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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31일조회 0

결혼 전 숨긴 중대한 병, 혼인 취소 사유

혼인신고를 한 지 7개월 된 부부입니다. 아내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부터 남편이 매일 저녁 약을 챙겨 먹는 것을 보았고, 넉 달이 더 지나서야 남편이 혼인 전부터 치료를 받아 온 중증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견례 자리에서도, 혼인신고를 하던 날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혼이 아니라 혼인 자체를 되돌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민법은 혼인을 되돌리는 길을 무효와 취소로 나누어 두었고, 취소 사유 세 가지 가운데 두 번째가 바로 이 상황을 겨냥한 조문입니다.

이혼으로 끝내는 것과 취소로 되돌리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장래를 향해 끊는 일입니다. 취소는 성립 당시에 흠이 있었다는 것을 법원의 재판으로 확정하는 일입니다.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런데 혼인 취소에는 다른 법률행위의 취소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혼인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습니다. 취소가 확정되어도 그때까지의 혼인은 있었던 것으로 남고,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신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취소를 구하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혼인관계증명서에 남는 기재가 이혼과 달라지고,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구분누가 어떻게과거에 미치는가아이와 돈
무효애초에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본다소급한다손해배상 규정 준용
취소법원에 청구해 재판으로 취소된다소급하지 않는다양육·면접교섭은 이혼 규정 준용
이혼협의 또는 재판으로 장래를 향해 끊는다해당 없음재산분할과 양육 사항을 정한다

세 가지 취소 사유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가

제816조는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세 갈래로 나눕니다. 제1호는 혼인적령, 미성년자의 동의, 근친혼 금지, 중혼 금지를 어긴 혼인입니다. 제2호는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입니다. 제3호는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입니다.

병을 숨긴 사안은 제2호와 제3호가 겹쳐 보입니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제3호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두 호는 증명해야 할 것이 다릅니다. 제3호는 상대방의 기망이나 협박, 그리고 그 때문에 혼인의 의사를 표시했다는 인과관계를 세워야 합니다. 제2호는 중대사유가 혼인 당시 있었다는 점과 그것을 몰랐다는 점만 세우면 됩니다. 부담이 가벼운 쪽을 주된 주장으로 두는 구성이 실무에서 흔합니다.

무효와 취소의 경계
혼인의 합의가 없었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경우,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경우는 취소가 아니라 무효입니다. 제816조 제1호는 이처럼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부분을 괄호로 덜어 냈습니다.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정도는 무엇으로 재나

조문은 악질 기타 중대사유라는 말만 두고 병명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판단의 축을 사실관계에서 세워야 합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축은 네 가지입니다. ① 그 사유가 혼인 당시에 이미 있었는가 ② 동거, 부양, 협조처럼 혼인의 본질적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만드는 정도인가 ③ 치료나 관리로 함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가 ④ 상대방이 미리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으리라고 볼 수 있는가입니다.

질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중대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병을 이유로 혼인을 되돌리는 것은 사람의 인격과 맞닿는 문제여서 법원은 이 요건을 넓게 보지 않습니다. 치료로 관리가 되는 만성질환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혼인 당시 이미 부부로서의 공동생활 자체가 불가능했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혼인 뒤에 생긴 병은 제2호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숨겼다는 것만으로 되는가, 몰랐다는 점은 어떻게 보이나

제2호는 알지 못한 때라고 적습니다. 알고도 혼인한 사람은 취소를 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몰랐다는 것은 없었던 일을 증명하는 구조여서 직접 자료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쌓습니다. 교제 기간에 건강 이야기가 어떻게 오갔는지 보여 주는 대화 기록, 혼인 전 양가가 만난 자리에 있던 사람의 진술, 상대방이 복약이나 통원 사실을 가렸다는 정황이 그런 자료입니다.

알게 된 시점도 함께 특정해야 합니다. 그 날짜가 다음 항목의 기간 계산에서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주의
제816조 제2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혼인은 상대방이 그 사유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이 지나면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기산점은 혼인한 날도, 병이 생긴 날도 아니고 사유를 알게 된 날입니다. 6개월은 자료를 모으기에 넉넉한 기간이 아닙니다. 알게 된 날짜를 먼저 메모로 남겨 두십시오.

어떤 자료를 먼저 모아 두어야 하나

상대방의 진료기록은 본인 동의가 없으면 받을 수 없습니다. 소송에서는 문서제출명령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사실조회로 확보하는데, 그 절차를 밟으려면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짚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것부터 정리하는 순서가 됩니다.

  • 약 봉투, 처방전, 병원 영수증, 진료 예약 문자처럼 복약과 통원을 보여 주는 흔적
  • 혼인 전후의 문자와 메신저 가운데 건강 이야기가 나온 부분
  • 상견례와 혼인 준비 과정에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서
  • 혼인 전 작성된 건강검진 결과나 보험 가입 서류
  • 알게 된 날짜와 경위를 적은 본인 메모

자료가 모자라도 알게 된 날부터 6월이라는 기간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기간이 급한 사안이라면 청구를 먼저 내고 자료는 절차 안에서 보완하는 방법도 있으니, 순서를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아이와 재산은 어떻게 되나

아이 문제는 이혼과 같은 틀로 정리됩니다. 민법은 혼인이 취소된 경우에도 자녀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관하여 이혼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습니다. 양육자와 양육비, 면접교섭을 그대로 정하게 됩니다.

손해배상은 취소 사건의 핵심 가운데 하나입니다. 혼인의 무효나 취소에는 약혼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규정이 준용되어,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양도하거나 승계할 수 없지만, 이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했거나 소를 제기한 뒤에는 달라집니다.

재산분할은 조문이 직접 정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혼인 취소 사건에서 분할을 함께 구할 수 있는지는 사안에 따라 갈리므로 혼인 기간과 재산 형성 경위를 놓고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정리

혼인 전부터 있던 중대한 병을 숨긴 사안은 사기를 주장하는 길과 제816조 제2호를 주장하는 길이 함께 열립니다. 제2호는 기망의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하는 쪽보다 다루기가 수월합니다.

관문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정도라는 요건이고, 다른 하나는 안 날부터 6월이라는 기간입니다. 알게 된 날짜를 기록해 두고, 가진 자료를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무효와 취소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부터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6조, 제815조, 제816조, 제822조, 제824조, 제824조의2, 제825조

관련 안내: 부산 이혼변호사 · 이혼·가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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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혼인 전부터 있던 병이면 어떤 병이든 혼인 취소가 되나요?

아닙니다. 조문은 병명을 열거하지 않고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라고만 정합니다. 치료로 관리되는 질환이나 생활에 큰 제약이 없는 질환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혼인 당시 공동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는지를 봅니다.

혼인한 뒤에 생긴 병도 취소 사유가 되나요?

제816조 제2호는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사유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때를 요건으로 합니다. 혼인 뒤에 발병한 경우는 이 호에 들어오지 않고, 사정에 따라 이혼 사유로 다루어집니다.

취소되면 그동안의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되나요?

혼인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습니다. 취소 전까지의 혼인은 있었던 것으로 남고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신분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제816조 제2호 사유가 있는 혼인은 상대방이 그 사유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이 지나면 취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기산점이 혼인일이 아니라 알게 된 날이라는 점을 유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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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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