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조정기일이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까지는 어렵게 맞췄는데 양육비 액수에서 남편이 끝내 고개를 저었고, 조정장은 오늘은 불성립으로 마치겠다고 정리했습니다. 법원을 나서는 아내의 머릿속에는 질문 하나만 남았습니다. 이제 소장을 처음부터 다시 써서 내야 하는가, 몇 달을 들인 조정은 어디로 가는가. 법은 이 지점을 끊어진 절차로 두지 않았습니다. 조정에서 쌓인 기록은 의견서 한 장을 덧붙여 그대로 소송 재판부로 넘어가도록 짜여 있습니다.
조정이 깨지면 소장을 새로 내야 하나
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사조정에는 가사소송법에 따로 정한 것이 없으면 민사조정법이 준용됩니다. 그 민사조정법이 조정이 실패한 세 가지 모습을 정해 두고, 그 경우에는 조정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고 적었습니다. 조정신청서를 낸 날이 곧 소를 낸 날이 되는 셈입니다.
세 가지는 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있는 경우, 합의가 되지 않아 불성립으로 끝난 경우, 그리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기간 안에 이의가 들어온 경우입니다. 처음부터 소를 냈다가 법원이 조정에 회부한 사건은 출발점이 달라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조정이 끝난 모습 | 그 뒤의 흐름 | 언제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나 |
|---|---|---|
| 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 | 소송으로 넘어감 | 조정을 신청한 때 |
| 합의가 되지 않아 불성립으로 종결 | 소송으로 넘어감 | 조정을 신청한 때 |
|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2주 안에 이의 | 소송으로 넘어감 | 조정을 신청한 때 |
|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이의 없음 |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으로 마무리 | 소송 없음 |
| 소를 먼저 냈다가 법원이 조정에 회부, 조정 실패 | 원래의 가정법원 재판부로 되돌아감 | 처음 낸 소가 그대로 이어짐 |
조정장 의견서는 무엇이고 왜 붙나
가사소송법 제61조가 이 연결부를 맡습니다. 소가 제기된 것으로 의제되거나, 조정에 회부되었던 사건을 다시 가정법원에 넘길 때에는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가 의견을 첨부하여 기록을 관할 가정법원에 보내야 합니다.
조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소송 재판부에 남기는 메모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어떤 쟁점에서 합의가 가까웠고 어디서 갈라졌는지를 아는 사람은 조정장입니다. 그 정보가 끊기면 소송 재판부는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듣게 됩니다.
다만 조문은 의견의 형식이나 담을 항목을 따로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그 의견서를 미리 받아 보고 고치는 절차도 조문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내 주장이 조정 기록에 제대로 남아 있는지는 조정 단계에서부터 챙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의제(擬制)
실제로 소장을 내지 않았더라도 법이 소를 낸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정이 실패하면 조정신청 시점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므로,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따지는 문제에서 조정신청일이 그대로 쓰입니다.
이혼 사건은 왜 조정부터 거치나
조정 전치주의 때문입니다. 재판상 이혼 같은 나류 사건, 이혼에 따른 위자료 같은 다류 사건, 재산분할과 양육에 관한 처분 같은 마류 비송사건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정 없이 바로 소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대방을 공시송달로밖에 부를 수 없거나, 회부해도 조정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이면 회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부되었다가 조정이 실패하면 이번에는 조정장이 의견을 붙여 사건을 원래 재판부로 돌려보냅니다. 제61조가 두 경로를 한 문장에 함께 담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송으로 넘어간 뒤 당사자는 무엇을 챙기나
기록은 법원 안에서 움직이지만 몇 가지는 당사자 몫으로 남습니다.
- 조서 등본을 받아 조정이 어떤 사유로 끝났는지 확인합니다.
- 인지 보정 안내를 확인합니다. 소장에 붙일 인지액에서 조정신청서에 이미 붙인 인지액을 뺀 차액을 더 내야 합니다.
- 조정신청서에 적은 신청 취지와 이유가 소송의 청구로 충분한지 살피고, 부족하면 서면으로 보완합니다.
- 조정 단계에서 낸 자료 가운데 소송에서 다시 제출할 증거를 추립니다.
- 재산분할이나 양육비 액수처럼 조정에서 갈라진 쟁점을 중심으로 준비서면의 순서를 정합니다.
인지 보정을 미루면 절차가 멈춥니다. 금액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안내를 받은 뒤 바로 처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았다면
조정장이 합의안을 직접 결정문으로 내려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가 되지 않았거나 합의 내용이 적당하지 않다고 볼 때, 또는 상대방이 기일에 나오지 않을 때 쓰는 방식입니다.
이 결정에는 조서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송달 전에도 이의는 가능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라 늘어나지 않습니다. 이의가 들어오면 사건은 표의 세 번째 줄처럼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이의 없이 기간이 지나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에는 이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단서가 가사소송법에 따로 붙어 있습니다.
주의
2주일은 송달받은 날부터 셉니다. 결정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우편물을 늦게 확인하거나 이의 신청을 미루면 그 결정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의를 신청한 쪽이 나중에 거두려면 판결 선고 전까지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조정이 깨진 틈에 재산을 빼돌리면
조정이 실패하고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상대방이 예금을 옮기거나 부동산을 처분할까 걱정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가정법원과 조정위원회는 조정 단계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사전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현상 변경이나 물건 처분을 금지하고, 재산 보존이나 자녀 양육을 위한 처분을 내리는 제도입니다. 급박하면 조정장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전처분에는 집행력이 없으므로 실제로 재산을 묶어 두려면 가압류나 가처분을 따로 신청해야 합니다. 조정신청이 있으면 본안의 제소가 있는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어, 조정 단계에서 걸어 둔 보전처분도 그대로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정리
이혼 조정이 깨졌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고,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가 의견을 붙여 기록을 소송 재판부로 넘깁니다.
당사자에게 남는 일은 조서 확인, 인지 보정, 청구의 보완, 그리고 갈라진 쟁점의 준비입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았다면 이의 기한 2주일부터 달력에 적어 두십시오. 조정 단계의 기록이 소송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어느 쟁점부터 다툴지 정하는 일은 변호사와 함께 순서를 잡으시는 편이 수월합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2조, 제49조, 제50조, 제59조, 제61조, 제62조, 제63조 · 민사조정법 제26조, 제27조, 제30조, 제32조, 제34조, 제3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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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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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조정이 불성립되면 소장을 다시 내야 하나요?
다시 내지 않아도 됩니다. 조정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고,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가 의견을 붙여 기록을 관할 가정법원에 보냅니다. 인지액 차액을 보정하고 필요한 서면을 보완하시면 됩니다.
조정장이 붙이는 의견서를 미리 볼 수 있나요?
가사소송법 제61조는 의견 첨부와 기록 송부만 정하고 당사자의 사전 열람이나 수정 절차는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조정 기록에 정확히 남도록 조정 단계에서 서면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조서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안에 이의를 신청하시면 사건이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어서 놓치면 결정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소를 먼저 냈는데 법원이 조정에 넘겼습니다.
조정 전치 사건이라 회부된 것입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가 의견을 붙여 사건을 다시 가정법원에 회부하므로, 처음 낸 소송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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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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