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서의 아버지 칸은 부모가 상의해서 채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법이 먼저 채워 두고,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여기는 쪽이 뒤늦게 다투는 구조입니다. 그 칸을 채우는 규칙이 민법 제844조이고, 조문은 세 개의 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느 항에 걸리느냐에 따라 뒤집는 문도 달라집니다. 항마다 무엇을 정하고 있는지, 어느 시점의 출생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는 어떻게 정해지나
어머니 쪽은 출산이라는 사건 자체가 관계를 드러냅니다. 아버지 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은 관찰 대신 규칙을 두었습니다. 제844조 제1항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적습니다. 남편이 동의했는지, 부부가 함께 살고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일단 결론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술어가 추정이므로 사실이 다르다면 되돌릴 길이 남아 있습니다. 대신 그 길은 정해진 하나뿐이어서, 가족끼리 합의했다거나 검사지를 보여 준다고 해서 등록부의 기재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친생추정
아내가 낳은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다루는 민법상의 규칙입니다. 유전적 연결을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혼인이라는 외형에서 끌어낸 결론이며, 이 추정이 붙으면 가족관계등록부의 부(父)란이 남편으로 채워집니다.
조문은 왜 세 개 항으로 나뉘어 있나
제1항만 놓고 보면 요건이 하나입니다. 혼인 중에 임신했는지입니다. 그런데 임신한 날은 달력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제2항과 제3항이 이 빈틈을 메웁니다. 두 항은 출생한 날을 보고 임신한 시기를 거꾸로 짚습니다.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이 지난 뒤 태어났다면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보고, 혼인관계가 끝난 날부터 300일 안에 태어났다면 역시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봅니다.
결국 추정이 두 겹으로 쌓입니다. 출생일에서 임신 시기가 나오고, 임신 시기에서 아버지가 나옵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자리는 대부분 앞쪽 겹입니다.
혼인한 지 200일이 되기 전에 태어났다면
제2항이 잡아 둔 것은 200일이 지난 뒤의 출생입니다. 그 앞에 태어난 아이는 이 항의 그물에 걸리지 않습니다.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임신하고 신고 직후에 출산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드문 장면이 아닙니다. 이때는 제1항이 요구하는 혼인 중 임신이라는 요건이 채워지지 않아 추정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추정이 없다는 말이 곧 아버지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남편이 자기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면 그 신고가 인지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다루어지고, 다툼이 생기면 친생부인이 아니라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확인하는 소로 갑니다. 들어가는 문이 처음부터 다릅니다.
| 태어난 시점 | 걸리는 항 | 되돌리는 절차 |
|---|---|---|
| 혼인 성립 후 200일이 되기 전 | 해당 없음 |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 |
| 혼인 성립 후 200일이 지난 뒤 | 제844조 제2항 | 친생부인의 소 |
| 혼인이 이어지는 동안의 출생 | 제844조 제1항 | 친생부인의 소 |
| 혼인이 끝난 날부터 300일 안 | 제844조 제3항 | 허가 청구 또는 친생부인의 소 |
어머니가 재혼해 두 추정이 겹치면
앞 혼인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혼인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3항이 전 남편을 가리키고 제2항이 지금의 남편을 가리켜 두 결론이 한 아이 위에서 부딪칩니다.
제845조가 이 장면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사자가 청구하면 법원이 아버지를 정한다는 짧은 규정이고, 당사자끼리 상의해 한쪽을 고를 수는 없습니다. 재판으로만 풀립니다.
2017년 개정은 무엇을 바로잡았나
제844조는 2017년 10월 31일 법률 제14965호로 전문이 손질되었습니다. 그 앞자리에 2015년 4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혼인이 끝난 뒤 300일 구간이었습니다. 이미 갈라선 지 오래인데도 서류에는 전 남편이 아버지로 적히고, 이를 지우려면 무겁고 오래 걸리는 재판을 거쳐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그 부담을 피하려고 출생신고 자체를 미루는 일이 생겼고, 그 사이 아이는 서류 없는 상태로 남았습니다.
개정은 조문을 항별로 다시 짜면서 제854조의2와 제855조의2를 함께 신설했습니다. 300일 구간에 한해 소보다 가벼운 통로를 연 것입니다. 다만 혼인 중의 자녀로 이미 출생신고가 되어 버렸다면 이 통로는 닫힙니다.
추정이 붙으면 서류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등록 창구는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습니다.
출생신고서를 받으면 조문이 가리키는 사람이 부(父)란에 그대로 기재되고, 그 기재를 출발점으로 성과 본이 정해지고 친권과 부양의무가 붙습니다. 상속에서도 같은 기재가 쓰입니다. 나중에 다투어 판결을 받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재된 내용이 그대로 효력을 가집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서류가 잘못되었다고 여겨 신고를 미루면 아이에게 필요한 의료보험과 취학 절차가 함께 밀립니다.
주의
출생신고를 늦추는 것은 해법이 되지 않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신고 기간을 넘기면 과태료가 붙고, 미룬 기간만큼 아이 이름으로 처리할 일이 함께 멈춥니다.
추정을 벗기는 문은 어디에 있나
세 갈래입니다. 제846조와 제847조가 정한 친생부인의 소, 제854조의2와 제855조의2가 정한 가정법원의 허가 청구, 그리고 애초에 추정이 미치지 않는 사안에서 쓰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입니다. 어느 문으로 갈지는 취향이 아니라 출생 시점이 정합니다.
- 혼인신고일, 이혼이나 사망으로 혼인이 끝난 날, 출생일을 한 줄에 놓고 간격을 셉니다.
- 그 간격으로 제844조의 어느 항에 걸리는지 확정합니다.
- 출생신고가 이미 되어 있는지, 되어 있다면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지 가늠합니다.
- 소와 허가 청구 가운데 어느 쪽이 열려 있는지를 정하고 가정법원에 냅니다.
부인의 소를 택할 경우에는 제847조가 둔 2년의 제척기간이 함께 따라옵니다. 기간을 넘기면 문이 닫히므로, 언제부터 세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 혼인관계증명서에 적힌 혼인 성립일과 종료일
· 아이의 기본증명서에 적힌 출생일과 신고일
· 출생신고가 혼인 중의 자녀로 되어 있는지
· 부부가 언제부터 떨어져 지냈는지를 보여 줄 자료
·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정리
제844조 제1항이 부성을 정하고, 제2항과 제3항이 출생일로 임신 시기를 되짚어 그 제1항을 작동시킵니다. 200일과 300일은 기간 제한이 아니라 추정이 붙는 구간을 그린 선입니다.
선 밖에서 태어난 아이는 추정을 받지 않아 다투는 절차 자체가 달라집니다. 두 혼인의 구간이 겹치면 제845조에 따라 법원이 아버지를 정합니다. 2017년 개정으로 300일 구간에는 허가 청구라는 가벼운 통로가 생겼지만, 혼인 중의 자녀로 신고가 끝난 뒤에는 쓰지 못합니다.
날짜 하나가 절차 전체를 바꿉니다. 혼인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먼저 떼어 간격을 세어 보시고,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를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44조, 제845조, 제846조, 제847조, 제854조의2, 제855조의2, 제86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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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부가 오래 떨어져 살았는데도 추정이 붙나요?
별거 사실만으로 조문이 비켜 가지는 않습니다. 출생일이 제844조가 그은 구간 안에 있으면 일단 추정이 붙고, 실제로 함께 지내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뒤의 절차에서 판단 재료로 쓰입니다.
유전자 검사에서 아니라고 나오면 서류가 바뀌나요?
검사지 자체가 등록부를 고치지는 못합니다. 그 결과는 친생부인의 소나 허가 청구에서 증거로 제출되고, 심판이 확정된 뒤에야 기재가 정정됩니다.
혼인신고 직후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혼인 성립일부터 200일이 되기 전의 출생이라면 제844조 제2항의 구간 밖입니다. 추정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툼이 있을 때 쓰는 절차도 친생부인의 소가 아니라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가 됩니다.
이미 전 남편 자녀로 신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허가 청구는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를 제외하고 있어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길은 친생부인의 소이며, 제847조의 2년이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했는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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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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