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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27일조회 6

서로 부양해야 하는 사이와 그 전제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형제끼리 얼굴을 붉히다 법원까지 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래 연락이 끊겼던 가족이 어느 날 생활비를 달라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민법은 누구와 누구 사이에 부양의 의무가 서는지를 조문에 적어 두었고, 그 의무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조건은 따로 떼어 두었습니다. 테두리를 모르면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게 되고, 받을 수 있는 몫을 그냥 놓치기도 합니다. 조문이 그어 놓은 선을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이에 의무가 서는가

민법 제974조가 출발점입니다. 세 갈래만 적혀 있습니다.

호조문이 적은 사이생계를 같이 할 것
제1호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요구되지 않음
제2호삭제되어 비어 있음해당 없음
제3호기타 친족간요구됨

결국 살아 있는 칸은 둘입니다. 앞쪽은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녀처럼 위아래로 곧게 이어지는 혈족과 그 배우자이고, 여기에는 한집에 사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뒤쪽은 형제자매나 사촌처럼 옆으로 벌어진 친족이며,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괄호가 붙어 있습니다.

이 괄호 하나가 결과를 갈라 놓습니다. 따로 살림을 차린 형제 사이에는 조문상의 부양의무가 서지 않습니다.

기타 친족이 어디까지인지는 제777조가 정합니다.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그리고 배우자입니다. 이 울타리 밖이라면 제974조 제3호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는 왜 따로 적혀 있나

제974조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배우자라는 말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부부의 부양은 제826조 제1항에 따로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 조문은 부부가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동거와 부양과 협조가 한 문장에 묶여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정당한 이유로 잠시 떨어져 사는 때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는 단서도 같은 항에 붙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을 성질이 다른 것으로 봅니다. 부부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은 자기 생활과 같은 수준을 나누는 쪽에 가깝고, 제974조가 말하는 친족 사이의 부양은 상대가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울 때 떠받쳐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낱말을 쓰지만 요구되는 정도가 같지 않습니다.

의무가 있다고 곧바로 돈이 나가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975조가 방아쇠를 따로 두었습니다.

부양의무와 생활능력
이 조문은 도움을 받을 사람이 제 재산이나 일해서 버는 돈만으로 살림을 꾸리지 못하는 때에 한하여 이행 책임이 생긴다고 적었습니다. 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지금 돈을 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 이 요건이 하나 더 놓여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다툼의 무게중심은 촌수가 아니라 상태로 옮겨 갑니다. 받을 쪽에 연금이나 임대수입이 있는지, 일할 수 있는 몸인지, 보유한 재산을 처분해 생활을 꾸릴 수 있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자력이라는 말에는 소득만이 아니라 재산이 함께 들어갑니다.

내는 쪽의 형편도 빠지지 않습니다.

낼 사람이 여럿이면 순서는 어떻게 되나

제976조 제1항의 문장이 답을 내는 방식은 조금 특이합니다. 조문 스스로 순위를 정해 주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자가 여러 명일 때 협정이 없으면 당사자의 청구를 받아 법원이 정한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먼저 가족끼리 정해 보라는 뜻이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법원이 개입하는 순서입니다. 받을 사람이 여럿인데 내는 사람의 자력이 전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같은 방식을 씁니다.

제2항은 법원이 여러 명의 의무자나 권리자 가운데 일부를 선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형제가 넷이어도 넷이 똑같이 나누어 내는 것이 당연한 결론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득과 재산, 그동안의 기여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주게 되나

금액과 방법도 제977조가 같은 틀을 씁니다. 협정이 없으면 법원이 정합니다.

이때 법원이 참작하는 것은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 부양의무자의 자력, 그리고 기타 제반사정입니다. 방법은 조문이 종류를 열거하지 않아 사안에 맞추어 정해집니다. 매달 일정액을 보내는 방식이 가장 흔하고, 모시고 사는 방식이나 요양시설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도 쓰입니다.

  • 받을 쪽의 월 지출 내역과 그 근거 자료
  • 받을 쪽의 소득, 예금, 부동산 등 자력을 보여 주는 서류
  • 낼 쪽의 소득금액증명과 부양하고 있는 가족의 수
  • 이미 지출하고 있는 병원비나 요양비의 영수증

자료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판단이 추상적으로 흐릅니다.

한 번 정하면 그대로 가나

아닙니다. 제978조가 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순위와 정도와 방법에 관한 협정이나 판결이 있은 뒤에 사정변경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를 받아 그것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받을 쪽이 요양등급을 받아 지출이 늘어난 경우, 낼 쪽이 실직하거나 큰 병을 얻은 경우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제979조는 부양을 받을 권리는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앞으로 받을 부양료를 남에게 넘기거나 담보로 잡히는 일이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생활의 밑바닥을 지키라고 만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어떤 사건으로 내는가

부양에 관한 처분은 가사소송법 제2조가 꼽아 둔 마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 근거 조문으로는 민법 제976조에서 제978조까지가 적혀 있고,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입니다.

마류 사건에는 제50조의 조정 전치주의가 걸립니다.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고, 그러지 않고 청구하면 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 순서를 건너뛰어도 각하되지는 않지만 절차가 한 바퀴 돌아가므로 처음부터 조정으로 시작하는 편이 빠릅니다.

  1. 상대방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을 확인합니다.
  2. 조정신청서에 청구 취지와 원인, 자력 자료를 붙여 냅니다.
  3. 조정기일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심판 절차로 넘어갑니다.
  4. 심판이 확정되면 그 자체가 집행권원이 됩니다.

마지막 항목은 가사소송법 제41조에 적혀 있습니다.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심판은 별도의 소송 없이 그대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됩니다.

확인할 것
· 상대와의 관계가 제974조 제1호인지 제3호인지
· 제3호라면 생계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
· 받을 쪽이 자기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인지
· 과거에 이미 지출한 몫을 함께 구할 것인지
· 의무자가 여럿이라면 누구를 상대방으로 삼을 것인지

정리

제974조는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그리고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 둘만 남겨 두었습니다. 부부는 제826조가 따로 맡습니다. 관계가 확인되어도 제975조의 요건이 채워져야 실제 이행 책임이 생깁니다.

순위와 금액과 방법은 협정이 먼저이고 법원이 나중입니다. 사정이 바뀌면 제978조로 다시 조정할 수 있고, 권리 자체를 처분하는 길은 제979조가 막았습니다. 감정이 앞서기 쉬운 분야이니 자료를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청구 범위를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77조, 제826조, 제974조, 제975조, 제976조, 제977조, 제978조, 제979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41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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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연락을 끊고 지낸 아버지가 생활비를 요구합니다. 그래도 내야 하나요?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에게 생계를 같이 할 것을 요구하지 않아 관계 자체는 인정됩니다. 다만 제975조의 요건과 제977조의 참작 사정이 남아 있어 양쪽의 자력이 금액에 반영됩니다.

따로 사는 형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형제자매는 제974조 제3호의 기타 친족이라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로 제한됩니다. 각자 살림을 꾸리고 있다면 부모에 대한 몫을 누가 어떻게 나눌지를 제976조로 다투는 편이 맞습니다.

제가 먼저 요양원비를 내 왔는데 형제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있나요?

이미 지출한 몫을 구하는 청구도 실무에서 다루어집니다. 계좌이체 내역과 시설 영수증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십시오.

조정에서 매달 얼마를 주기로 했는데 형편이 나빠졌습니다.

제978조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변경과 취소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실직이나 질병처럼 자력이 달라진 사정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어 가정법원에 청구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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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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