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도 사람 사이의 일이라 어긋날 때가 있습니다. 그 어긋남이 아이를 때리거나 내버려 두는 쪽으로 나타났다면, 관계를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됩니다. 민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원의 판단으로 양친자 관계를 끊는 통로를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다만 사유가 정해져 있고 청구할 수 있는 사람과 시한도 조문마다 다릅니다. 아이 쪽에서 이 통로를 쓰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왜 합의만으로는 끝나지 않나
양자가 이미 성년이고 의사능력에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면 두 사람이 뜻을 모아 신고하는 선에서 끝납니다.
그런데 학대가 문제 되는 사안은 대개 양자가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민법 제898조 단서는 이 경우에 합의로 끝내는 길을 막아 두었습니다. 아이의 지위가 통째로 바뀌는 일을 어른들끼리 합의로 처리하게 두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 앉아 합의서를 쓰는 그림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가정법원에 청구해 판단을 받는 재판상 파양입니다.
어떤 사유가 있어야 문이 열리나
제905조가 네 개 호로 사유를 한정했습니다. 이 목록에 들어가지 않으면 관계가 나쁘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가 서지 않습니다.
| 호 | 내용 |
|---|---|
| 제1호 | 양자를 때리거나 돌보지 않아 그 아이의 복리를 크게 훼손한 때 |
| 제2호 | 거꾸로 양자 쪽에서 양부모에게 견디기 어려운 대우를 한 때 |
| 제3호 | 어느 한쪽의 생사가 3년 넘도록 확인되지 않는 때 |
| 제4호 | 그 밖에 양친자 사이를 더 이어 가기 힘든 중대한 사유가 생긴 때 |
이 글이 다루는 사안은 제1호입니다. 학대와 유기를 앞세운 다음 아이의 복리를 크게 훼손한 경우라는 포괄 문언을 뒤에 덧붙여 두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때린 흔적이 남지 않았더라도 방치나 정서적 가해로 생활이 무너졌다면 같은 호에 담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정도라야 현저하다고 보나
한 번의 다툼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행위의 강도와 반복성, 그리고 그 결과가 아이에게 남긴 상태입니다. 훈육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생활의 기본이 되는 돌봄이 끊겼는지, 학교나 병원 기록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지가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자료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진료기록과 상담일지, 학교의 출결과 상담 기록,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남은 신고 접수 내역이 대표적입니다. 같은 사실을 다른 기관이 각각 기록해 두었다면 증명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확인할 것
· 입양신고가 수리된 날짜와 입양관계증명서의 기재
· 병원과 학교, 상담기관에 남은 기록의 작성 일자
· 신고나 조사가 있었다면 그 접수 번호와 처리 결과
· 양자가 현재 몇 살인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어린 양자는 누가 대신 내나
제906조가 나이를 기준으로 갈라 두었습니다.
- 열세 살이 되지 않은 양자는 스스로 낼 수 없습니다. 입양 당시 승낙을 했던 사람이 아이를 갈음해 청구합니다.
- 그럴 사람조차 없다면 제777조의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 열세 살을 넘긴 미성년 양자는 입양에 동의해 주었던 부모에게 동의를 받아 스스로 냅니다.
- 그 부모가 사망하는 등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처지라면 그 절차를 건너뜁니다.
- 양부모나 양자가 피성년후견인이면 성년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제4항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검사가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인 양자를 위하여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주변에 나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를 위한 통로입니다.
시계는 언제부터 도나
제907조가 시한을 정했습니다. 사유를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었던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가 막힙니다.
적용되는 호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조문은 제1호와 제2호, 제4호만 가리키고 있습니다. 생사불명을 사유로 한 제3호에는 기간 제한이 붙지 않습니다.
학대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진 사안에서는 기산점을 어디로 잡느냐가 다투어집니다. 마지막 행위가 언제였는지, 그 사이에 새로운 가해가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주의
기간이 지나 파양 청구가 막히더라도 아이를 지킬 수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권의 일시 정지나 상실, 아동학대 관련 법률에 따른 조치는 별도의 요건과 절차로 움직입니다. 파양만 놓고 시한을 따지다 다른 통로를 놓치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친양자는 조문이 다르다
같은 학대라도 친양자라면 적용 조문이 바뀝니다. 제908조의5 제2항이 앞서 본 두 조문을 친양자에게는 쓰지 않는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같은 조 제1항이 사유를 둘로 좁혔습니다.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등으로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가 제1호이고, 친양자의 패륜행위로 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가 제2호입니다. 청구권자로는 양친과 친양자, 친생의 부 또는 모, 검사가 적혀 있습니다.
학대 사안이라면 제1호가 그대로 열려 있는 셈입니다. 다만 친양자 관계가 풀리면 제908조의7에 따라 입양 전의 친족관계가 되살아나므로, 파양 뒤에 아이가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먼저 그려 보아야 합니다.
끝난 뒤에 남는 문제
관계를 끊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친권에 공백이 생깁니다. 제909조의2 제2항은 파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때로부터 한 달, 파양이 된 때로부터 여섯 달 이내에 친생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구를 하도록 했습니다. 낼 수 있는 사람은 친생부모와 미성년자, 그 친족입니다. 아무도 이 기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제3항이 작동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절차로 넘어갑니다.
배상은 제908조에 적혀 있습니다. 재판상 파양으로 생긴 손해배상책임에 제806조를 끌어다 쓰도록 해 두었으므로, 잘못이 있는 쪽을 상대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관한 배상을 함께 구하게 됩니다. 파양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가사소송법이 정한 다류 가사소송사건이어서 파양 사건과 함께 심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
미성년인 양자가 학대를 당했다면 합의로 끝내는 길은 닫혀 있고, 제905조 제1호를 근거로 가정법원에 재판상 파양을 청구하게 됩니다. 열세 살을 기준으로 청구하는 주체가 달라지며, 나설 사람이 없으면 검사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시한은 사유를 안 때로부터 여섯 달, 사유가 생긴 때로부터 세 해입니다. 친양자에게는 제908조의5가 따로 적용됩니다. 파양이 확정된 뒤의 친권자 지정과 손해배상까지 한 묶음으로 준비하셔야 아이의 생활이 끊기지 않으니, 기록을 모아 변호사와 함께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98조, 제905조, 제906조, 제907조, 제908조, 제908조의5, 제908조의7, 제909조의2 · 가사소송법 제2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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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양자가 열 살입니다. 아이가 직접 파양을 청구할 수 있나요?
열세 살이 되지 않은 양자는 직접 청구하지 못합니다. 입양할 때 승낙을 했던 사람이 아이를 갈음해 내며, 그럴 사람조차 없으면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냅니다.
학대가 여러 해 이어졌습니다. 3년이 지난 부분은 다툴 수 없나요?
기간은 사유마다 따로 계산됩니다. 최근에 있었던 행위가 독립한 사유로 인정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시한이 다시 잡히므로, 시기별로 사실을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친양자로 입양된 아이도 같은 조문으로 파양을 구하나요?
적용 조문이 다릅니다. 제908조의5 제2항이 일반 입양 쪽 규정을 친양자에게 쓰지 못하게 막았고, 같은 조 제1항이 사유를 둘로 좁혀 두었습니다.
파양이 확정되면 양육비나 위자료를 따로 청구해야 하나요?
손해배상은 제908조가 준용하는 규정에 따라 별도로 구하는 항목입니다. 파양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은 다류 가사소송사건이라 파양 청구와 함께 심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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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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