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억력이 눈에 띄게 흐려진 뒤 큰딸이 한정후견 개시를 청구했습니다. 청구서의 후견인 후보란에는 당연히 자기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심문 기일에 둘째 아들이 나타나 누나가 어머니 예금을 마음대로 쓴다고 주장했고, 몇 달 뒤 받아 든 심판문에는 두 사람 누구의 이름도 없었습니다. 법원이 고른 사람은 처음 보는 전문가였습니다. 가족이 청구했는데 왜 가족이 아닌 사람이 선임되는지, 민법 제959조의3과 제959조의5가 그 구조를 설명합니다.
청구한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 것 아니었나
청구와 선임은 별개입니다.
한정후견 개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민법 제12조 제1항에 넓게 적혀 있습니다. 본인과 배우자, 가까운 친족은 물론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도 청구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시 심판이 나면 누가 한정후견인이 될지는 제959조의3 제1항에 따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정합니다. 청구서에 적은 후보는 법원이 참고할 의견일 뿐 법원을 묶지 않습니다.
직권 선임
당사자가 적어 낸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법원이 스스로 조사하고 판단해 사람을 정한다는 뜻입니다. 청구서의 후보란은 그 판단을 돕는 의견을 적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후보 이름을 적었다는 사실보다, 왜 그 사람이 적임인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가족 사이에 다툼이 드러난 사건이라면 법원은 어느 한쪽 손을 들어 주는 선택 대신 제3자를 세우는 선택을 할 여지가 커집니다. 가족 중 누구를 고르든 남은 쪽의 불신이 사무 처리마다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사람을 고르나
제959조의3 제2항은 성년후견인 선임에 관한 제936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를 한정후견인에게도 가져다 씁니다. 그중 제4항이 판단 항목을 늘어놓은 조문입니다.
- 피한정후견인 본인의 의사
- 본인의 건강과 생활관계, 재산 상황
-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 후견인이 될 사람과 본인 사이의 이해관계 유무
- 법인이라면 사업의 종류와 내용, 법인이나 대표자와 본인의 이해관계
맨 앞의 항목은 존중해야 하는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어머니가 심문에서 큰딸을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면 그 진술은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다만 나머지 항목과 함께 저울에 오르므로, 본인의 뜻이 있어도 이해관계가 얽힌 후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아예 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나
있습니다. 제959조의3 제2항이 준용하는 제937조가 결격사유를 적어 둡니다. 가족 사이 분쟁과 맞닿는 항목만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은 후견인이 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배우자와 직계혈족도 마찬가지인데,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피후견인의 직계비속은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둘째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면 그 아들은 결격이지만, 그 아들의 자녀인 손주는 이 조항만으로 배제되지 않습니다.
그 밖에 미성년자, 회생절차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도 자격이 없습니다. 짧게 말해 결격이 아니라는 것은 출발선일 뿐입니다. 결격이 아닌 가족이 여럿이어도 앞의 판단 항목에서 밀리면 선임되지 않습니다.
감독인은 왜 가족 밖에서만 고르나
제959조의5 제1항에 따라 법원은 필요하다고 보면 직권으로, 또는 피한정후견인, 친족, 한정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한정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과 달리 반드시 두어야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같은 조 제2항이 준용하는 제940조의5가 핵심입니다. 후견인의 가족은 감독인이 될 수 없습니다. 큰딸이 후견인이 되었다면 큰딸의 배우자나 자녀는 감독인 후보에서 빠집니다. 감독하는 사람과 감독받는 사람이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감독이 서류에만 남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 구분 | 한정후견인 | 한정후견감독인 |
|---|---|---|
| 선임 방식 | 후견 개시 심판과 함께 법원이 직권으로 | 필요하다고 볼 때 직권 또는 청구로 |
| 반드시 두어야 하나 | 둡니다 | 법원 판단에 따라 |
| 가족이 맡을 수 있나 | 결격사유가 없으면 가능 | 후견인의 가족은 맡을 수 없음 |
| 주된 역할 | 동의, 대리 등 정해진 범위의 후견사무 | 후견인 감독, 급박한 보호 조치, 이해상반 시 대리나 동의 |
감독인의 권한은 가볍지 않습니다. 후견인에게 언제든 일한 내용을 보고하라거나 재산 목록을 내라고 요구하고 재산 상황을 직접 살필 수 있으며, 후견인과 본인의 이해가 부딪히는 행위에서는 본인을 대리하거나 동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가족이 선임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하나
결국 법원을 설득하는 문제입니다. 다음 순서로 자료를 갖추면 판단 항목에 하나씩 답할 수 있습니다.
- 본인이 누구를 원하는지 드러나는 자료를 모읍니다. 평소의 말, 메모, 진료 기록 속 진술도 쓸모가 있습니다.
- 본인의 재산 목록과 최근 몇 년의 입출금 내역을 숨김없이 냅니다.
- 후보와 본인 사이의 돈거래나 공동 명의 재산이 있다면 먼저 밝힙니다.
- 다른 형제의 동의서나 의견서를 받아 둡니다.
- 다툼이 있다면 전문가 감독인 선임을 스스로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마지막 항목은 의외로 효과적인데, 감독을 받겠다는 태도 자체가 투명성에 대한 답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선임된 사람이 맞지 않으면 바꿀 수 있나
길은 열려 있습니다. 제959조의3 제2항은 후견인 변경에 관한 제940조도 준용하므로, 본인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본인, 친족, 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변경을 구할 때 중요한 것은 처음 선임 때의 불만이 아니라 선임 뒤에 드러난 사정입니다. 보고가 늦어지거나 본인의 뜻과 동떨어진 결정이 반복된다면 그 기록이 근거가 됩니다. 한정후견인의 대리권이 어디까지인지는 별도 심판으로 정해지므로, 심판문에 적힌 범위를 먼저 확인해 두십시오. 후견인 쪽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사임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새 후견인의 선임을 함께 청구해야 합니다.
정리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고르고, 청구서의 후보 이름은 의견에 그칩니다. 본인의 뜻을 존중하되 이해관계와 가족 사이 다툼까지 함께 보기 때문에 전문가가 선임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감독인은 후견인의 가족이 맡을 수 없고, 선임된 후견인도 사정이 바뀌면 교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직접 맡고 싶다면 투명한 재산 자료와 형제의 의견부터 갖추시고, 다툼이 이미 드러났다면 변호사와 함께 감독인 제안까지 포함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2조, 제930조, 제936조, 제937조, 제939조, 제940조, 제940조의5, 제940조의6, 제953조, 제959조의3, 제959조의4, 제959조의5, 제959조의6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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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청구서에 제 이름을 후견인 후보로 적었는데 다른 사람이 선임되었습니다.
한정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므로 후보 기재는 의견에 그칩니다. 법원은 본인의 의사, 재산 상황, 후보의 경험과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 정합니다.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 중인 남동생의 아들도 후견인이 될 수 없나요?
소송 당사자의 배우자와 직계혈족은 결격이지만 피후견인의 직계비속은 예외로 되어 있습니다. 손자는 이 사유만으로는 배제되지 않고 다른 판단 항목으로 적임 여부를 봅니다.
후견인이 된 언니의 남편을 감독인으로 세울 수 있나요?
후견인의 가족은 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습니다. 감독의 실효성을 위해 후견인과 같은 가족 범위 밖의 사람이나 기관이 선임됩니다.
선임된 전문가 후견인이 어머니 뜻을 잘 듣지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이롭다고 인정되면 친족 등이 후견인을 바꿔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고 지연이나 본인 의사와 어긋난 결정이 반복된 기록을 모아 두시면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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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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