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을 정리하던 중, 호적에 올라 있던 동생이 아버지의 친자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어머니가 몇 해 전에 받아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분이 있습니다. 자신은 그 재판의 원고도 피고도 아니었는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보통의 민사 재판이라면 소송에 참여한 사람끼리만 효력이 미칩니다. 친자 관계를 다루는 가사소송은 다릅니다.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이 확정되면 재판에 나오지 않은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가사소송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왜 그런 구조인지,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지를 짚어 보았습니다.
보통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민사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에만 미칩니다. 옆집 사람끼리 한 재판이 내 권리를 바꾸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친자 관계는 그렇게 둘 수 없습니다.
누구의 자녀인지는 상속, 부양, 성과 본, 친족의 범위까지 한꺼번에 흔드는 문제입니다. 어머니와의 재판에서는 친자가 아니고 형제와의 재판에서는 친자라는 결론이 나란히 서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사소송법 제21조는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에 특칙을 두어 하나의 결론이 모두에게 통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사건의 판결이 모두에게 미치나
제21조 제1항은 가류 또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의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은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적습니다. 어느 사건이 가류이고 나류인지는 제2조가 정합니다.
친자와 관련된 것만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분류 | 사건 | 제소 기간(민법) |
|---|---|---|
| 가류 |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인지의 무효 | 원칙적으로 제한 없음. 상대방 사망 시 사망을 안 날부터 2년(제865조 제2항) |
| 나류 | 친생부인 | 사유를 안 날부터 2년(제847조) |
| 나류 | 인지청구, 인지에 대한 이의, 인지의 취소 | 이의는 신고를 안 날부터 1년(제862조), 취소는 6월(제861조) |
| 나류 | 아버지의 결정 | 민법 제845조 |
어머니가 전남편을 상대로 낸 친생부인 청구가 받아들여져 확정되면, 그 재판에 끼지 않았던 형제와 조부모, 다른 상속인 모두에게 그 아이는 전남편의 자녀가 아닌 사람이 됩니다.
왜 제3자가 다투지 못하게 만들어도 되나
결론을 모두에게 미치게 하려면 재판 자체가 당사자의 말에만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 법은 그 대비를 두 군데에 심어 두었습니다.
하나는 직권조사입니다. 제17조는 가정법원이 가류와 나류 사건을 심리할 때 직권으로 사실조사와 증거조사를 하고 언제든지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을 신문할 수 있게 합니다. 제12조 단서는 한 걸음 더 나가 민사소송법의 자백과 청구의 인낙에 관한 규정을 이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피고가 순순히 인정해도 법원은 그것만으로 판결을 쓰지 못합니다.
다른 하나는 수검 명령입니다.
제29조는 혈족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는데 다른 증거로 심증을 얻지 못한 때, 당사자나 관계인에게 유전인자 검사 같은 검사를 받도록 명할 수 있게 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제67조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붙고, 그러고도 다시 거부하면 30일의 범위에서 감치될 수 있습니다.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확정판결의 효력이 어느 사람에게까지 미치는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원칙이지만, 제21조는 가류와 나류 가사소송의 인용 판결에 한하여 그 범위를 제3자까지 넓혔습니다. 신분관계가 사람마다 다르게 정해지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청구가 기각된 판결은 어떻게 되나
여기서 방향이 갈립니다. 제21조 제1항은 인용 판결만 말합니다. 친자가 아니라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확정된 경우에는 제2항이 따로 다룹니다.
제2항은 청구를 배척한 판결이 확정되면 다른 제소권자는 사실심의 변론종결 전에 참가하지 못한 데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아니하면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적습니다. 기각 판결은 제3자에게 자동으로 미치지 않지만, 소를 낼 수 있었던 사람이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같은 소를 내는 것은 막겠다는 뜻입니다.
열쇠는 정당한 사유입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사정이 그 자리에 들어갑니다. 알고도 지켜보기만 했다면 결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제2항의 다른 제소권자가 누구인지는 민법이 정합니다. 친생부인의 소는 제846조와 제847조에 따라 남편이나 아내가 상대방이나 자녀를 상대로 냅니다. 남편이 자녀의 출생 전에 사망했거나 2년의 기간 안에 사망한 때에는 제851조에 따라 그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낼 수 있습니다.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는 더 넓습니다. 제865조 제1항은 친생부인, 인지청구, 인지에 대한 이의 등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이 소를 낼 수 있다고 적습니다. 가족 가운데 여러 사람이 제소권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제21조 제2항이 필요해집니다.
- 친생부인: 남편, 아내, 일정한 경우 그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 인지청구: 자녀와 그 직계비속 또는 법정대리인(제863조)
- 인지에 대한 이의: 자녀 그 밖의 이해관계인(제862조)
-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위 소의 제소권자 전부(제865조)
재판 중인 사실을 알았다면 무엇을 하나
결론이 나에게도 미친다면 결론이 나기 전에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 사건이 어느 가정법원에 계속 중인지 확인합니다. 제26조에 따라 친생부인은 자녀의 보통재판적 소재지, 존부 확인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 소재지의 가정법원이 전속관할입니다
- 사실심 변론이 끝나기 전에 참가 신청을 하거나 자기 이름으로 소를 냅니다
- 판결이 선고되면 제19조에 따라 판결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 확정되면 제9조에 따라 법원이 등록부 기록을 촉탁하므로 그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주의
친생부인은 사유를 안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를 낼 수 없습니다. 재판에 참가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이 기간이 지나 있으면 새로 낼 소 자체가 막힙니다. 참가의 문제와 제소 기간의 문제를 따로 세어 보셔야 합니다.
정리
가사소송법 제21조 제1항은 친생부인이나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처럼 가류와 나류에 속하는 사건의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에게도 효력을 갖도록 했습니다. 신분관계가 사람마다 달리 정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고, 그 대신 직권조사와 수검 명령으로 결론의 무게를 받칩니다.
기각 판결은 제3자에게 바로 미치지 않지만, 제2항에 따라 참가하지 않은 다른 제소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같은 소를 다시 내지 못합니다.
관계된 재판이 진행 중임을 알았다면 변론이 끝나기 전에 움직여야 뒤의 다툼이 줄어듭니다. 제소 기간과 참가 시기를 함께 세어야 하므로 가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일정을 먼저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2조, 제9조, 제12조, 제17조, 제19조, 제21조, 제26조, 제29조, 제67조 · 민법 제845조, 제846조, 제847조, 제851조, 제861조, 제862조, 제863조, 제86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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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어머니가 받은 친생부인 판결에 저는 당사자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도 효력이 있나요?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이라면 제21조 제1항에 따라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론을 전제로 상속 등이 정리됩니다.
반대로 친자가 아니라는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제가 다시 소를 낼 수 있나요?
제2항은 다른 제소권자가 변론종결 전에 참가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다시 소를 내지 못하게 합니다. 재판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상대방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제29조의 수검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어기면 제67조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거듭 거부하면 30일 범위에서 감치될 수 있습니다.
피고가 친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 바로 판결이 나나요?
제12조 단서가 자백과 청구의 인낙 규정을 가류와 나류 사건에 적용하지 않도록 했고, 제17조는 직권조사를 요구합니다. 인정만으로는 판결이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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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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