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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27일조회 8

조정에서 맞춘 뜻이 조서에 적히면

조정실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다가 겨우 말이 맞아떨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나눈 대화가 그대로 힘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가사소송법은 합의한 내용이 어느 순간에 효력을 얻는지, 그 뒤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짧은 조문 두 개로 정해 두었습니다. 여기를 모르고 조정실을 나서면 나중에 상대가 약속을 어겼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조서 한 장에 붙는 힘의 정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순간에 조정이 성립하는가

제59조 제1항의 문장은 짧습니다. 양쪽이 맞춘 내용을 조서에 적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한다는 한 줄뿐입니다.

말로 맞춘 시점이 아니라 적힌 시점입니다. 조정위원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더라도 조서에 옮겨지기 전이라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제로 마지막 문구를 다듬다가 한쪽이 마음을 바꾸어 기일이 다시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정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합의가 아니라 낭독입니다. 적힌 문장을 귀로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들은 문장과 머릿속에 있던 그림이 어긋난다면 그 자리에서 말씀하셔야 합니다.

조서에 적히면 어떤 힘이 붙나

같은 조 제2항이 답입니다. 조서에 적힌 조정, 그리고 이의 없이 확정된 갈음 결정에는 재판상 화해에 준하는 효력이 붙는다고 했습니다.

재판상 화해와 같다는 말의 실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확정판결과 마찬가지로 같은 사안을 다시 다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행을 명하는 부분이 강제집행의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약속한 돈을 보내지 않으면 새로 소송을 걸 필요 없이 조서를 들고 집행 절차로 갑니다.

다만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합의로 정할 수 없는 영역
제59조 제2항 단서는 양쪽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는 사항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정했습니다. 신분관계를 만들거나 없애는 일처럼 두 사람의 뜻만으로 결론을 지을 수 없는 대목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어떤 사건이 조정의 식탁에 오르나

제50조 제1항은 나류와 다류 가사소송사건, 그리고 마류 가사비송사건을 조정 전치의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재판상 이혼, 혼인의 취소,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재산분할과 양육에 관한 처분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

목록에 없는 갈래가 가류 사건입니다. 혼인의 무효, 이혼의 무효,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처럼 신분관계의 존부 자체를 확인하는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은 양쪽이 아무리 뜻을 모아도 그 합의로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앞서 본 단서가 겨냥하는 영역과 겹칩니다.

협의이혼도 조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하는 별개의 통로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재판으로 갈라서려는 분이 조정을 먼저 신청하는 것과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조정위원회는 무엇을 보고 설득하나

제58조 제1항은 조정의 방향을 적어 둔 조문입니다. 당사자의 이익만이 아니라 조정으로 인하여 영향받게 되는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고려하라고 했습니다. 다툼을 끝까지, 그리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길을 찾아 당사자를 설득하라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친권자를 누구로 할지,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처럼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대목을 다룰 때에는 그 아이의 복지를 앞세우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두 항이 실무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양쪽이 이미 맞춰 온 안이라도 아이에게 불리해 보이면 조정위원회가 그대로 받아 적지 않습니다. 면접교섭의 횟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양육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 조정장이 다시 묻습니다.

제56조는 조정에 앞선 사실 조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한을 정해 가사조사관에게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하게 하여야 합니다. 조사관이 만든 보고서는 조정안을 다듬는 재료가 되므로, 면담 요청이 오면 성실히 응하시는 편이 유리합니다.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제49조는 가사조정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조정법을 준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가 서지 않은 사건의 처리도 그쪽 조문을 따라갑니다.

민사조정법 제30조는 조정담당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말이 끝내 맞지 않은 사건, 그리고 맞기는 했으나 그 내용이 적당하지 않다고 본 사건이 대상입니다. 다만 신청인이 구한 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1. 이의신청 기간은 결정 정본을 송달받은 날을 기준으로 2주일입니다.
  2. 정본이 송달되기 전에도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
  3. 그 기간이 지나도록 이의가 들어오지 않거나 낸 이의를 거두면 결정이 그대로 굳어집니다.
  4. 이의가 들어오면 사건은 소송이나 심판 절차로 넘어갑니다.

2주일은 불변기간입니다. 놓치면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의를 낼지 말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결정문의 조건이 재판까지 갔을 때 기대할 결과보다 나쁜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기간이 짧으니 정본을 받은 날 검토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조서를 쥐고 무엇을 할 수 있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쓰는 장치가 가사소송법 제5편에 모여 있습니다.

상황근거내용
돈, 유아 인도,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음제64조기간을 정해 이행하라는 명령. 미리 심문하고 제재를 고지
양육비를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미지급제63조의2회사가 급여에서 공제해 상대에게 직접 지급
정기금 양육비의 이행이 불안함제63조의3담보 제공 명령, 불이행 시 일시금 지급 명령
상대가 수령을 거부함제65조가정법원에 임치 신청, 허가되면 그 범위에서 이행된 것으로 봄

제64조는 조정조서를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판결과 심판만이 아니라 조서도 같은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조서 문구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집행은 문언을 그대로 읽습니다. 그래서 조정실에서 대충 넘긴 표현이 나중에 발목을 잡습니다.

주의
지급일과 계좌, 금액을 숫자로 특정하지 않으면 집행 단계에서 다툼이 생깁니다. 면접교섭은 요일과 시간, 인도 장소, 방학 중의 처리까지 적어야 이행명령의 기준이 섭니다.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넘기기로 했다면 등기 원인과 그 날짜가 조서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조정조서 정본과 송달증명은 집행을 시작할 때 요구되므로 기일이 끝난 뒤 곧바로 받아 두십시오.

정리

조정은 조서에 적히는 순간 성립하고, 그때부터 확정판결에 준하는 무게를 갖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영역에는 그 힘이 닿지 않습니다.

합의가 서지 않으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나올 수 있고, 2주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굳습니다. 조서를 쥔 뒤에는 이행명령과 직접지급명령이 기다립니다. 문구 하나가 뒷날의 집행 가능성을 갈라 놓으니, 서명 전에 변호사와 함께 문장을 한 번 더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49조, 제50조, 제58조, 제59조, 제63조의2, 제63조의3, 제64조, 제65조 · 민사조정법 제28조, 제29조, 제30조, 제3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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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조정실에서 구두로 합의했는데 그날 조서를 쓰지 못했습니다. 효력이 있나요?

제59조 제1항은 조서에 적음으로써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어 아직 성립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음 기일에 같은 내용으로 정리되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조정조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항소할 수 있나요?

조정에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붙어 상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별도의 절차를 검토해야 하므로 조서 정본을 가지고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았는데 일부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의신청은 결정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일부만 남기는 방식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본을 받은 날부터 2주일 안에 이의할지 여부를 정하셔야 합니다.

양육비를 두 달째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조정조서가 있으면 제64조의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상대가 급여소득자라면 제63조의2의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이 더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미지급 회차와 금액을 먼저 정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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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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