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이 확정되고 석 달이 지나자 형제들 사이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후견인이 된 큰형이 통장 사본을 한 번도 보여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동생들은 법원이 누군가를 붙여 형을 지켜보게 할 수는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 자리가 성년후견감독인입니다. 다만 감독인을 세워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후견 개시를 청구할 때와 같지 않고, 형제라는 이유로 오히려 후보에서 빠지는 일도 생깁니다.
후견인은 꼭 두는데 감독인은 왜 선택일까
출발선이 다릅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나오면 법원은 그 사람의 성년후견인을 반드시 두어야 합니다. 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고르고, 가족의 합의가 그 선택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반면 감독인을 정한 민법 제940조의4 제1항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선임할 수 있다고만 적었습니다. 의무가 아니라 재량입니다.
한 번 세운 뒤에는 방향이 바뀝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감독인이 사망하거나 결격이 되는 등으로 자리가 비면 법원이 다시 선임한다고 적어, 그때부터는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원칙이 됩니다.
성년후견감독인
성년후견인이 맡은 사무가 제대로 처리되는지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후견인에게 임무 수행 보고를 요구하고 재산상황을 조사할 수 있으며, 후견인과 본인의 이해가 부딪히는 거래에서는 본인을 대리합니다.
청구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조문이 꼽는 사람은 다섯입니다. 피성년후견인 본인, 친족, 성년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며, 여기에 법원의 직권이 더해집니다.
눈에 띄는 것은 후견인 자신이 목록에 있다는 점입니다. 형제들의 의심을 받는 큰형이 먼저 감독인을 붙여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제3자가 장부를 확인해 주는 편이 길게 보면 형제 사이의 다툼을 줄입니다.
친족 앞에는 4촌 이내라는 한정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개시 심판의 청구권자를 정한 제9조가 4촌 이내 친족으로 범위를 좁힌 것과 다른 대목이고, 이 경우 친족의 범위는 일반 규정인 제777조에 따라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로 읽힙니다. 세 절차의 청구권자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 구분 | 후견 개시 심판 | 후견인이 없어졌을 때 | 감독인 선임 |
|---|---|---|---|
| 본인 | 청구 가능 | 청구 가능 | 청구 가능 |
| 친족 |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 친족 | 친족 |
| 이해관계인 | 목록에 없음 | 청구 가능 | 목록에 없음 |
| 현재 후견인 | 해당 없음 | 해당 없음 | 청구 가능 |
| 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 | 청구 가능 | 청구 가능 | 청구 가능 |
| 법원 직권 | 없음 | 가능 | 가능 |
채권자나 요양시설은 왜 청구할 수 없나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칸은 이해관계인입니다.
후견인이 없어졌을 때 새 후견인을 구하는 청구에는 이해관계인이 들어가지만, 감독인 선임 청구권자 목록에는 그 말이 없습니다. 피성년후견인에게 받을 돈이 있는 채권자, 입소 계약을 맺은 요양시설, 같은 건물의 공유자처럼 재산상 이해만 걸린 사람은 감독인 청구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맞습니다.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954조는 피후견인의 재산상황을 조사하고 후견인에게 필요한 처분을 명해 달라는 청구를 이해관계인에게도 열어 두었습니다. 감독할 사람을 세우는 길은 막혀 있어도 법원이 직접 들여다보게 하는 길은 남아 있는 셈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성이 드러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독인을 세울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어떤 사정을 보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나
조문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이라는 한 구절뿐이므로, 그 빈칸은 청구하는 쪽이 사실로 채워야 합니다.
가장 힘이 실리는 사정은 이해가 부딪히는 거래가 예정된 경우입니다. 어머니의 후견인인 아들이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어머니와 나눠야 한다면, 아들은 상속인이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대리인이 됩니다. 감독인이 있으면 그 거래에서 감독인이 어머니를 대리하고, 없으면 거래 때마다 특별대리인 선임을 따로 구해야 합니다. 부동산 처분이 앞에 있거나 형제 사이에 이미 소송이 오가는 경우도 자주 제시되는 사정입니다.
- 후견개시 심판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준비합니다.
- 청구인과 피성년후견인의 관계를 보여 주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붙입니다.
- 감독이 필요한 이유를 날짜와 금액이 들어간 사실로 적습니다.
- 후보를 추천한다면 결격 사유가 없는지 확인해 함께 적습니다.
- 법원은 피성년후견인과 감독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들은 뒤 결정합니다.
청구서를 낼 곳은 개시 심판을 한 가정법원입니다. 개시 심판이 확정된 뒤의 후견 사건은 그 법원이 계속 맡도록 가사소송법이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형제는 왜 감독인 후보가 될 수 없나
앞의 사례에서 동생들이 놓치기 쉬운 지점입니다.
민법 제940조의5는 후견인의 가족이 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가족의 범위는 제779조를 따르므로 후견인의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가 들어가고, 후견인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 쪽 직계혈족·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할 때 들어갑니다. 큰형이 후견인이라면 동생들은 그 형제자매여서 후보 자격이 없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지켜볼 대상과 한 집안이면 감독은 쉽게 무뎌집니다. 법이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걷어 낸 것입니다.
후견인에게 적용되는 결격 사유도 감독인에게 그대로 옮겨 옵니다. 미성년자, 회생절차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동생들은 청구인으로 나서고, 후보는 가족 밖에서 찾아야 합니다.
주의
청구서에 후견인의 형제자매나 배우자를 감독인 후보로 적으면 그 부분은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후보를 추천하려면 후견인과 가족 관계가 없는지, 피후견인과 소송 중인 사이가 아닌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선임되고 나면 후견인의 무엇이 달라지나
후견인의 손이 몇 군데에서 묶입니다.
감독인이 있으면 후견인은 아래 행위를 대리할 때 감독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 없이 한 행위는 피후견인이나 감독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
- 영업에 관한 행위
- 금전을 빌리는 행위, 의무만 부담하는 행위
- 부동산이나 중요한 재산의 권리를 얻거나 잃는 행위
- 소송행위
- 상속의 승인·포기와 상속재산 분할 협의
감독인은 언제든 후견인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재산상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후견 초기에 감독인이 이미 있다면 후견인이 2개월 안에 만드는 재산목록도 감독인이 참여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통장 사본을 내놓지 않던 큰형도 감독인의 요구는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정리
성년후견인은 반드시 두지만 감독인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볼 때 세우는 자리입니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피성년후견인, 친족, 성년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고 이해관계인은 빠져 있습니다. 후견인의 가족은 후보가 될 수 없으므로 누가 청구하고 누구를 추천할지를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감독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실이니, 청구서를 쓰기 전에 예정된 거래와 재산 흐름을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점검해 두면 심문 단계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조, 제777조, 제779조, 제929조, 제936조, 제937조, 제940조의4, 제940조의5, 제940조의6, 제940조의7, 제941조, 제950조, 제953조, 제954조, 제955조 · 가사소송법 제44조, 제45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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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후견인인 제가 먼저 감독인 선임을 청구해도 되나요?
됩니다. 성년후견인도 청구권자에 들어 있습니다. 관리 내역을 객관적으로 남기려는 목적이라면 권할 만합니다.
어머니의 사촌 동생도 청구할 수 있나요?
감독인 선임 청구에는 4촌 이내라는 제한이 붙어 있지 않아 민법이 정한 친족이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요성을 뒷받침할 자료는 청구하는 쪽이 갖추어야 합니다.
감독인에게도 보수를 드려야 하나요?
법원이 청구에 따라 피후견인의 재산 상태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상당한 보수를 줄 수 있습니다. 금액은 가족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정합니다.
감독인이 갑자기 사망하면 후견도 멈추나요?
멈추지 않습니다. 후견인의 사무는 그대로 이어지고, 감독인이 없게 된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청구에 따라 새 감독인을 선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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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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