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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5일조회 0

관할 갖춰도 외국 법원 쪽이 적절하면 각하될까

남편은 미국 시애틀에 살고, 아내와 두 아이는 결혼 7년 차에 부산 수영구로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부산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내자 남편 쪽 대리인이 답변서보다 먼저 서면 하나를 보냈습니다. 부부의 재산과 거래 기록이 모두 미국에 있으니 미국 법원이 이 분쟁을 다루기에 더 적절하고, 한국 법원은 소를 각하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우리 법원에 관할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국제사법 제12조가 그 답을 정해 두었습니다.

관할이 있는데도 재판을 하지 않을 수 있나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제12조 제1항은 이 법에 따라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는 경우에도 법원이 소송절차를 중지하거나 소를 각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문턱이 겹겹입니다. 우리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기에 부적절해야 하고, 국제재판관할이 있는 외국법원이 분쟁을 해결하기에 더 적절해야 하며, 그런 예외적인 사정이 명백히 존재해야 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흐릿하면 우리 법원은 재판을 계속합니다.

조문 구조가 말해 주는 것은 원칙과 예외의 순서입니다. 관할이 있으면 재판하는 것이 원칙이고, 불행사는 명백한 경우에만 쓰는 안전판입니다.

위 사례에서 우리 법원의 관할 자체는 다툼이 적습니다. 원고와 미성년 자녀의 일상거소가 모두 대한민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나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뿐입니다. 조문이 피고의 신청에 의하여라고 적었으므로 법원이 스스로 꺼내 드는 장치가 아닙니다.

시한도 짧습니다. 조문은 법원이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까지 중지나 각하를 할 수 있다고 적었으니, 피고의 신청도 그 전에 들어와야 의미가 있습니다. 피고가 이혼 사유와 재산분할을 두고 본격적으로 다툰 뒤에 뒤늦게 미국 법원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원고 입장에서 이 시한은 중요한 방어선입니다.

요건내용원고가 확인할 점
관할의 존재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을 것관할이 없다면 이 조문이 아니라 관할 위반의 문제
부적절성우리 법원의 관할권 행사가 부적절할 것한국과의 연결점을 구체적으로 제시
외국법원의 적절성관할 있는 외국법원이 더 적절할 것그 나라 법원에 실제로 관할이 있는지
명백성위 사정이 예외적이고 명백할 것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자체를 강조
신청과 시한피고의 신청, 최초 변론(준비)기일까지신청 시점이 늦지 않았는지

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다툴 수 있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소송절차를 결정으로 중지하거나 소를 각하하는 것입니다. 중지는 외국 법원의 진행을 지켜보며 사건을 살려 두는 방식이고, 각하는 이 법원에서의 절차를 닫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전에 거쳐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제12조 제2항은 법원이 중지하거나 각하하기 전에 원고에게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했습니다. 원고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의 연결점과 외국 소송의 부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제3항은 중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중지 결정을 받은 쪽은 정해진 짧은 기간 안에 불복해야 하므로 결정문을 받는 즉시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한 관할이 있으면 신청이 막히나

제12조 제1항 단서가 그렇게 정합니다. 당사자가 합의한 국제재판관할이 우리 법원에 있으면 불행사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한국 법원을 고른 피고가 나중에 다른 나라가 낫다고 말을 바꾸는 것을 막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혼 사건에서는 이 단서가 움직일 공간이 좁습니다. 혼인관계 사건은 제13조에 따라 합의관할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혼전 계약서에 한국 법원에서 다투기로 적어 두었더라도 그것이 이혼 사건의 관할을 만들어 주지는 않으므로, 결국 불행사 여부는 연결점의 무게로 다투게 됩니다. 해석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있으나 조문의 짜임새는 이렇게 읽힙니다.

이혼 사건에서 더 적절하다는 것은 무엇으로 다투나

조문은 판단 요소를 나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2조 제1항이 제시한 이념, 즉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가 기준점이 됩니다.

가사 사건에서는 아이가 가장 무거운 요소입니다. 양육자 지정과 면접교섭은 아이가 어디서 자라고 있는지를 떠나 판단하기 어렵고, 아이를 직접 살펴야 하는 조사도 아이가 있는 곳이라야 수월합니다. 재산이 외국에 몰려 있다는 사정은 그 반대편에 놓입니다.

  • 아이의 학교, 병원, 생활 기반이 한국에 있다는 자료
  • 혼인 생활의 상당 기간을 한국에서 보냈다는 사정
  • 외국에서 소송할 때 드는 비용과 언어 부담
  • 외국 재산은 해당국 절차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국제적 소송경합과는 무엇이 다른가

헷갈리기 쉬운 이웃 조문이 제11조입니다. 같은 당사자 사이에 외국법원에 이미 같은 소가 계속 중이고 그 재판이 대한민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될 때, 우리 법원이 절차를 중지할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차이는 출발점에 있습니다. 제11조는 외국에서 소송이 먼저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하고 직권으로도 움직이지만, 제12조는 외국에 소송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대신 피고의 신청이 있어야만 작동합니다. 남편이 미국에서 먼저 이혼 소송을 냈다면 두 조문이 함께 거론될 수 있습니다.

주의
피고의 신청서를 받았다면 답변서 준비와 별개로 반박 자료부터 모으셔야 합니다. 원고에게 주어지는 진술 기회는 한 번의 절차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한국과의 연결점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하면 각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어도 외국법원이 명백히 더 적절하다는 예외적 사정이 있으면 소송이 중지되거나 각하될 수 있습니다. 그 문은 피고의 신청으로만 열리고, 최초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이 지나면 닫힙니다.

이혼 사건에서는 아이와 혼인 생활의 중심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판단의 축이 됩니다. 상대방이 불행사를 신청했다면 연결점을 정리한 자료를 갖추어 진술 기회에 대비하시고, 대응 방향은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국제사법 제2조, 제11조, 제12조, 제13조, 제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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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한국 법원에 관할이 있는데 왜 각하될 수 있나요?

국제사법은 관할이 있더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 행사가 부적절하고 외국법원이 더 적절하다는 예외적 사정이 명백하면 피고의 신청으로 절차를 중지하거나 소를 각하할 수 있게 했습니다.

피고가 언제든 이 신청을 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까지 신청해야 합니다. 그 뒤에 본안을 다투다가 꺼내는 신청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법원이 결정하기 전에 제가 의견을 낼 수 있나요?

법원은 소송절차를 중지하거나 소를 각하하기 전에 원고에게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 기회에 한국과의 연결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지 결정이 나오면 불복할 수 있나요?

중지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기간이 짧으므로 결정문을 받는 즉시 불복 여부를 검토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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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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