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남편이 부엌에서 꺼내 든 과도는 출동한 경찰이 봉투에 담아 갔습니다. 몇 주 뒤 사건이 가정법원으로 넘어갔다는 안내를 받은 아내는 엉뚱한 데서 마음이 걸렸습니다. 형사재판이 아니라면 그 칼도, 남편이 늘 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던 야구방망이도 사건이 끝나면 고스란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이 대목을 비워 두지 않았습니다. 보호처분을 내리는 판사가 같은 결정 안에서 범행에 쓰인 물건을 거둬들일 수 있게 한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형벌이 아닌 절차에서 왜 몰수가 나오나
가정보호사건은 처벌보다 관계의 교정을 앞세운 절차입니다. 검사가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행을 보고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법원으로 보내고, 판사는 심리를 거쳐 접근 제한이나 상담위탁 같은 처분을 고릅니다. 징역이나 벌금이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위험한 물건까지 그냥 돌려줄 이유는 없습니다.
제42조는 판사가 보호처분을 하는 경우에 결정으로 몰수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처분과 몰수가 한 결정문에 함께 담긴다는 뜻이고, 따로 재판을 열거나 별도 청구서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접근 제한이 사람 사이를 떼어 놓는다면, 몰수는 그 간격을 무너뜨릴 도구를 집 밖으로 내보냅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42조의 몰수
판사가 보호처분 결정을 하면서, 가정폭력범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했던 물건으로서 행위자 외의 사람 소유가 아닌 것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처분입니다. 처분을 할지 말지는 판사의 재량입니다.
어떤 물건까지 거둬들일 수 있나
조문이 잡은 대상은 둘입니다. 범죄에 제공한 물건, 그리고 제공하려고 한 물건입니다.
실제로 휘두른 칼, 내리친 둔기, 현관문을 부수는 데 쓴 망치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가정폭력범죄의 목록에는 특수상해·특수폭행·특수협박처럼 위험한 물건을 들고 저지르는 죄와 재물손괴가 함께 올라 있어, 흉기 사건이 이 절차로 들어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뒤의 것은 손에 쥐었지만 쓰지 않은 물건입니다. 위협하려고 꺼내 두었다가 경찰이 오는 바람에 내려놓은 골프채가 그런 예입니다. 쓰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상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범행으로 얻은 돈이나 그 대가로 산 물건은 이 조문의 문언에 없습니다. 형법의 몰수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 비교 항목 | 형법 제48조 (형사재판) | 가정폭력처벌법 제42조 (가정보호사건) |
|---|---|---|
| 언제 하나 | 형을 선고할 때 부가해서 | 보호처분을 할 때 그 결정으로 |
| 대상 물건 | 범행에 쓴 물건, 범행으로 생기거나 얻은 물건, 그 대가로 얻은 물건 | 범행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
| 소유 요건 | 범인 외의 자 소유가 아닐 것 (사정을 알고 취득한 제3자 포함) | 가정폭력행위자 외의 자 소유가 아닐 것 |
| 물건이 없을 때 | 가액을 추징 | 추징 규정 없음 |
그 칼이 내 것이라면 몰수가 안 되나
여기가 가장 많이 묻는 지점입니다.
제42조는 대상 물건을 가정폭력행위자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는 물건으로 좁혔습니다. 행위자 본인 소유이거나 주인이 없는 물건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피해자인 아내 명의의 차량, 시부모가 사 준 물건, 회사 소유의 공구라면 이 조문으로는 거둬들이기 어렵습니다.
부엌칼처럼 부부가 함께 쓰던 살림살이는 더 까다롭습니다. 누가 샀는지, 누구 돈으로 마련했는지가 먼저 따져집니다. 오히려 피해자 쪽에서 내 물건이니 돌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경우도 생깁니다. 구입 경위를 짧게 정리해 두면 판사가 몰수 여부를 정할 때 바로 쓰입니다.
보호처분이 나오지 않으면 몰수도 없나
제42조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조문의 출발점이 보호처분이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심리 끝에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볼 때가 하나이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볼 때가 다른 하나입니다. 뒤의 경우 검사가 보낸 사건은 다시 검찰청 검사에게 송치되므로, 형사재판으로 넘어가면 형법의 몰수 규정이 적용될 길이 열립니다.
처분이 나오는 경우에도 몰수는 의무가 아닙니다. 판사가 함께 고를 수 있는 보호처분은 아래와 같고, 둘 이상을 묶어 내릴 수도 있습니다.
- 피해자나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 전화·문자 같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의 제한
- 친권자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친권 행사의 제한
- 사회봉사·수강명령 (200시간 이내)
- 보호관찰, 감호위탁, 의료기관 치료위탁, 상담소 상담위탁
사회봉사·수강명령을 뺀 처분은 6개월을 넘지 못하니, 기간이 끝난 뒤에도 흉기가 집에 남는 일을 막으려면 몰수를 처분과 한자리에서 다뤄야 합니다.
피해자는 언제, 어떻게 의견을 내나
가정보호사건은 판사가 직접 심리하고, 피해자에게도 심리기일이 통지됩니다. 피해자가 신청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해야 하고, 신문할 때 사건에 관한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 심리기일 통지서를 받으면 사건번호와 기일을 확인합니다.
- 범행에 쓰인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리합니다.
- 그 물건이 누구 소유인지, 언제 어떻게 산 것인지 적어 둡니다.
- 진술 신청서나 의견서에 몰수를 바라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 직접 출석이 부담스럽다면 대리 진술을 맡길 사람을 정합니다.
대리 진술은 변호사 말고도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상담소 상담원이 맡을 수 있고, 판사는 필요하면 행위자에게 퇴장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결정이 나온 뒤에는 다툴 수 있나
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는 검사, 행위자, 법정대리인, 보조인이 할 수 있습니다.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입니다.
피해자는 이 명단에 없습니다. 피해자가 항고할 수 있는 것은 판사가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그 결정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결국 몰수에 관한 피해자의 목소리는 결정이 나오기 전, 심리 단계에서 내는 것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주의
보호처분이 확정되면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을 형사재판으로 다시 끌고 가 형법상 몰수를 구하는 길도 그만큼 좁아집니다. 물건에 관한 요청은 가정법원 심리에서 빠짐없이 해 두셔야 합니다.
정리
가정보호사건에서도 흉기는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판사가 보호처분을 하면서 같은 결정으로 몰수하는 구조이고, 범행에 썼거나 쓰려고 한 물건이 대상입니다.
걸림돌은 소유입니다. 행위자 외의 다른 사람 물건이면 이 조문으로는 몰수되지 않고, 처분이 나오지 않으면 조문 자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건의 소유 관계와 보관 장소를 정리해 심리기일 전에 의견으로 내는 것, 그리고 피해자 진술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지금 할 일입니다.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의견서의 순서를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9조, 제11조, 제16조, 제30조, 제33조, 제37조, 제40조, 제41조, 제42조, 제49조 · 형법 제4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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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경찰이 압수해 간 흉기는 사건이 끝나면 돌려주나요?
보호처분을 하는 판사가 결정으로 몰수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만 몰수는 판사의 재량이고 행위자 외의 사람 소유인 물건은 대상에서 빠지므로, 돌려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심리 단계에서 의견을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범행에 쓰지는 않고 꺼내만 둔 물건도 몰수되나요?
조문은 범죄에 제공한 물건뿐 아니라 제공하려고 한 물건도 대상으로 정합니다. 위협하려고 꺼내 두었다가 쓰지 못한 물건도 요건을 갖추면 몰수될 수 있습니다.
제 명의로 된 차를 남편이 범행에 썼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의 몰수는 행위자 외의 사람 소유가 아닌 물건으로 한정됩니다. 피해자 명의의 차량이라면 이 조문으로 몰수되지 않는 쪽이 원칙이며, 소유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내시면 됩니다.
몰수 결정이 빠진 보호처분에 피해자가 항고할 수 있나요?
보호처분에 대한 항고권자는 검사, 행위자, 법정대리인, 보조인입니다. 피해자는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현저히 부당할 때 항고할 수 있으므로, 몰수에 관한 의견은 결정 전에 내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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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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