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베트남 국적 며느리가 다섯 살 아이와 함께 김해의 시어머니 집에 남았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몇 달 뒤 시누이가 말했습니다. 오빠가 없으니 올케는 이제 우리 집안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법적으로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습니다. 두 사람의 국적이 다르면 이 질문에는 한국 민법만으로 답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법 제74조가 각자의 본국법을 함께 보라고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민법은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보나
한쪽 법부터 놓고 보겠습니다.
민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정합니다.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배우자의 혈족이고,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혈족의 배우자입니다. 제777조가 4촌 이내의 인척까지 친족의 효력을 미치게 하므로 두 사람은 법률상 친족입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이 관계가 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제775조는 인척관계가 혼인의 취소나 이혼으로 끝나고, 부부 한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 끝난다고 정합니다. 한국 민법만 놓고 보면 며느리가 재혼하지 않는 한 시어머니와의 인척관계는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것이 한쪽 법의 답이라는 점입니다.
국제사법 제74조는 무엇을 요구하나
조문은 한 문장입니다. 친족관계의 성립과 그 관계에서 생기는 권리의무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각 당사자의 본국법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당사자가 둘이면 본국법도 둘입니다. 시어머니 쪽은 한국법, 며느리 쪽은 베트남법이 기준이 되고, 법원은 두 법을 모두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외국법의 내용을 찾아 적용하는 일은 제18조에 따라 법원의 몫이지만, 법원은 그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며느리 쪽이 본국의 친족 규정을 번역해 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두 법이 같은 답을 내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른 답을 내면 어느 한쪽 법만으로 관계를 확정하기 어려워지고, 그 차이가 바로 이 조문이 다루는 영역입니다. 외국법의 구체적 내용은 사건마다 그 나라 법령으로 확인해야 하며 짐작으로 채워서는 안 됩니다.
제74조가 실제로 맡는 범위는 좁다
조문 앞부분의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국제사법은 가족 사이의 주요 쟁점마다 따로 연결 규칙을 두었고, 제74조는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을 때 비로소 꺼내는 마지막 칸입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실제로 다툼이 되는 부양, 후견, 상속은 대부분 다른 조문이 먼저 가져갑니다.
| 다투는 문제 | 먼저 보는 조문 | 기준이 되는 법 |
|---|---|---|
| 이혼 | 국제사법 제66조 | 부부의 같은 본국법 등. 한쪽이 국내에 사는 한국인이면 한국법 |
| 부양 | 국제사법 제73조 | 부양받을 사람이 사는 나라의 법이 출발점 |
| 후견 | 국제사법 제75조 | 후견받을 사람의 본국법이 원칙 |
| 상속 | 국제사법 제77조 |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 |
| 그 밖의 친족관계 | 국제사법 제74조 | 각 당사자의 본국법 |
그래서 제74조가 직접 답하는 질문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두 사람이 법률상 친족인지, 그 인척관계가 남편 사망 뒤에도 이어지는지처럼 관계 자체를 묻는 경우가 중심입니다.
시어머니가 생활비를 요구한다면 어느 법을 보나
부양은 제73조로 넘어갑니다.
제1항은 부양 의무를 부양권리자의 일상거소지법에 따르게 합니다. 김해에 사는 시어머니가 부양을 구하는 쪽이라면 출발점은 한국법입니다. 한국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에 부양의무를 두고, 제975조는 부양받을 사람이 자기 재산이나 근로로 생활할 수 없을 때에만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합니다.
인척 사이에는 장치가 하나 더 붙습니다. 제73조 제3항은 인척 간 부양에서 의무자가 당사자의 공통 본국법에 따라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하고, 그런 법이 없으면 의무자의 일상거소지법에 따라 주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국적이 다르니 공통 본국법은 없습니다. 며느리가 한국에 산다면 그 주장의 근거도 결국 한국법이 됩니다. 부양 문제만큼은 베트남법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답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며느리가 한국 국적을 얻으면 무엇이 바뀌나
본국법이 바뀝니다.
귀화로 한국 국적만 갖게 되면 며느리의 본국법도 한국법이 되어, 제74조를 적용해도 양쪽 모두 한국 민법으로 판단합니다. 원래 국적을 유지한 채 한국 국적을 함께 갖는 경우에도 제1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한민국 법이 본국법으로 정해집니다.
- 귀화 허가를 받은 날짜와 원래 국적의 유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 다툼이 생긴 시점에 며느리가 어느 국적을 갖고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 외국 국적만 갖고 있다면 본국의 친족 규정을 번역본과 함께 준비합니다.
- 부양처럼 별도 조문이 있는 쟁점은 그 조문의 연결점을 먼저 확인합니다.
외국법이 지나치게 다를 때
· 외국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반하면 그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 다만 이 예외는 좁게 쓰이므로 법 내용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어떤 결과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정리
국적이 다른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친족관계는 국제사법 제74조에 따라 각자의 본국법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한국 민법으로는 남편이 사망해도 며느리가 재혼하기 전까지 인척관계가 이어지지만, 며느리 쪽 본국법의 답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부양, 후견, 상속은 각각의 조문이 먼저 적용되므로 제74조가 맡는 범위는 관계의 성립과 존속 정도로 좁습니다. 어떤 쟁점이 어느 조문으로 가는지부터 나누어 정리하고, 외국법 자료가 필요한지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16조, 제18조, 제23조, 제66조, 제73조, 제74조, 제75조, 제77조 · 민법 제769조, 제775조, 제777조, 제974조, 제97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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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남편이 사망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남남이 되나요?
한국 민법은 부부 한쪽이 사망한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 인척관계가 끝난다고 정합니다. 다만 국적이 다르면 며느리 쪽 본국법도 함께 보아야 하므로 그 나라 법의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외국 국적 며느리에게 부양료를 청구하면 어느 나라 법인가요?
부양은 국제사법 제73조가 따로 정합니다. 부양받을 사람의 일상거소지법이 출발점이고, 인척 사이에는 의무자가 공통 본국법이나 자신의 일상거소지법에 따라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외국법 내용은 누가 조사하나요?
법원이 스스로 찾아 적용할 책임을 지고, 필요하면 당사자에게 자료를 청합니다. 본국 법령 원문과 번역본을 미리 준비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며느리가 한국과 베트남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요?
국적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면 대한민국 법이 본국법이 됩니다. 이 경우 제74조를 적용해도 두 사람 모두 한국 민법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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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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