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일에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면 법정과는 풍경이 다릅니다. 높은 법대도 법복도 없이, 긴 책상 맞은편에 낯선 사람 두세 명이 앉아 있습니다. 상대 배우자는 옆자리에 있고, 누군가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먼저 입을 엽니다. 이 사람들이 판사인지, 법원 직원인지, 여기서 한 말이 나중에 판결에 쓰이는지 묻고 싶어도 물을 틈이 없습니다. 조정실에 앉는 사람은 가사소송법이 정해 둔 자리입니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앉아 있는지 알고 들어가면 말할 것과 아낄 것이 분명해집니다.
조정은 원래 누가 맡게 되어 있나
가사조정의 기본형은 조정위원회입니다. 조정장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처리합니다.
조정장은 판사입니다. 가정법원장이나 가정법원지원장이 관할 법원 판사 가운데서 지정합니다. 그러니 조정실에 판사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절차의 책임자는 판사인 조정장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조정담당판사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혼자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면 이 방식은 쓸 수 없습니다. 위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그 뜻을 분명히 말하는 것만으로도 절차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사가 아닌 조정위원은 어떤 사람인가
조정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가운데 가정법원장이나 지원장이 해마다 미리 위촉해 둔 사람들입니다. 그 명단 안에서 조정장이 사건마다 누구를 넣을지 지정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법은 당사자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람도 조정위원이 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부부가 함께 신뢰하는 사람이 있고 두 사람 모두 그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면, 조정장에게 그 뜻을 전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혼을 앞둔 부부가 누군가를 함께 고르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양육 문제처럼 감정이 앞서는 사건에서는 이 규정이 쓸모 있을 때가 있습니다.
조정실에는 또 누가 드나드나
조정장과 조정위원 외에도 조정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방에 앉는 것은 아니지만, 역할을 알아 두면 누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가늠이 됩니다.
| 자리 | 누구인가 | 하는 일 |
|---|---|---|
| 조정장 | 가정법원장이나 지원장이 판사 중에서 지정 | 조정위원회를 이끌고 절차를 지휘 |
| 조정위원 (2명 이상) | 미리 위촉된 사람 또는 양쪽이 합의해 고른 사람 중 조정장이 사건마다 지정 | 양쪽 이야기를 듣고 합의안을 함께 만들어 감 |
| 조정담당판사 | 판사 중에서 지정 |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원회 없이 혼자 조정 (당사자가 명백히 반대하지 않을 때) |
| 법원사무관등 | 법원 직원 | 조정 내용을 조서로 작성 |
| 가사조사관 | 법원 소속 조사 담당 | 조정 전에 기한을 정해 사실을 조사 (주로 조정실 밖에서) |
가사조사관은 특히 기억해 둘 자리입니다. 법은 조정에 앞서 가사조사관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먼저 살펴보게 하고, 이를 건너뛰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로 한정합니다. 조정실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라도, 그 전에 조사관과 나눈 대화가 이미 조정의 밑그림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정의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허가를 받아 참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정 절차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그때는 조정장이 적당하다고 허가한 사람만 방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위원은 조정실 밖에서도 일하나
그렇습니다. 조정위원의 일은 위원회 조정에 참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조정담당판사의 촉탁을 받으면 다른 조정사건에서 전문 지식에 따른 의견을 진술하거나, 분쟁 해결을 위해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판사 혼자 조정하는 사건이라도 조정위원이 따로 연락해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따로 만나는 자리는 편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대화도 조정의 일부입니다. 조정위원이 들은 내용은 합의안을 만드는 데 쓰이니, 법정에서와 같은 무게로 말해야 합니다.
조정실에서 한 말은 비밀이 지켜지나
조정위원이 들은 이야기를 함부로 옮기면 처벌을 받습니다. 가사조정에 준용되는 민사조정법은 조정위원이나 조정위원이었던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합의의 과정이나 위원들의 의견을 누설하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직무 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뒤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민사조정이라면 조정 중에 꺼낸 말을 나중의 민사소송에서 끌어다 쓰지 못하게 막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사소송법은 민사조정법을 빌려 쓰면서 바로 그 조항을 제외 대상으로 적어 두었고, 그래서 이혼 조정에는 그런 보호막이 없는 셈입니다.
주의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사건은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조정실에서 사실관계를 선뜻 인정하는 말을 했다면 그 말이 뒤에서 문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양보는 "이 조건이면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의 형태로 하고, 다투는 사실을 시인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정위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설득하나
조정위원회는 당사자 두 사람의 이익만 보지 않습니다. 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고려하고, 분쟁을 평화적이고 종국적으로 끝낼 방안을 마련해 당사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친권자 지정이나 양육 방법처럼 아이와 직접 관련된 문제에서는 자녀의 복지가 우선입니다.
이 기준을 알면 준비할 것이 보입니다.
- 원하는 결론을 아이의 생활에 맞춰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합니다. 등하교, 돌봄 시간, 거주지 같은 구체적인 사정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 재산 문제는 목록과 근거 서류를 한 장으로 묶어 갑니다.
-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선과 양보할 수 있는 항목을 미리 나눠 둡니다.
- 합의가 되면 조서에 적힌 문구를 끝까지 읽고 확인합니다. 조정은 합의 사항을 조서에 적어야 성립하고,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정리
이혼 조정실의 기본 구성은 판사인 조정장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입니다. 조정위원은 법원이 미리 위촉한 사람이나 부부가 합의해 고른 사람 중에서 사건마다 지정되고, 판사가 혼자 조정하는 방식은 당사자가 명백히 반대하면 쓸 수 없습니다.
조정위원에게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지만, 조정에서 한 진술을 소송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가사조정에 준용되지 않습니다. 기일 전에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제안할지 담당 변호사와 함께 정리해 가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49조, 제52조, 제53조, 제54조, 제56조, 제58조, 제59조 · 민사조정법 제16조, 제20조, 제23조, 제24조, 제41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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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혼 조정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판사인가요?
아닙니다. 조정위원회는 판사인 조정장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조정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중에서 위촉되거나 당사자가 합의해 선정한 사람 중에서 사건마다 지정됩니다.
판사 혼자 조정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나요?
조정담당판사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단독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조정위원이 제 사정을 다른 곳에 말하면 어떻게 되나요?
민사조정법은 조정위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이 규정은 가사조정에도 준용됩니다.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정에서 한 말이 나중에 소송에서 쓰일 수 있나요?
가사소송법은 조정 진술의 원용을 제한하는 민사조정법 조항을 가사조정에 준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정 단계에서도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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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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