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버지는 지방 현장을 돌며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이혼한 지 오래라 장례 소식도 늦게 들었고, 그사이 법원은 외할머니를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3년이 흘러 아버지는 정규직 자리를 얻고 집도 마련했습니다. 열두 살이 된 아들도 주말마다 만나면 아빠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때 기간을 놓쳤으니 이제 친권은 되찾을 수 없다고들 합니다. 민법은 이 경우를 위해 별도의 문을 하나 남겨 두었습니다.
기간을 놓친 아버지, 길이 완전히 닫혔나
단독 친권자였던 엄마가 사망하면 생존한 부모가 곧바로 친권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도록 청구가 없으면 법원은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고, 외할머니가 후견인이 된 것도 이 단계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늦었다는 말이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제909조의2 제6항은 후견인이 이미 선임된 경우라도 사정이 달라졌다면 후견을 종료하고 생존한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처음의 1개월, 6개월 같은 기간이 이 항에는 붙어 있지 않습니다. 놓친 것은 첫 번째 기회이고, 두 번째 기회는 조건을 갖추면 열립니다.
| 단계 | 언제 | 누가 청구하나 | 법원이 하는 일 |
|---|---|---|---|
| 친권자 지정 (제1항) | 단독 친권자 사망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일부터 6개월 안 | 생존한 부 또는 모,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 | 생존한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 |
| 미성년후견인 선임 (제3항) | 위 기간 안에 지정 청구가 없을 때 | 법원 직권, 또는 미성년자·친족·이해관계인·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 | 후견인 선임 (생존 부모에게 의견 진술 기회) |
| 후견 종료와 친권자 지정 (제6항) | 후견인이 선임된 뒤, 기간 제한 문언 없음 | 생존한 부 또는 모, 친생부모, 미성년자 본인 | 후견을 끝내고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 |
누가 이 청구를 낼 수 있나
제6항이 적은 청구권자는 셋입니다. 생존하는 부 또는 모, 입양이 끝난 경우의 친생부모, 그리고 미성년자 본인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친족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처음 친권자를 지정할 때는 미성년자의 친족도 청구할 수 있었지만, 후견을 끝내 달라는 청구에서는 명단에 없습니다. 친할머니나 고모가 대신 나서는 방식으로는 이 조항을 쓸 수 없고, 아버지가 직접 청구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은 자녀의 뜻이 이 절차의 중심에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사건은 가사소송법상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되고, 친권에 관한 사건이므로 아이의 주소지 가정법원에 냅니다. 외할머니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그 주소지가 기준입니다.
법원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본다
조문은 판단 요소를 구체적으로 나열합니다. 후견인 선임 뒤의 양육상황 변동, 양육능력의 변동, 미성년자의 의사, 그 밖의 사정입니다. 기준은 하나로 모입니다.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가입니다.
그래서 청구서의 무게는 그때와 지금의 차이에 실려야 합니다. 3년 전에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았고 근무 시간이 불규칙했다면, 지금은 어떤 직장에서 몇 시에 퇴근하고 아이 방이 어디에 마련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식입니다. 친권자를 정할 때 가정법원은 관련 분야 전문가나 사회복지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고, 가사조사관을 통해 양쪽의 생활환경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의사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열두 살 아이가 아빠 집을 원한다는 사정과 함께, 그 선택이 학업이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까지 함께 저울에 오릅니다.
청구 전에 모아 둘 자료
· 재직증명서, 근무 형태와 근무 시간을 알 수 있는 자료
· 주거 계약서와 아이가 지낼 공간을 보여 주는 사진
· 그동안의 면접교섭 기록 (날짜, 장소, 함께 한 일)
· 양육비나 학원비 등 경제적 지원 내역
· 전학이 필요하다면 옮길 학교와 통학 방법
외할머니가 반대하면 끝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제6항은 후견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법원은 그 의견을 하나의 사정으로 들을 뿐, 결론은 아이의 복리로 정합니다. 반대로 외할머니가 3년간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워 왔다는 사실은 법원이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 사정입니다. 지금 환경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를 아버지 쪽에서 설명해야 하는 구조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대립보다 전환 계획을 함께 내는 편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외할머니와의 만남을 어떻게 이어 갈지, 학기 중간이 아닌 방학에 옮길지 같은 내용입니다. 가족 사이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아이가 가장 먼저 지칩니다.
청구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지금의 생활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미리 설명합니다.
- 아이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후견 종료 및 친권자 지정 심판을 청구합니다.
- 가사조사관 조사, 양육환경 확인, 필요하면 전문가 자문이 이어집니다.
- 법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뒤 심판합니다.
- 심판이 확정되면 가족관계등록 관서에 신고해 기록을 정리합니다.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그 뒤에 새로운 사정이 생기면 그 사정을 들어 다시 청구해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자료를 그대로 되풀이해서는 결과가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친권자가 되면 무엇이 바뀌나
후견이 종료되면 아버지가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전학 서류, 병원 동의, 통장 개설 같은 일을 아버지 이름으로 처리합니다. 아이 명의로 된 재산이 있다면 그 관리도 친권자에게 넘어옵니다.
외할머니 쪽에서도 할 일이 생깁니다. 후견인의 임무가 끝나면 1개월 안에 피후견인의 재산에 관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엄마가 남긴 보험금이나 예금을 외할머니가 관리해 왔다면, 그 내역을 정리해 넘기는 절차가 함께 진행됩니다. 이 부분을 미리 투명하게 맞춰 두면 친권 문제와 돈 문제가 엉키지 않습니다.
주의
후견 종료 청구는 아이를 데려오는 절차가 아니라 법적 지위를 바꾸는 절차입니다. 심판 전에 아이를 일방적으로 데려가 버리면, 오히려 그 행동이 아이의 복리를 해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정리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뒤 기간 안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지 못해 후견인이 선임되었더라도, 생존한 부모의 길은 남아 있습니다. 양육상황이나 양육능력이 달라졌고 아이의 뜻도 그렇다면 후견 종료와 친권자 지정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금 아버지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아이에게 왜 더 나은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까지 담은 계획을 세운 뒤, 청구서의 구성과 제출 시점은 변호사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09조의2, 제911조, 제912조, 제957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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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친권자 지정 기간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청구할 수 있나요?
처음의 친권자 지정 청구 기간은 지났더라도,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된 뒤라면 민법 제909조의2 제6항에 따라 후견 종료와 친권자 지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항에는 별도의 청구 기간 문언이 없고, 양육 사정의 변동과 아이의 복리가 판단 기준입니다.
친할머니가 대신 청구해도 되나요?
제6항의 청구권자는 생존한 부 또는 모, 친생부모, 미성년자 본인입니다. 친족은 명단에 없으므로 아버지가 직접 청구인이 되어야 합니다.
후견인인 외할머니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후견인의 동의는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외할머니가 아이를 키워 온 사정과 의견을 함께 듣고, 결론은 아이의 복리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외할머니가 관리하던 아이 재산은 어떻게 넘겨받나요?
후견인의 임무가 끝나면 후견인은 1개월 안에 피후견인의 재산에 관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 허가로 기간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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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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