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공증사무소에 가서 큰딸을 임의후견인으로 정하는 후견계약을 맺고 등기까지 마쳤습니다. 몇 해 뒤 증상이 깊어지자 큰딸이 통장과 병원 일을 도맡기 시작합니다. 둘째 아들은 누나의 돈 관리가 미덥지 않다며 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겠다고 나섭니다. 법원이 새로 후견인을 정하면 어머니가 미리 해 둔 계약은 어떻게 되는지, 누구의 뜻이 앞서는지가 이 가족의 쟁점입니다. 민법은 이 충돌에 대해 한 조문으로 분명한 순서를 정해 두었습니다.
후견계약은 언제부터 힘을 갖나
후견계약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해질 때에 대비해, 본인이 자기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에 관한 사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대리권을 주는 계약입니다. 공정증서로만 맺을 수 있습니다.
계약을 맺었다고 바로 효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원은 계약이 등기되어 있고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인정할 때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임의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를 받아 감독인을 선임합니다.
앞의 장면에서 큰딸이 이미 통장을 관리하고 있더라도, 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아직 계약이 작동하기 전 단계일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다툼은 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등기된 계약이 있으면 법정후견은 막히나
원칙은 막힙니다.
민법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가정법원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본인이 판단 능력이 있을 때 스스로 고른 사람과 범위를 가족의 판단보다 앞에 두겠다는 뜻입니다.
조문은 이 경우의 청구인으로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적고 있습니다.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일반 목록에는 원래 이 두 사람이 없는데, 계약이 있는 사안을 위해 따로 문을 열어 둔 것입니다. 그 밖의 친족이 청구한다면 등기된 계약이 있다는 사정 때문에 특별한 필요성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별히 필요할 때란 어떤 경우인가
조문에 목록은 없습니다. 다만 두 제도의 차이를 보면 법정후견이 필요한 장면이 드러납니다.
| 임의후견 (후견계약) | 성년후견·한정후견 (법정후견) | |
|---|---|---|
| 누가 정하나 | 본인이 미리 공정증서로 사람과 범위를 정함 | 가정법원이 심판으로 개시하고 후견인을 선임 |
| 언제 효력이 생기나 |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 | 개시 심판이 있을 때 |
| 후견인의 권한 | 계약에서 맡긴 사무에 대한 대리권 | 법원이 정한 범위의 대리권, 성년후견은 본인 행위의 취소권 포함 |
| 감독 | 임의후견감독인이 감독하고 법원에 정기 보고 | 법원이 필요하면 후견감독인을 선임 |
첫째는 계약의 범위 밖에 있는 일입니다. 어머니가 재산 관리만 맡기고 신상 보호는 맡기지 않았는데 요양시설 입소나 치료 결정이 급하다면 계약만으로는 공백이 생깁니다.
둘째는 취소권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임의후견인에게는 대리권이 있을 뿐, 본인이 혼자 한 불리한 계약을 취소할 권한은 없습니다. 판단력이 떨어진 본인이 외부의 권유로 큰 거래를 반복한다면 성년후견이 주는 취소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임의후견인이 미덥지 않다면 무엇을 청구하나
둘째 아들처럼 누나를 믿지 못하는 경우라면 법정후견보다 먼저 볼 길이 있습니다.
감독인이 선임되기 전이라면, 임의후견인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현저한 비행이 있거나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은 감독인을 선임하지 않습니다. 계약이 아예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감독인 선임 이후라면 임의후견감독인, 본인,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의후견인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자료입니다. 인출 내역,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체, 본인에게 불리한 계약서처럼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쳐 줄 기록을 모아야 합니다.
- 후견등기사항증명서로 계약의 등기 여부와 내용을 확인합니다.
-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선임 전이면 선임 절차에서 임의후견인의 부적합 사유를 주장합니다.
- 선임 후이면 해임 청구나 감독인을 통한 조사 요청을 검토합니다.
- 계약 범위 밖의 공백이 있으면 법정후견의 특별한 필요성을 따로 정리합니다.
이미 법정후견이 시작된 뒤에 계약을 등기했다면
순서가 거꾸로인 경우도 조문이 다룹니다. 본인이 이미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인데 후견계약이 등기되었다면,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서 종전의 법정후견을 종료하는 심판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예외가 있습니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계속하는 것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감독인을 선임하지 않습니다. 결국 두 방향 모두에서 기준은 하나입니다. 본인이 미리 정한 뜻을 원칙으로 두고, 그것으로 본인을 지킬 수 없을 때에만 법원이 개입합니다.
반대로 계약이 있는 상태에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후견계약은 그때 종료됩니다.
심판 과정에서 법원은 누구의 말을 듣나
후견계약이 등기된 사건에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때, 가사소송법은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의 진술을 듣도록 정했습니다. 계약으로 선택된 사람이 절차에서 빠지지 않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본인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의사의 감정을 거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할 때도 의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습니다.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미리 준비해 두면 절차가 빨라집니다.
확인할 것
· 후견계약 공정증서에 맡긴 사무의 범위 (재산만인지, 신상 보호까지인지)
· 후견등기 여부와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여부
· 최근 진단서와 진료 기록
· 임의후견인의 관리 내역을 보여 줄 통장 거래 자료
정리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본인이 미리 정한 임의후견이 우선하고, 법정후견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열립니다. 계약 범위 밖의 공백이나 취소권이 필요한 사정이 그 특별한 필요성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임의후견인이 문제라면 법정후견보다 감독인 선임 단계의 이의나 해임 청구를 먼저 검토하는 편이 조문의 구조에 맞습니다. 가족 사이의 다툼이 깊어지기 전에 등기와 감독인 선임 상태부터 확인하고, 변호사와 함께 청구의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9조, 제10조, 제12조, 제937조, 제959조의14, 제959조의15, 제959조의16, 제959조의17, 제959조의20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5조의2, 제45조의3, 제45조의5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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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어머니가 후견계약을 등기해 두셨는데 제가 성년후견을 청구할 수 있나요?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법정후견 심판을 할 수 있고, 조문은 그 청구인으로 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감독인을 적고 있습니다. 계약 범위 밖의 공백 같은 사정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임의후견인으로 정해진 형제가 돈을 함부로 쓰는 것 같습니다.
감독인 선임 전이라면 임의후견인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유로 감독인 선임 자체가 거부될 수 있고, 선임 후라면 친족도 임의후견인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래 내역 같은 자료를 먼저 모으십시오.
공증만 받아 두면 바로 후견인이 되는 건가요?
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맺어야 하지만, 효력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생깁니다. 등기와 감독인 선임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법정후견이 시작되면 후견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후견계약이 등기된 상태에서 본인이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으면 후견계약은 그때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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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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