조사됩니다.
신고 직후 현장에서는 무엇이 벌어지나
진행 중인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현장에 나가 다음 조치를 해야 합니다.
- 폭력행위 제지와 가해자·피해자 분리
- 현행범 체포 등 범죄수사
- 피해자가 동의하면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인도, 치료가 급하면 의료기관으로 인도
- 재발하면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통보와 피해자보호명령 청구가 가능하다는 고지
재발 우려가 크고 법원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으면 경찰이 직접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을 집 밖으로 내보내거나, 아내와 집 주변 100미터 안으로 오지 못하게 하거나,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입니다. 이 경우 경찰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검사는 긴급임시조치를 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형사재판으로 가나, 가정법원으로 가나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면서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검사의 선택지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소합니다. 둘째, 사건의 성질과 동기, 결과, 남편의 성행을 보고 보호처분이 맞다고 판단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보냅니다. 셋째, 성행 교정이 필요하다고 보면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가정보호사건이 되면 판사는 접근 제한, 전기통신 접근 제한, 사회봉사·수강명령, 상담위탁 같은 처분을 고릅니다. 이때 법원은 보호처분을 선고하면서 가정보호사건으로 생긴 직접적인 물적 피해의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부서진 휴대전화의 수리비나 교체 비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배상명령
가정보호사건 1심에서 보호처분을 선고할 때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 신청으로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의 배상, 부양에 필요한 금전 지급을 명하는 제도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합의한 배상액도 명령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남편 쪽과 아내 쪽이 지금 챙길 것
물건 하나 부순 일로 끝날 것 같아도 기록은 남습니다. 이후 이혼 소송이나 양육권 다툼에서 이 사건이 다시 언급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확인할 것
· 아내 쪽: 파손된 기기 사진, 개통 명의와 구입 영수증, 수리 견적서, 사건 직후 받은 메시지
· 아내 쪽: 다시 위협을 느끼면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 남편 쪽: 긴급임시조치나 임시조치를 받았다면 기간과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어기지 않기
· 남편 쪽: 수리비 배상과 상담 이수 의사처럼 처분 판단에 반영될 사정을 정리
남편이 아내에게 직접 찾아가 처벌불원서를 써 달라고 조르는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임시조치 중이라면 그 접촉 자체가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
아내의 휴대전화를 부순 일은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가정폭력범죄입니다. 재산상 피해도 가정폭력의 정의에 들어가고, 재물손괴가 범죄 목록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폭행과 달리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사건이 형사재판으로 갈지 가정보호사건으로 갈지는 검사가 사건의 경위와 피해자의 의사를 보고 정합니다. 기기의 소유 관계, 피해 금액, 그날의 경위를 차분히 정리하고, 어느 절차가 유리하게 작동할지는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5조, 제7조, 제8조의2, 제8조의3, 제9조, 제9조의2, 제40조, 제57조 · 형법 제260조, 제366조, 제368조, 제369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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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내 몸에는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가정폭력으로 처리되나요?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구성원 사이의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도 가정폭력으로 보고, 재물손괴를 가정폭력범죄 목록에 넣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물건을 부순 행위는 신체 접촉이 없어도 이 법의 절차를 탑니다.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폭행과 달리 재물손괴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공소가 막히는 죄가 아닙니다. 다만 검사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지 정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므로 처리 방향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아내가 쓰고 있었다면요?
재물손괴는 타인의 재물이어야 성립하므로 소유 관계가 쟁점이 됩니다. 명의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누가 돈을 냈는지, 이미 넘겨준 물건인지 같은 사정을 함께 봅니다.
부서진 휴대전화 값은 어떻게 받나요?
가정보호사건에서 보호처분을 선고할 때 법원은 피해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직접적인 물적 피해의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으로 가는 경우에는 그 절차나 민사로 따로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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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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